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문흥호] 김정일의 중국, 후진타오의 북한 기사의 사진

천안함 침몰로 우리는 한반도의 안보상황이 얼마나 취약한지, 정확한 정보의 부재가 얼마나 많은 억측과 오해를 야기하는지를 절감하고 있다. 이에 더하여 우리를 더욱 답답하게 하는 것은 연초부터 제기된 김정일 위원장의 방중 가능성과 관련해 무엇 하나 선명하게 드러난 것이 없다는 점이다. 분석과 예측이 난무하지만 김 위원장의 방중 여부는 여전히 오리무중이다. 그런데 우리는 왜 북·중 수뇌부의 만남에 그토록 집착할까.

우선 김 위원장의 방중을 최근 우여곡절을 겪어 온 북·중 관계가 새롭게 정립되는 중요한 계기로 인식하는 경향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두 차례의 핵실험 이후 내부적으로 북한에 대한 ‘부담론’ 심지어 ‘무용론’까지 거론하던 중국이 북한을 다시 ‘안고 가기로’ 결심했고 이런 정책변화가 김 위원장의 방중을 통해 재확인될 것이라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지난해 10월 원자바오 총리의 방북에서도 중국의 정책변화를 충분히 감지할 수 있었다. 즉 불만스럽지만 북한의 존재가 아직은 중국에 여러모로 유용하며 따라서 국익 차원에서 북한정권을 안정적으로 ‘관리’해야 한다는 후진타오의 대 북한 인식이 잘 드러났다.



北, 중국지원 절대적으로 필요

한편 북한의 입장에서 김 위원장이 중국을 찾아야 할 이유는 더욱 많아 보인다. 북한이 직면한 심각한 경제 위기, 후계체제 구축, 핵문제와 6자회담, 북·미 관계개선 등 대내외적 난제들을 극복하자면 중국의 지원이 절대적이다. 따라서 김 위원장으로서는 2006년 1월 이후 4년 여 만에 중국을 방문하여 다각적인 지원 약속을 얻어내고 ‘조·중 우의’의 건재를 대내외에 과시할 필요가 있다. 물론 김 위원장도 예전 같지 않은 중국지도부의 시선과 그들의 요구에 적잖은 불만을 갖고 있지만 자신의 건강마저 악화된 상황에서 선택의 여지가 거의 없다. 따라서 김 위원장은 중국에 대한 불만에도 불구하고 일단 중국을 체제유지의 보호막으로 삼으려는 현실적 판단을 하고 있다.

그렇다면 김 위원장의 방중과 무관하게 앞으로 북·중 관계의 방향은 분명해 보인다. 우선 중국은 대북정책의 우호적 변화 조짐에도 불구하고 북한을 무조건 보호·지지해야 할 ‘혈맹’이 아닌 전략적 활용·관리 대상으로 인식할 것이며 이런 경향은 후진타오 이후의 5세대 지도부에게 더욱 뚜렷하게 나타날 것이다.

둘째, 북한 핵문제, 김정일 후계체제의 향배는 북·중 관계에 여전히 중요한 변수로 작용할 것이다. 특히 중국의 경우 북한체제의 안정적 유지라는 기본 방침에도 불구하고 북한의 핵 보유, 김정일 부자 세습에 대한 당·정·군 내부의 논란이 재연될 가능성이 매우 높으며 이는 북·중 관계의 불안정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다. 다만 중국은 핵을 보유하지 않은 안정된 친중국 정권을 최상, 핵을 보유한 불안정한 반중국 정권을 최악의 북한으로 상정하고 그 사이의 중간적 형태를 고려한 다양한 대북정책을 구상할 것이다.

셋째, 중국은 미국 한국 일본을 의식한 대북 영향력 강화에 주력할 것이다. 특히 ‘G2’ 운운에도 불구하고 최근 대만, 티베트 문제 등에서 나타난 미국의 비우호적 태도가 수시로 재연될 수 있다는 점을 잘 알고 있는 중국으로서는 ‘문제아 북한’에 대한 다양한 영향력을 매우 유용한 외교적 자산으로 인식할 것이다.

中, 안정적 북한 관리 원해

결국 북한과 중국은 상호불신과 국가전략의 차이로 인한 갈등이 불가피하지만 적어도 당분간은 전략적으로 제휴할 수밖에 없다. 특히 정권안보의 절대적인 부분을 중국에 의존하고 있는 북한으로서는 뾰족한 대안이 없다. 이는 마치 많은 문제에도 불구하고 현실적 이유 때문에 ‘이혼’하지 못하는 부부와도 같다. 북한과 중국을 이어주고 있는 것은 이미 옛정이 아닌 현실적 이해득실이며 더욱이 후 주석이 원하는 북한과 김 위원장이 기대하는 중국은 너무도 다르다. 그들의 관계는 이미 화려한 외교적 수사나 최고 지도부의 몇 차례 상호방문을 통해 과거로 회귀할 수 있는 국면을 벗어났다. 우리가 좀 더 차분하게 북·중 관계를 지켜보고 긴 호흡으로 한반도 평화·안정을 위한 지혜를 모아야 하는 이유다.

문흥호(한양대 교수·중국문제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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