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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화종 칼럼] 한명숙, 천안함, 그리고 선거

[백화종 칼럼] 한명숙, 천안함, 그리고 선거 기사의 사진

40여 년 전, 종친만 600만 명이어서 자신이 당선 될 수밖에 없다며 대선에 출마한 이가 있었다. 그가 실제 얻은 표는 24만여 표였다. 또 십 수 년 전에는 당원만 찍어도 청와대 주인은 떼 놓은 당상이라고 호언했다가 선거가 끝난 뒤 내 표 다 어디 갔느냐고 탄식했다는 후보도 있었다.

선거에 출마한 사람들 대부분은 나름대로 믿는 구석이 있다. 학교 동문, 고향 사람, 종친 등 나를 찍을 수밖에 없는 사람만 해도 몇 명이라고 계산하는 식으로 말이다.

변수 많은 서울시장 선거

이번 6·2 서울시장 선거도 한나라당과 민주당이 앞서의 제 눈에 안경 식 표 계산법을 갖고 임할 것으로 보인다. 그만큼 선거 판도에 영향을 미칠 게 분명하지만, 그 해석은 서 있는 위치에 따라 달리 할 수 있는 변수들이 돌출하고 있기 때문이다.

먼저 민주당. 서울 인천 경기 등 수도권 세 곳의 광역 단체장 중에서 둘 이상을 차지하여 이명박 정권을 심판하겠다는 당찬 목표를 세웠으나 지지율이 좀체 오르지 않아 고민해왔다. 그런 민주당에게 한명숙 전 총리를 향해 헛발질을 한 검찰은 백만 원군이 돼줬다. 그동안 모든 여론조사 결과는 민주당에서 수도권에 어떤 후보를 내세워 한나라당 예비 후보 어느 누구와 겨뤄 봐도 지는 것으로 나타났었다. 그러다가 한 전 총리의 수뢰 혐의에 무죄 판결이 내려진 뒤 몇몇 여론조사는 그를 서울시장 후보로 내세울 경우 한나라당 후보와 싸움이 된다는 것으로 결과가 나왔다. 민주당은 세종시 문제에 대한 여당의 자중지란, 4대강 사업에 대한 종교계의 반대, 김우룡 전 방문진 이사장의 ‘김재철 MBC 사장 조인트’ 실언 등에 이은 한 전 총리 재판이 정권 심판 분위기를 고조시킬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또한 5월의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1주기도 선거에 도움이 될 것으로 보면서 한 전 총리가 재판 후 권양숙 여사를 방문하는 등 분위기를 조성하는 모습이다.

다음 한나라당. 온 국민을 충격과 비탄 속으로 몰아넣은 천안함 사건이 초기에는 군 당국의 미숙한 대응 등으로 정권에 마이너스 요소로 작용할 것으로 우려했다. 그러나 사건이 북한의 소행에 의한 것일 가능성이 높다는 쪽으로 원인 분석이 좁혀지면서, 말은 않고 있으나 내심 국민의 안보의식을 높이고 보수 세력의 결집을 가져와 선거에 플러스 요소가 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는 눈치다. 한나라당은 천안함 사건이 좌파 정권에 대한 국민 절대 다수의 실망을 키우고 보수 정권에 대한 신뢰를 높여줄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지지후보 많이 안 바꿀 것

그러나 모든 일에는 양면성이 있기 마련. 그래서 어느 쪽을 보느냐에 따라 판단은 달라진다. 민주당이 호재로 보고 있는 한 전 총리 재판에 대해 여권은 그가 물증이 없어 무죄 판결을 받았을 뿐이며 불법 정치자금 의혹까지를 포함하여 여러 정황들로 한 전 총리의 도덕성은 상처를 입었고 국민의 심판을 면치 못할 것이라고 주장한다. 노 전 대통령 추모 분위기도 역으로 보수 세력들을 결집시키는 결과를 가져올 수도 있다. 한나라당은 천안함 사건이 북한의 소행으로 결론 날 경우 좌파 정권을 운영했고 북한과의 관계 개선을 주장하는 민주당에 타격을 줄 것으로 보고 있으나, 민주당은 그렇더라도 그 책임은 북한과 긴장관계를 조성하고 안보 체계에 허점을 보인 현 정권에 있다고 몰아칠 게 틀림없다.

최근 일련의 큰 사건들이 6·2 지방선거에 영향을 미칠 것임은 분명하다. 그러나 기자는 엄정 중립적인 소수 유권자들을 제외한다면, 이번 사건들로 지지 정당과 그 후보를 여에서 야로, 야에서 여로 바꿀 유권자가 그리 많지 않으리라고 본다. 다만 그것들을 계기로 보수와 진보 세력이 각기 나름의 관점에 따라 결속을 다짐으로써 투표율을 높일 것이고, 그 결속의 강도가 투표 결과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한다.

사안의 양면성을 보지 않고 어느 한 쪽만 보고 선거 전략을 짜고 표 계산을 하다간 낭패 보기 십상이다. 여든 야든 특정 사안을 선거에 무리하게 이용하려 할 경우 역풍을 맞는 게 그간의 경험이다. 국민이 그만큼 성숙해진 것이다.

백화종 전무이사 wjbaek@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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