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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진선의 동물 이야기] 지하도시의 건설자 프레리독

[배진선의 동물 이야기] 지하도시의 건설자 프레리독 기사의 사진

프레리독을 보면 두더지 게임이 기억난다. 망치 하나 들고 어느 구멍에서 나올지 모르는 두더지를 정신없이 내려쳐 잡는 게임이었는데, 이 게임의 주인공이 두더지라고 보기에는 좀 의심스럽다. 햇빛을 싫어하는 두더지가 대낮에 땅위로 그렇게 얼굴을 불쑥불쑥 머리를 내밀 리 없기 때문이다.



대신 오늘 이야기의 주인공인 프레리독은 굴 밖으로 나와 뒷발로 서서 주변을 살펴 침입자가 있는지 끊임없이 살피는 모습이 영락없이 두더지 게임을 생각나게 한다.

프레리독이란 이름은 북미대륙의 초원을 일컫는 프레리라는 말과 짖는 소리가 개와 비슷하다고 해서 독이라는 말이 붙여진 것이지만, 개와는 전혀 관계가 없는 동물이고 생물학적으로 다람쥐에 가까운 설치류이다.

또 땅 속에서 굴을 만들어 산다는 점에서는 두더지와 비슷하지만, 햇빛 앞에 당당하고, 굴은 지하 도시처럼 정교하고 거대하다. 다른 쥐들이 포식동물을 피하기 위해 야행성을 택한 것과는 반대로, 프레리독이 몸을 숨길 나무 한 그루 없이 훤히 뚫린 초원에서도 대낮에 활동할 수 있었던 것도 바로 땅속 도시 덕분이다.

프레리독의 지하도시는 두 개에서 많게는 일곱 개까지 입구를 가지고 있고, 지하의 방들을 연결하는 터널은 15㎝ 정도의 직경에 짧게는 4m에서 길게는 34m까지 다양하다.

처음 무리에서 분가한 젊은 수컷은 임시로 짧은 터널을 만들었다가 겨울이 다가오면서 터널을 지하로 깊게 파 내려간다. 터널은 흙의 상태에 따라 지하로 1∼5m까지 내려가는데, 굴 입구에서 수직으로 1∼3m 정도 내려가게 되어 있고 입구 근처에는 선반처럼 직경이 30㎝ 정도 되는 곳이 있다. 입구의 바깥은 화산처럼 흙더미로 볼록하게 둘레를 쌓아 홍수가 나도 비가 굴속으로 흘러들어오지 않게 하고, 입구들의 높낮이를 다르게 하고 높은 쪽 입구에서 바람이 들어와 낮은 쪽 입구로 나가도록 해 지하도시의 환기문제를 해결했다.

프레리독은 땅에서 살아가는 동물 가운데 가장 사회적인 동물이다. 하나의 무리는 우두머리 수컷과 여러 마리 암컷, 새끼들로 이루어지고 각자 무리는 세력권을 가지고 있지만 번식기가 아닐 때는 상당히 관대해 만나면 서로 얼굴을 맞대고 코를 비비며 인사를 한다.

프레리독은 거대한 도시를 이루기도 하는 데, 미국 텍사스에서 발견된 것은 6만4000㎢의 규모에 무려 4억 마리가 모여 살고 있었다.

땅위 세상의 주인이 누구인지는 모르지만 북미 초원에서 땅속 세상을 지배하는 주인공은 프레리독이다.

서울동물원 동물운영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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