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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규홍의 식물이야기] 우리 심성을 닮은 토종 목련

[고규홍의 식물이야기] 우리 심성을 닮은 토종 목련 기사의 사진

목련은 1억4000만년 전인 백악기 때의 화석에서도 발견될 만큼 오래된 식물이다. 그 종류 또한 대단히 많다. 세계적으로는 200종이 넘는데, 여기에 끊임없이 선발하는 새 품종까지 합하면 그보다 훨씬 많은 종류가 있는 셈이다.

꽃 한 송이에 20∼40장의 가늘고 긴 꽃잎이 모여서 피어나는 별목련, 노란 색의 꽃을 피우는 황목련, 또 여름에 꽃을 피우는 미국산 태산목이나 꽃 한 송이의 지름이 40㎝나 되는 목련까지 빛깔과 모양이 천차만별이다. 모두가 화려한 꽃을 피운다는 점에서 목련은 봄의 대표적 상징임에 틀림없다.

충남 태안 천리포수목원은 목련과의 나무 수집에 있어서 세계적으로도 널리 알려진 곳이다. 이곳에서는 4000여 종, 1600그루의 목련을 키우고 있어서 여러 종류의 목련들을 한꺼번에 비교하며 감상할 수 있다. 바닷가에 면한 탓으로 비교적 개화기가 늦은 이곳의 목련들은 이번 주말쯤 절정을 이룰 듯하다.

천리포수목원에서 볼 수 있는 많은 종류의 목련 가운데 무엇보다 눈길을 끄는 것은 우리 토종 목련이다. 제주도에서 자생하는 우리 목련은 일본인 학자가 세계 학회에 먼저 등록하는 바람에 일본식 이름인 ‘고부시’로 알려졌다. 고부시는 이 꽃의 꽃봉오리가 주먹처럼 생겼다 해서 붙인 이름이다. 이 때문에 일부 외국 식물도감에서는 우리 목련의 고향을 일본으로 기록하기도 했다.

우리 목련은 중국산 백목련과 비슷하지만, 꽃 모양이 다르다. 백목련 꽃이 꽃잎의 끝 부분을 오므리며 피어나는 것과 달리 우리 목련은 처음부터 꽃잎을 활짝 펼치고 피어난다.

대개 반쯤 입을 연 백목련 꽃의 수줍어하는 모습을 좋아하는 사람들에게 이 같은 우리 목련 꽃은 다소 생경할 수 있다. 꽃잎을 곧추세우지 않고, 늘어져 흐느적거리기 때문에 맥이 빠진 듯한 느낌이라는 이유다. 그러나 이 꽃을 한참 바라보면 부는 바람에 몸을 내맡기며 자연에 순응한 우리 민족의 심성을 찾아볼 수 있다.

바람 따라 햇살 따라 보금자리를 옮기며 끊임없이 제 영역을 넓혀가는 생물의 국적을 고집하는 건 난센스일 수 있다. 그러나 토종 식물에서 민족의 심성을 찾아볼 수 있다는 건 즐거운 깨달음이 된다. 의식하든 않든 사람은 자신이 딛고 있는 땅에서 사는 식물 동물의 살림살이를 닮을 수밖에 없다. 그것이 바로 우리와 함께 살아온 토종 식물을 더 아끼고 보존해야 할 절실한 까닭이다.

천리포수목원 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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