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김찬규] 천안함 사건의 국제법적 해석 기사의 사진

천안함 함미 인양 이후 침몰원인이 외부 충격에 의한 것으로 가닥이 잡힌 것 같다. 이에 따라 공격주체가 판명되는 경우 자위권 행사가 가능한가 하는 데 세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유엔헌장 상 자위권 발동 요건은 ‘무력공격이 발생하는 경우’로 돼 있다(제51조). 무력공격이 없으면 자위권 발동을 할 수 없다는 뜻이다. 그렇다면 ‘무력공격’이란 무엇인가? 니카라과 사건에 대한 1986년 국제사법재판소 판결은 이를 ‘가장 중대한 무력사용’이라면서 1974년 채택된 ‘침략의 정의’에 관한 유엔총회 결의 제3조가 이에 속한다고 판시했다. 제3조에는 무력공격 사례로 일곱 가지 유형이 적시되고 있는데 그 중 하나가 ‘일국의 군대에 의한 타국의 육군 해군 공군 또는 상선대 및 항공대에 대한 공격’이다(제3조d). 따라서 천안함을 공격해 이를 침몰시킨 소행이 무력공격에 해당함은 췌언(贅言)을 요치 않는다고 할 것이다.

北공격 판명땐 자위권 가능

위 판결은 이어서 자위권을 행사함에 있어서는 필요성과 비례성의 원칙에 따라야 한다고 하고 있다. 이것은 자위권의 행사요건을 밝힌 것이다. 여기서 필요성이라 함은 자위권 행사 이외의 다른 대처 방법이 없어야 한다는 뜻이고, 비례성이란 선행한 무력공격과 자위권행사로서 하는 무력행동 사이에 비례관계가 유지되어야 한다는 의미이다. 예컨대 10이란 힘으로 공격해 왔는데 100이라는 힘으로 대응해서는 안 된다는 뜻이다.

현 국제법상 자위권과 관련해서는 발동요건으로 무력공격이 있어야 한다는 것, 그리고 수행요건으로 필요성 및 비례성의 원칙을 지켜야 한다는 것 이외의 부대적 조건은 없다. 다만 자위권 행사 과정에서 국제인도법 또는 무력충돌법상 요구되는 여러 규칙을 준수해야 하지만 이것은 자위권 자체의 발동요건 및 수행요건과는 상관없는 것이다.

1986년의 국제사법재판소 판결 내용은 1996년 핵무기 사용의 합법성에 관한 동 재판소의 권고적 의견(의견 제41항), 2003년 미국과 이란 간의 석유시설 사건에 관한 판결(판결 제76항), 그리고 2005년 콩고와 우간다 간의 무력행동 사건에 관한 판결(제146-7항)에서 그대로 원용되고 있다. 자위권과 관련된 이 같은 내용은 현 국제법상 확립된 규칙이다.

외국 학자들 중에는 그 밖에 긴급성이라는 또 하나의 요건이 첨가되어야 한다고 주장하는 이가 있다. 자위권 행사는 긴급한 사태 하에서만 허용된다는 입장이다. 천안함 사건에 적용시킨다면 침몰 이후 많은 시간이 흘렀기에 자위권 발동은 안 된다는 이야기가 된다. 이 같은 주장이 나온 것은 19세기에 자위권 발동요건으로서 ‘수단의 선택과 숙고의 겨를을 허용치 않는 급박하고도 압도적인 필요성’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 있었고 또한 예외는 엄격하게 해석해야 한다는 국제법 해석 원칙이 있어 그 영향 때문이 아닌가 생각된다. 하지만 입법론과 실정법이 다르듯이 학설과 현행법은 다른 것이다.

반격 늦더라도 정당화될 것

자위권에 관한 실정법 및 현행법은 국제사법재판소 판결 속에 있다. 국제사법재판소는 유엔의 주요기관이며(헌장 제7조1), 주요한 사법기관이기 때문이다(제92조). 긴급성이라는 추가적 요건이 있어야 한다고 주장하는 이들도 즉각 대처하지 못하는 경우가 있음을 인정한다. 반격에 나서기 위해서는 시간이 걸릴 수 있다는 것, 전장이 원거리에 있을 때도 같다는 것 등을 ‘정당화될 수 있는 지연’(justifiable delay)이라 하는데 천안함 사건처럼 공격주체를 식별하기 위해 소요되는 시간도 정당화될 수 있는 지연이라 보아야 한다.

따라서 천안함 사건의 경우 공격주체가 식별되면 자위권 발동을 할 수 있다고 봐야 한다. 그러나 그것을 실행에 옮길 것인가 어떤가는 정책적 판단에 의존한다고 할 것이다.

김찬규 국제해양법학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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