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의도 포럼-임성준] 해외 한국학 지원 강화해야 기사의 사진

얼마 전 이탈리아 밀라노에서 개최된 제4차 한·이탈리아 포럼에 참석한 길에 베네치아 대학을 방문, ‘대한민국의 오늘과 미래 도전’이라는 제목의 특강을 했다. 제법 큰 강의실에 100명이 넘는 한국학 선택 학생들의 열기와 반응은 의외로 뜨거웠다. 세계적으로 700여개 대학에 한국학 과정이 설치돼 있다. 해외 거의 모든 대학에서 중국학과 일본학이 오랜 역사를 가지고 연구된데 비하면 해외 한국학의 위상은 아직 초라하고 갈 길이 멀다 하겠다.

해외 한국학을 발전시켜야 하는 첫째 이유는 우리나라의 참된 모습을 국제사회에 가장 정확하게 알릴 수 있는 방법이기 때문이다. 어느 나라든 자국의 역사와 문화가 가지는 가치의 우수성을 해외에 전파함으로써 국제사회의 존경과 부러움을 사고자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으며 이것이 선진국이 되는 필수적 요건이기도 하다. 미국 영국 독일 프랑스 등은 해외에서 자국 언어 보급과 관련 학문 연구를 위해 엄청난 지원을 하고 있으며, 중국도 ‘공자학원’이라는 조직을 앞세워 전 세계를 대상으로 중국어 보급에 열을 올린다.

중국학·일본학보다 열악

둘째, 해외 한국학 지원을 통해 우리의 진정한 친구가 되는 지한파 전문가를 대량으로 양성할 수 있게 된다. 이렇게 양성된 전문가들은 대학, 언론계, 정계는 물론 많은 일터에서 한국을 옹호하고 대변할 수 있는 우리나라의 든든한 친구가 됨은 두말할 나위 없다. 마지막으로 한국과 세계를 소통하는 학문의 가교 역할도 하게 된다. 68년의 전통을 가진 미국의 아시아학회(AAS) 역사상 처음으로 지난해 한국학 교수인 로버트 버즈웰(UCLA 한국불교 전공)이 회장으로 선출되어 한국학의 위상을 드높인 바 있다.

국제사회에서 우뚝 서 있는 중국학, 일본학에 비해 한국학은 그 규모나 질에 있어서 매우 열악한 상태다. 정부와 민간이 해외 한국학을 진흥하는 데 힘을 모아야 할 때다. 수많은 해외 대학들이 한국어와 한국학 강좌를 신설 또는 확대하기 위해 우리 정부 관련 기관에 지원을 요청하고 있으나 한국국제교류재단만의 힘으로는 지원할 재원이 턱없이 부족하다. 한국학중앙연구원이 힘을 보태고 있으나 충분하지 않다.

다년간 진행되는 사업에 대한 지원금을 제외하면 한국국제교류재단의 신규 사업 지원은 전체 사업 규모의 15% 정도밖에 되지 않는다. 그 결과 해외 주요 대학이 정성스럽게 계획한 한국학 강좌를 무산시키는 경우가 발생하고 있다. 일례로 3년 전 한국어 강좌를 개설한 인도네시아 국립대학에서는 교수 수 등을 감안, 40명만 정원을 책정했음에도 불구하고 1200명의 학생이 몰려왔다고 하며 긴급히 교수 파견을 요청하고 있다. 따라서 국내의 잠재 기부자들을 발굴해 지원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를 만들어야 할 것이다. 아울러 우리 대학들은 해외 한국학을 진흥시키는 일에 관심과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해외의 한국학 전공 석·박사 학생들을 많이 수용할 뿐 아니라 해외와 국내 대학 간 교류를 확대해 해외에 한국학 교수들을 파견해야 할 것이다.

교수 파견 등 대학역할 중요

해외에서 한국어 강좌 형식으로 한국학이 최초로 설치된 것은 1897년 제정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대학이라고 알려져 있다. 1950년까지도 한국학을 가르친 대학은 세 개 대학에 불과했다. 1980년대 권위주의 정권 시절까지는 우리 정부의 한국학 지원을 친한화 공작의 일환으로 오해하고 이를 거부한 사례가 많았다. 이제는 상황이 완전히 바뀌었다. 해외의 많은 학생들은 삼성, LG, 현대가 세계 최고의 브랜드로 성장한 배경은 무엇인지, 한국 영화와 팝아트를 중심으로 한 한류의 문화적 잠재성은 어디에서 온 것인지에 끝없는 지적 호기심과 학문적 흥미를 가지고 있다. 최근 해외 한국학의 수요가 급격히 늘어난 이유가 여기에 있다.

임성준 한국외국어대 석좌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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