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본 옛 그림] (17) 연꽃 보니 서러워라 기사의 사진

한적한 여름날 오후 별당의 뒤뜰. 연못 가득 푸르촉촉한 잎들이 살을 부비며 연연한 티를 뽐낸다. 그 사이로 두어 송이 연꽃, 연분홍빛 봉오리가 수줍다. 꽃들의 생기는 색에서 드러난다. 붉고 푸른 태깔은 목숨붙이의 복받치는 새뜻함이다.

혜원 신윤복의 붓은 그러나 연꽃의 발랄한 생기에 멈추지 않는다. 이야기는 그 뒤편에 있다. 툇마루에 걸터앉은 여인은 기녀다. 댕기 달린 트레머리로 멋을 부렸다. 하지만 좁은 어깨가 안쓰럽고 앉음새가 방자하기 그지없다. 갸름한 얼굴에 애처로움이 남아있대도 우두망찰 넋 놓은 표정은 어여쁘기보다 수심에 그늘졌다.

그녀의 꽃다운 생기는 갔다. 한발을 주춧돌에 올린 채 털퍼덕 주저앉은 저 품새를 봐라. 조선판 ‘쩍벌녀’다. 단속곳이 훤히 보이게끔 가랑이를 벌린 꼴이 도발은커녕 남세스럽다. 환락의 한밤, 그녀는 손에 든 생황으로 한량의 여흥과 취객의 수작에 곡조를 맞췄다. 새고 나면 그녀의 허탈을 달래줄 것이 무에 남았을까. 담뱃대에 꾹꾹 눌러 담은 심심초는 간밤의 속 쓰림을 더해 줄 따름이다.

그녀가 무연히 연꽃을 본다. 환한 햇살 받아 곱다랗게 피어난 꽃. 연꽃은 진흙탕 속에서 자라도 한 점 더러움에 물들지 않는다. 꽃이 부끄러운 여자의 회한이 애오라지 서럽다.

손철주(미술칼럼니스트·학고재 주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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