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경제의 희망, 强小기업-(37) 시뮬라인] “3D 넘어 4D 영화시대 주도” 도전장 기사의 사진

3차원(D) 영화를 넘어 4차원 영화 시대를 이끌겠다고 도전장을 낸 강소기업이 있다. 시뮬라인이 주인공이다. 4D 영화는 기존의 시각, 청각 외에 후각과 움직임 등 다양한 환경 효과를 더해 오감(五感)을 자극한다.

3D 영화 ‘아바타’를 4D 극장에서 본다고 가정해보자. 절벽에서 뛰어내리며 거대한 새 등 위로 올라타는 장면에선 의자도 같이 덜컥거려 관객은 주인공처럼 새 위에 탄 느낌을 받는다. 새가 창공을 가르며 날 때는 관객 귓가에 바람이 휙 지나가고 전투 장면에선 희미한 고무 타는 냄새가 나 마치 현장에 와 있는 듯하다. 시뮬라인은 영사기에서 나오는 원래 영화 콘텐츠를 제외한 모든 효과, 바람과 냄새, 움직임 등 20가지 효과를 다 담당하고 있다.

시뮬라인은 3D 영화가 뜨자 부랴부랴 사업을 준비해 이 분야에 뛰어든 기업이 아니다. 1996년 설립된 이 회사는 이미 10년 전부터 가상 체험할 수 있는 기계장치인 시뮬레이터 분야에서 잔뼈가 굵은 기업이다.

김의석(49) 대표는 카이스트와 미국 텍사스 A&M대학 등에서 기계공학을 전공하고 삼성테크윈의 전신인 삼성항공산업에서 근무한 정통 엔지니어다. 대전 대덕단지에 위치한 본사에서 지난 9일 만난 김 대표는 “제가 잘할 수 있는 일, 저한테 잘 맞는 일을 찾았다”며 창업 당시를 회상했다.

초반엔 조종훈련기와 탱크 포술 시뮬레이터 등 군용 제품에 주력했다. 2000년대 초반 전 세계적으로 오락용 시뮬레이터 인기가 높아지면서 이 분야까지 사업을 넓힌다. 하지만 시뮬라인이 철저한 준비 끝에 오락용 시장에 진출할 땐 시장이 죽어버렸다. 오락용 시뮬레이터는 겉보기엔 그럴듯한데 정작 타보면 재미없다는 이유에서다. 조종 시뮬레이터는 실제 비행기처럼 움직임이 크지 않은 반면 게임용은 동작이 크고 자극적이어야 하는데 앞서 오락용 시장에 진출한 다른 업체들이 이를 충족시키지 못했던 것.

후발 주자였던 시뮬라인은 아래에 있던 회전축을 위로 올린 새로운 방식의 제품으로 오락성을 높인 제품을 개발했지만 이미 차갑게 식은 시장 반응에 어려움을 겪고 말았다. “업주들이 우리 제품 타보고선 재미있다고 하면서도 이미 실패를 경험했던 터라 쉽사리 지갑을 안 열더군요. 이때 참 힘들고 답답했죠.”

기술력이 있으니 기회가 찾아왔다. 2005년 일본의 유력 게임업체 세가와 손잡으며 도약의 계기를 마련했다. 콘텐츠에 강한 세가는 자신들의 콘텐츠를 제대로 운용할 수 있던 하드웨어 제조사를 찾던 중 시뮬라인을 만나게 됐다. “보통 소프트웨어와 시뮬레이터 동작을 정확히 맞추는 데 3개월 정도 걸립니다. 그런데 저희는 1주일이면 할 수 있다고 했고 실제로 3일 만에 완성했죠.” 세가로선 외국 중소기업에 대한 기대가 크지 않았을 터. 하지만 불가능하다고 여겼던 일을 해내자 시뮬라인을 보는 눈이 확 달라졌고 한 달 만에 양사는 확고한 파트너가 됐다.

시뮬라인은 시뮬레이터와 동시에 4D 영화에도 관심을 가져왔다. “5년 전부터 관심을 가졌어요. 당시만 해도 의자가 툭 떨어지는 효과 하나뿐이었는데 시장에선 더 많은 동작을 요구했었죠.” 꾸준한 관심으로 모델을 개발했고 베트남 등지에 수출도 했다. 나아가 움직이는 의자는 물론 영상과 모든 효과가 딱 맞아떨어지도록 제어프로그램까지 설계, 제작했다.

지난해 초부터 국내 극장 체인과 손잡고 국내에서도 본격적으로 나섰고 12월 영등포 등 3개관에 4D상영관을 열 수 있게 됐다. 그는 “4D 전 기술이 순수 국산기술”이라며 “이번 달부터는 일본 극장 체인과도 4D 설치를 위한 협의를 시작한다”고 말했다.

“우리가 단순히 운이 좋아 주목받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해요. 오랫동안 여러 시행착오를 겪으면서 어떤 시련도 이길 수 있을 정도로 기술력을 쌓으며 노력해 왔는데 다행히 운도 따라줬던 거죠.” 김 대표는 시뮬레이터나 4D극장 하면 시뮬라인이 자연스레 떠오를 정도로 독보적인 전문업체가 되는 게 목표다. 김 대표는 “4D 시설을 영화관에 설치하는 비용은 줄이면서도 품질을 높여 4D 영화관을 늘려 4D영화 인기가 반짝 인기가 아니라 확실한 새 트렌드가 되도록 하겠다”며 각오를 다졌다.

대전=김도훈 기자 kinchy@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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