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시각-신종수] NSC 사무처 부활해야 기사의 사진

이명박 대통령은 지난달 26일 오후 9시22분 천안함이 침몰하자 오후 10시 안보장관회의를 소집했다. 김태영 국방부 장관, 유명환 외교통상부 장관, 현인택 통일부 장관, 원세훈 국가정보원장, 김성환 외교안보수석 등에게 청와대로 모이라는 연락이 갔다.

그러나 이때까지 김태영 국방장관은 천안함 침몰과 관련한 보고를 받지 못한 상태였다. 허겁지겁 청와대 지하벙커에 도착했지만 주무장관이 내용 파악이 안돼 있으니 회의가 제대로 될 리 만무했다. 밤 11시쯤 침몰현장 인근에서 북상하는 미상의 물체가 군 레이더에 잡혔다는 전화가 김 장관에게 걸려왔다. 군령권을 가진 이상의 합참의장이 연락이 안 되는 바람에 김 장관에게 보고가 된 것이다. 위급한 순간에 합참의장이 연락이 안 된 것이다. 이 합참의장은 또 천안함이 침몰한 사실을 49분이 지나서야 알게 된 것으로 드러났다.

김 장관은 이 합참의장이 연락이 안 되자 직접 76㎜ 함포 사격을 지시했다. 나중에 군은 이 물체가 새떼였던 것 같다고 밝혔다. 대통령이 주재하는 안보장관회의 치고는 참 엉성했다는 느낌이 든다. 이후 안보장관회의가 3차례 더 열렸지만 이렇다할 대책을 내놓지 못했다. 그러는 동안 46명의 천안함 장병들이 실종됐다.

청와대가 비상상황에 효과적으로 대처하지 못한 이유는 무엇일까. 비상상황에 효과적으로 대처하는 힘은 높은 사람들이 갑자기 모인다고 되는 것이 아니라 일상적으로 상황을 관리해왔을 때 생기는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상시적으로 상황을 종합하고 분석하고 요약하고 있어야 돌발 상황이 생기면 즉각 대처할 수 있다는 것이다. 안보분야가 특히 그렇다. 이 부처 저 부처에서 매일매일 올라오는 정보는 내용이 각기 다르고, 다 읽어보지도 못할 정도의 방대한 양이라고 한다.

결국 국가 위기나 재난에 대비해 매일 정보를 총괄적으로 관리하고, 대책을 마련하고, 집행하는 컨트롤타워가 필요하다는 얘기다. 과거 정부에서는 대통령 직속기구인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사무처가 이 기능을 해왔다. NSC 사무처에는 정책조정실, 전략기획실, 정보관리실, 위기관리센터가 있었다. 각 안보관련 부처에서 파견된 60여명의 핵심 인력들이 상주하며 상황을 취합하고, 토론하고, 조율하고, 거르고, 압축해서 대통령에게 보고했다.

그러나 현 정부에서는 이게 없다. 대통령을 보좌하는 청와대 외교안보수석이 있지만 혼자서 이 일을 할 수도 없고 그럴 능력도 없어 보인다. 김성환 외교안보수석은 천안함 침몰 23분 뒤인 9시45분에 휴대전화로 연락을 받고 9시50분쯤 이 대통령에게 보고했다고 한다. 너무 늦었다. 다른 일도 아니고 NLL에서 발생한 위급한 상황이 30분이나 지난 뒤에 대통령에게 보고됐고 대응도 허술했다.

청와대 내에 외교안보수석이 관할하는 국가위기상황센터라는 것이 있지만 이번에 드러났듯 위기상황을 관리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해 보인다. 결국 청와대를 정점으로 하는 국가위기관리 시스템이 제대로 갖춰지지 않았다고 볼 수 있다. 여권 관계자는 “상황이 발생하면 장관도 자세한 내용을 잘 모를 수 있다”며 “상황을 걸러서 필요한 판단을 해줄 수 있는 NSC 사무처 같은 기능을 부활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NSC와 사무처는 김대중 정부 때 상설기구로 만들어져 노무현 정부 때 확대됐으나 현정부 들어 NSC는 비상설기구로 바뀌고 사무처는 폐지됐다. 사무처 없는 NSC는 어쩌다 모이는 회의체가 됐다. 사무처가 없는 것은 손발이 없는 것과 같다. 현 정부가 전 정부의 유물 같은 NSC 사무처를 부활할 경우 자존심이 상할지도 모르겠다. NSC 사무처가 각 부처 기능을 능가하는 지나친 개입과 조정, 통제로 부작용이 나타날 수도 있다. 그러나 국가안보의 중요성에 비하면 이런 것들은 지엽적인 문제에 불과하다.

신종수 정치부장 jsshi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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