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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화종칼럼] 북한, 後果는 헤아려 봤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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쌀값 하락을 막기 위해 정부가 쌀 20만 톤을 추가 수매한다는 게 지난 주말의 주요 뉴스였다. 정부 비축 쌀만 90만 톤이고, 남는 쌀은 모두 128만 톤에 이른단다. 정부의 쌀 보관비용만도 연간 6000억 원이다. 온갖 쌀 소비 진작책을 권장하고 보상까지 해주면서 벼농사를 만류해도 쌀은 남아돌기만 한다.

북한의 김일성 주석은 1956년 천리마 운동을 시작하면서 “인민들이 이밥에 고깃국을 먹는 사회”를 약속했다. 그러나 그로부터 반세기도 더 지난 금년 초 김정일 국방위원장은 “인민들이 강냉이밥을 먹는 게 가슴 아프다. 이제 내가 할 일은 우리 인민들에게 흰 쌀밥을 마음껏 먹게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더 딱한 것은 강냉이밥도 없어 아사자들이 속출한다는 소식이다.

어쩌자고 일을 더 꼬이게 하나

안타까운 노릇이다. 남쪽에선 쌀이 처치 곤란인데 북쪽에선 동포들이 굶어죽고 있으니 말이다. 또 이쪽에서 쌀을 보내주고 싶어도 저쪽에서 한사코 빗장을 걸어 잠그니 답답하다.

북한은 지난 23일 “이산가족면회소 등 금강산관광지구에 있는 남조선 당국 자산 5개 대상을 전부 몰수한다”고 발표했다. 또 현대아산 등 민간 기업들의 자산 몰수와 개성공단에 대한 극단의 조치 가능성도 내비쳤다. 장기간의 관광 중단으로 입은 피해에 대한 보상 조치라는 것이다.

그러나 관광 중단은 재작년 금강산에서 박왕자씨가 북한군의 총격으로 사망한 사건과 관련하여 진상규명과 관광객 신변안전보장 등 우리의 요구를 북한이 외면한 데 따른 조치로서, 그 책임이 북한에 있다. 또 자산몰수는 투자자산보호를 규정하고 있는 남북한 합의와 국제규범을 깬 것이다.

북한의 억지와 생떼야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니 더 길게 얘기할 필요가 없겠다. 궁금하고 걱정스러운 것은 이 같은 막가파식 행위가 자신들에게 돌아갈 부메랑 효과, 즉 저들이 즐겨 쓰는 말로 후과(後果)를 스스로 헤아려봤는지 하는 점이다.

말도 안 되는 일이지만, 북한이 이번 조치에 이어 민간 자산까지 압수할 경우 우리 정부 당국과 민간 기업들이 입을 피해가 많게는 1조원을 넘으리라는 추산이다. 또 북핵 6자회담이 불투명해지는 등 한반도 정세가 불안해지는 것도 불가피하다. 그러나 그 정도의 재산상 피해는 (정부가 민간 기업들에 대해 대책을 마련해준다면) 충분히 감당할 수 있다. 한반도 정세 문제도, 이번 일로 우리는 한·미동맹 등 우방들과의 안보 유대가 더욱 강화되는 대신 북한은 더욱 고립될 게 틀림없다. 결론적으로 이번 조치가 남한에 결정적 타격은 주지 못하리라는 얘기다.

얻을 건 적고 잃을 건 많다

반면에 북한이 잃을 것은 너무 많다. 당장 남한은 물론이고 다른 나라들과 국제 구호기구들까지 대북 식량 지원 계획을 철회하거나 재검토하고 있다. 식량 지원이 없을 경우 북한은 300만 명이 굶어죽었다는 ‘90년대 고난의 행군’을 다시 해야 할지도 모른다. 북한은 새 사업자를 통해 외국인을 상대로 금강산 관광사업을 계속하겠다는 생각이다. 그러나 단언컨대 그 사업은 성공할 수 없다. 금강산 관광이 시작된 1998년부터 중단된 2008년까지 남한 관광객은 약 200만 명으로 연 평균 20만 명이었다. 어디서 어떻게 그 숫자의 외국인 관광객을 유치할 수 있겠는가. 북한은 나진·선봉지구 등에 해외 자본을 유치하려 하고 있다. 이 또한 남한 자산을 일방적으로 몰수하는 행태를 보고 북한에 투자하려는 해외 기업이 있을까 의문이다. 이밖에도 북한은 국제사회에서 상종 못할 상대가 돼 경제 제재와 함께 외교적 왕따를 당할 게 틀림없다.

이상은 북한의 금강산 조치에 따른 ‘후과’의 일부만 추정해본 것이다. 여기에다 황장엽씨 암살을 위한 간첩 남파 사건이 보태지고, 만일 천안함 사건이 북한의 소행으로 결론 난다면 정말 북한이 거둬야 할 ‘후과’가 어떨지 상상이 안 된다. 북한이 남북 관계 개선과 한반도 평화를 위해 핵개발 포기 등 최선을 다해도 모자랄 판에 왜 이러는지 모르겠다. 두 발을 들고 수레바퀴를 막아보겠다는 사마귀(당랑거철 螳螂拒轍)에 빗댄다면 핵무기를 가지고 있다는 저들이 어떤 반응을 보일까.

전무이사 wjbaek@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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