오피니언

오피니언 > 칼럼 > 故 백화종칼럼

[백화종 칼럼] 차라리 함구하라

[백화종 칼럼] 차라리 함구하라 기사의 사진

772함 수병은 귀환하라!!

772함 나와라 온 국민이 애타게 기다린다 … 칠흑의 어두움도 서해의 그 어떤 급류도 당신들의 귀환을 막을 수 없다 … 이것이 그대들에게 대한민국이 부여한 마지막 명령이다….

천안함 실종 장병들의 무사 귀환을 염원하며 네티즌 김덕규씨가 해군 홈페이지에 올린 글이다. 실종자 46명의 이름을 일일이 부르며 절절하게 써 내려간 그의 글대로 장병의 생환은 온 국민의 애타는 염원이요 국가의 명령이었다. 그러나 그 모든 것도 헛되이 실종 장병들이 주검으로 돌아와 우리의 가슴을 아리게 한다.

국민의 염원도 헛되이

후배 장병들을 구하기 위해 목숨까지 바친 고 한주호 준위의 희생은 ‘위국헌신 군인본분’(爲國獻身 軍人本分)이라는 안중근 의사의 가르침을 실천한 영웅의 한 귀감이다. 죽음의 문턱을 넘나들며 수색과 구조 활동을 벌이고 있는 장병들의 모습은 우리를 숙연케 한다.

한 준위를 비롯한 이들 장병은 우리로 하여금 대한민국 국민임을 자랑스럽게 여기도록 한다. 반면 국방부를 비롯한 군 당국은 국민에게 실망을 주고 G20 의장국으로서 갖춰야 할 국가의 품격을 떨어뜨리고 있다.

1200톤급이나 되는 초계함이 영해에서 침몰했는데 열흘이 지나도록 그 원인을 몰라 온갖 추측과 유언비어만 난무케 하는 걸 저 북한은 어떻게 볼 것인가. 실종자 구조는커녕 백령도 연안에 침몰한 초계함의 선체를 며칠씩 못 찾다가 어선이 찾아줬으니 군의 체면은 뭔가. 특히 침몰 시간마저 계속 바뀌는 건 도대체 어떻게 설명할 것인가.

이번 사건은 국방부를 비롯한 군 당국의 부끄럽기 짝이 없는 위기 대응 능력을 적나라하게 드러냈다. 고위 당국자들의 말과 행동이 수시로 바뀌고 우왕좌왕하여 군에 대한 불신을 넘어 국방에 대한 불안까지 느끼게 했다. 저런 저들이 아니 할 말로 전쟁이라도 나면 제대로 대처할 수 있겠는가 하는 우려인 것이다.

이러한 우려가 증폭된 것은 1차적으로 당국이 상황 발표에 혼선을 빚은 데서 비롯됐다. 우선 처음 저녁 9시45분으로 발표됐던 초계함 침몰 시간이 다른 증거들이 하나씩 드러나는 데 따라 점차 앞당겨졌고, 76㎜ 주포 130여발을 발사한 이유에 대해서도 말이 바뀌었으며, 북한 관련 개연성에 대해서도 시간이 흐름에 따라 뉘앙스에 큰 차이를 보이고 있다. 일이 이쯤 되고 보니 당국이 뭔가 숨기고 있다는 의혹이 생기고, 터무니없는 유언비어까지 나도는 것이다.

국방 불안으로 커지는 軍 불신

언론(국민)을 상대하는 취재원(관계자)이 꼭 지켜야 할 룰이 있다. 입을 다물었으면 다물었지 사실과 다른 말은 하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기자들의 질문에 답변하기 곤란할 때를 위해서 있는 말들이 영어의 ‘노코멘트(답변하지 않겠다)’ ‘NCND(neither confirm nor deny 시인도 부인도 않겠다)’ 등이다. 오프 더 레코드(비보도를 전제로 한 설명)도 그 하나일 것이다.

국방 분야에는 특히 비밀이 많을 수밖에 없다. 그래서 가능하면 많은 걸 알려야 되겠지만, 국가 안보상 필요하다면 (거짓말을 하느니) 노코멘트, NCND, 오프 더 레코드 등으로 대응하는 게 옳다. 또 확실한 사실이 아니면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고 하면 될 것이다. 그런데도 당국은 어떤 이유에서인지 사건 발생 시간 발표에서 보는 것처럼 거짓말을 하거나, 여러 방면의 다그침을 못 이겨서인지 추측도 불사하는 모습이다. 군 당국의 한마디 한마디는 국방과 직결된다. 아울러 꼭 새겨야 할 것은 몇 사람을 일시 속일 수는 있어도 모든 사람을 영원히 속일 수는 없다는 링컨의 말이다.

공자는 식량, 군비, 그리고 백성의 신뢰를 정치의 3요소라면서 그중에 끝까지 지켜야 할 것이 백성의 신뢰라고 했다. 정치의 3요소 중 하나인 국방 당국은 스스로 비틀거리는 것에 그치지 않고, 3요소 중 끝까지 지켜야 할 정부에 대한 국민의 신뢰까지 바닥에 떨어뜨리고 있진 않는지 돌아볼 때다.

백화종 전무이사 wjbaek@kmib.co.kr



GoodNews paper ⓒ 국민일보(www.kmib.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국민일보 신문구독
트위터페이스북구글플러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