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의도 포럼-홍덕률] 다시 맞는 장애인의 날 기사의 사진

지난 3월 초, 필자는 초등학교에 입학하는 교직원 자녀들에게 어린이용 헬렌 켈러 위인전을 한 권씩 선물했다. 어려서부터 어떤 역경이라도 헤쳐나가는 불굴의 의지를 배우고, 특별히 장애인에 대한 편견을 갖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에서였다.

그리고 지난 주말에는 제6회 총장배 국제 장애인 실내조정대회를 개최했다. 전국 각지와 헝가리 홍콩 일본 등에서 400여명의 장애인 선수들이 참가해 기량을 겨뤘다. 국경과 장애를 뛰어넘어 열정과 열망을 함께 나눈 아름다운 경기였다. 대학 앞의 문천지 호수에서는 장애인 선수들이 수상 조정을 체험하는 행사도 가졌다. 불편한 몸으로 최선을 다해 노를 젓는 선수들의 표정과 몸짓 하나 하나는 그야말로 감동이었다. 필자도 박수치고 응원하면서 모처럼 신나는, 아니 뜻 깊은 하루를 보냈다.

대한장애인조정연맹 회장을 맡고 있는 정하균 의원을 비롯해 외국의 장애인 조정선수단 감독들 그리고 대회 관계자들과 둘러앉아 우리의 장애인 스포츠 실상과 장애인 복지 현실을 놓고 토론하는 기회도 가졌다. 한목소리로 장애인 스포츠에 대한 관심 부족과 장애인 복지의 열악한 수준에 대해 걱정을 함께했다.

장애인보다 불편사회가 문제

그제는 또 하트시각장애인 체임버오케스트라 초청 공연도 가졌다. 시각장애인 단장이 이끄는 시각장애인 연주단이 지휘자도 악보도 없이 펼치는 감동적인 연주에 학생들도 교직원도 우레와 같은 존경의 박수를 보냈다.

오는 20일은 제30회 장애인의 날이다. 올해도 많은 지자체와 장애인 단체들이 다양한 기념 행사를 가질 것이다. 그러나 필자는 장애인의 날만 되면 더욱 착잡해진다. 장애인의 날을 기념한다며 부산을 떠는 우리 사회가 정말로 부정직한 것은 아닌지 하는 자책감 때문이다. 장애인의 날 하루를 기념하는 것으로 나머지 364일의 무관심과 무성의에 대해 면책 받으려 하는 것은 아닌지 돌아보게 되기 때문이다.

장애인의 날을 거창하게 기념하는 것보다 훨씬 더 중요한 것은 장애와 장애인에 대한 우리 사회의 인식을 개선하는 것, 아니 근본적으로 바꾸는 것이다. 그들은 물론 누구라도 불편 없이 배우고 직장을 갖고 생활할 수 있는 권리를 갖는 사실을 받아들이는 것이다. 우리 모두가 실은 예비 장애인이란 사실을 직시하는 것이다.

사실 장애를 갖고 있는 것이 문제가 아니라 그들이 불편 없이 생활할 수 있는 제도와 환경을 만들어내지 못하고 있는 우리 사회가 문제다. 장애인이 불편하게 느끼는 우리의 시선, 장애인이 불편할 수밖에 없는 온갖 턱, 장애인을 차별하는 사회 제도를 만들어낸 우리 자신이 그렇다는 뜻이다.

지금 우리나라에는 등록된 장애인만 200만명이 넘는다. 고령화가 진행될수록 장애인은 급증할 것이다. 우리 사회가 복합적이고 중층적인 위험사회로 진입해 가는 것도 장애인을 증가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언제까지 그들을 장애인으로 묶어 차별하고 배제하며 고립시킬 것인가. 이제는 함께해야 한다. 누구라도 불편 없이 생활하고 배우고 운동하고 직장생활을 할 수 있도록 1년 365일 꾸준히 연구하고 노력하고 바꿔가야 하는 것이다. 장애인은 1년에 하루를 정해 위로받으면 족한, 우리와 다른 사람들이 아니다.

이제는 함께 변해야 한다

올해 장애인의 날만큼은 누구라도 불편 없이 생활할 수 있는 편안사회, 안전사회를 만들어가는 계기가 될 수 있으면 좋겠다. 장애가 아닌 불편사회가, 장애인이 아닌 불편사회의 주인공이 바로 우리 자신의 문제임을 깨닫는 장애인의 날이기를 바란다. 더불어 우리 모두 장애인의 복지를 위해, 궁극적으로는 누구라도 불편 없이 살아가는 편안사회를 만들어가기 위해 지속적이고 체계적인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홍덕률 대구대학교 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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