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의도 포럼-이경숙] 지식의 전승과 사회공헌 기사의 사진

프랑스어로 ‘고귀한 신분에 따르는 도덕적 의무’라는 뜻의 ‘노블레스 오블리주(Noblesse oblige)’. 이 말은 유럽의 상류층에 그 뿌리를 두고 있는데, 시대와 국가를 뛰어넘어 사회를 지켜가는 버팀목 역할을 해왔다.

로마시대 귀족들은 평민보다 많은 세금을 부담하고, 전비조달을 위한 국채 발행 시 평민들에게 부담을 주지 않아 존경받았다. 존경받는 지도층을 중심으로 단결하여 강성해진 로마는 사회적 역량을 바탕으로 명장 한니발의 카르타고 군대를 대파하고 유럽을 주도하게 된다. 팍스로마나(Pax Romana)가 실현되고 나서도 많은 귀족들이 공공사업에 자신의 재산을 기부하는 것을 명예롭게 여겼다.

존경받는 지도층이 버팀목

현대 스웨덴의 명문가인 ‘발렌베리’ 가문은 스웨덴 GDP의 약 30% 정도를 차지하는 발렌베리그룹을 이끌고 있다. 우리 귀에 익숙한 기업으로 에릭슨이나 사브, 엘렉트로룩스 같은 기업들이 그 소속이다. 5대에 걸쳐 150년을 지켜온 이 가문의 가훈은 ‘존경받는 부자가 되어라’는 것. 이 그룹 산하기업들의 시가총액은 스웨덴 증시의 50%를 넘는 엄청난 규모지만, 가문이 보유한 주식과 재산은 다 합쳐도 약 320억원 정도다. 스웨덴의 내로라하는 부자들보다도 상대적으로 재산이 적은데, 그 이유는 그룹의 이익이 모두 재단으로 들어가기 때문이다. 이 가문이 기부와 자선에 쏟는 진정성은 생활태도에서도 배어나는데, 어릴 때부터 형제자매의 옷을 물려 입는 것 정도는 너무나 기본적이고 당연한 전통이다. 사소한 생활에서부터 기업 경영에 이르기까지 이들이 앞장서 모범을 보임으로써 스웨덴 국민들로부터 존경받게 된 것이다.

이처럼 시대와 나라마다 형태나 분야는 다르지만 지도층이 솔선수범하여 사회에 공헌하는 전통은 그 나라의 힘을 모으고 키우는 데 큰 역할을 해 왔다. 21세기 한국에도 노블레스 오블리주를 추구하는 다양한 각도의 노력이 절실하다.

이번 학기에 한국장학재단을 통해 학자금 대출을 받은 학생은 약 40만명, 국가장학금을 받은 학생은 약 12만5000명에 이른다. 재단은 이들을 포함한 우리의 젊은이들을 능력과 인성을 갖춘 대한민국의 미래인재로 육성하기 위해 새로운 프로그램을 준비 중이다.

필자는 이를 ‘한국인재 멘토링 네트워크’의 줄임말인 ‘한국 멘토넷’이라고 부르는데, 우리나라 각 분야 CEO와 저명인사 100분께서 뜻을 함께해 주시기로 했다. 사회와 국가로부터 부여받은 많은 기회의 바탕 위에 최고의 자리까지 성장한 분들이 자신의 경험과 지식을 젊은 인재들에게 전수함으로써 스스로 받았던 유무형의 혜택을 사회에 환원하겠다는 것이다.

‘한국멘토넷’에 기대 커

한국 멘토넷에 참여하는 분야별 지도자들은 그 분야에 관심있는 10명의 멘티들과 한 달에 두 번 정도 만나 인생의 선배로서 줄 수 있는 교훈과 함께 해당 분야에 대한 전문적인 상담역을 해줄 것이다. 멘티 학생들로서는 참으로 소중한 기회를 얻게 되는 것이고, 멘토로 참여하실 분들도 큰 기대감과 설렘을 표현하셨다. 광주과학기술원, 울산과학기술대, 포항공대, 한국과학기술원 등 4개 이공계 대학과 조만간 협약을 맺어 국가장학금을 받는 해당 대학의 젊은 인재들이 고등학교에서 추천받은 학생들을 대상으로 지식나눔 활동을 전개하도록 도울 예정이다.

경제적인 기부를 통해 사회에 환원하는 것도 노블레스 오블리주의 중요한 방식이다. 더불어 어렵게 성취한 수준 높은 경험과 지식을 후배 세대에게 전수하는 또 하나의 사회공헌이 태동하고 있다. 대학생부터 지도층에 이르기까지 참여하는 ‘지식으로 펼치는 노블레스 오블리주’가 우리사회에 신선하고 감동적인 바람을 일으켜 사랑의 띠로 엮어지기를 기대해본다.

이경숙 한국장학재단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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