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석동 칼럼] 그대들도 軍을 사랑하는가 기사의 사진

“천안함 침몰사건과 관련해절실한 것은 어설픈 정치적언행이 아니다”

읽은 분들이 계실 줄 알면서 최근 며칠 사이 신문에 났던 두 기사를 인용한다. 먼저 9일자 한 조간신문에 실린 광고다. 적과 대치중인 휴전상태의 국가 현실을 망각하고 천안함 침몰을 유람선 해난사고로 착각해 벌이고 있는 정치권과 언론의 행태를 개탄하는 것이 핵심내용이었다.



다른 하나는 엊그제 국민일보에 실었던 칼럼 한 편이다. 안광찬 교수는 천안함 사건과 관련해 지금까지 확인된 사실은 생존자, 실종자, 함정 상태와 인양계획 정도라고 썼다. 그리고 해상작전과 지상작전의 환경이 얼마나 다르며 해상사고를 규명하는 일이 얼마나 어려운지에 관해 군당국의 설명이 부족했던 점을 지적했다.

천안함 침몰참사 이후 근 20일 동안 온 나라, 그중에서도 국군은 별의별 논란과 광기어린 보도 쓰나미에 휩쓸려 더 맥을 못 췄다. 방송과 신문, 인터넷을 접하면서 겪은 대혼돈의 줄거리를 요약하면 여러 말 할 것 없이 앞에서 인용한 광고와 칼럼 내용이 전부나 마찬가지다. 그 중심에 정치와 언론이 있었음은 공지의 사실이다. 보도와 정보공개에서 여과는 언제부턴가 소멸해버렸다.

천안함 함미 일부가 물 위에 드러난 것은 그제 오후 일이다. 침몰 원인에 관한 과학적·객관적 규명은 엄밀히 말해 이제부터 시작이다. 초계함 침몰을 횡재 만난 듯하며 군사기밀을 이번처럼 분별없이 까발린 몰상식이 있었다거나, 억측 추측 상상력을 총동원해 자기 나라 군대를 파렴치 범죄집단인 양 경쟁적으로 매도했다는 이야기는 듣지 못했다.

정치인들은 개인·정파 이익에 따라, 언론은 고객 서비스를 명분 삼아 거의 맹목적으로 목청 높여 칼춤을 추기 바빴다. 거기에 좌파 성향의 개인과 기관·단체들이 가세한 악의적 이념공세까지. 편견이 선점한 민심에 교묘히 편승해 군 무력화, 무정부상태, 국가전복을 꾀하는 무리가 없다고 말할 형편이 아니다.

결코 적지 않은 정치인과 기자, 네티즌은 군을 안하무인으로 닦달했다. 말을 아끼면 은폐의혹으로 윽박질렀고, 의도된 답변을 유도해놓고서 그렇다고 답변하면 왜 그런 기밀까지 발설하느냐고 다그쳤다. 정말이지 도대체 어쩌란 말이냐다. 이런 풍조가 아무렇지 않게 인식되는 것은 천안함 침몰 이상으로 심각한 문제다.

천안함 참사를 둘러싼 북새통, 즉 정치권과 언론의 중구난방은 잠시 잦아들었다. 자성 자숙에서 우러나온 절제라면 열렬히 환영할 일이겠으나 그건 아닌 것 같다. 더 퍼뜨리고 왈가왈부해댈 건덕지가 바닥났기 때문일 것이다. 광란의 불씨는 언제든 되살아나게 돼 있다. 그게 우리 정치와 언론의 관행적 냄비근성이다.

설익은 지식, 추리, 상상력이 한계에 부닥쳤고, 같은 소재들을 반복적으로 조합해가며 우려먹는 데 스스로도 식상한 때문 아니겠느냐는 것이다. 능력이 모자라서 그렇지 조악한 이야깃거리라도 지어낼 수만 있으면 가만히 있을 위인들이 아니다.

언필칭 보수언론의 천안함 관련 보도를 “국민의 공포를 조장하려는 삼류소설” “북풍몰이를 위한 광풍” 운운하며 시위를 일삼는 시민사회단체들은 또 뭔가. 하긴 놀랄 것도 없다. 생존 장병들의 기자회견이 짜맞춘 것 같다던 제1야당 원내대표와, 군사기밀을 무뇌 수준으로 공개한 여당 소속 국회국방위원장 같은 부류도 한심하기로 어금버금이다.

천안함 사건은 곧, 그리고 상당기간 새로운 장을 맞게 됐다. 이 어수선하고 어지러운 때에 경애할 만한 일을 만나는 것은 큰 위안이다. 형언할 수 없는 슬픔 속에서 실종자 가족이 실종자 수색 중단을 요청했던 데 이어, 함체 인양보다 이동부터 하도록 또다시 자청해서 길을 더 열어준 숭고한 결단에 경의를 표한다.

언제 어느 자리에서든 겸손과 의연함, 자신감이 묻어나는 김태영 국방부 장관에게도 무한한 신뢰를 보내고 싶다. 그의 안광에서 기개를 읽는 것만으로도 위안이다. 천안함 사건과 관련해 지금 필요한 것은 어설픈 정치적 언행이 아니다. 탁월한 식견, 확고한 소신, 용기, 이런 덕목이 몸에 밴 지휘관들을 더 접하는 것이다.

편집인 jerome7@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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