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본 옛 그림] (15) 선비 집안의 인테리어 기사의 사진

선비의 망중한을 그린 작품이다. 온갖 물건을 바닥에 늘어놓은 선비가 비파를 뜯는다. 볼 사람, 들을 사람 없으니 버선을 벗어던진 맨발차림이 좋이 홀가분하다. 단원 김홍도는 그림 속에 선비의 심사를 써놓았다. ‘종이로 창을 내고 흙으로 벽을 발라 한평생 베옷 입어도 그 속에서 노래하고 읊조리리’



가난이 가깝고 벼슬이 멀지만 시 짓고 노래하는 풍류야 오롯이 내 몫이다. ‘논어’도 맞장구친다. ‘거친 밥 먹고 물 마시며 팔 구부려 베게 삼아도 즐거움이 또한 그 속에 있지 아니한가.’ 맘 내키면 움막도 보금자리요, 흥 돋으면 바람 소리가 콧노래로 들린다. 이것이 도(道)에 뜻을 두고 예(藝)에서 노니는 경지다.

선비의 인테리어를 구경해보자. 파초 잎은 색상과 생김새가 시원해서 장식용이다. 붓과 벼루, 책 꾸러미와 종이 뭉치는 문자속 깊은 이의 벗이다. 도자기 병에 꽂힌 영지버섯은 불로장생을 뜻하고, 발치에 놓인 생황은 봉황을 본뜬 악기다. 칼은 지혜와 벽사의 상징이고, 호리병은 육체를 떠난 정신의 자유로움을 나타내는 신선의 휴대품이다. 구슬픈 비파 소리는 청렴을 일깨운다고 했다.

옛 선비는 비싼 돈 안 들이고 잘 놀았다. 청풍명월은 값이 없고, 풍류는 돈으로 못 산다. 멋 부리기는 하기 나름이니 빈 주머니 탓할 게 아니다.

손철주(미술칼럼니스트·학고재 주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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