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서영은] ‘46용사’는 예수의 나사로입니다 기사의 사진

오늘 우리는 당신들과 작별하는 의식을 가지려 합니다. 지난 25일부터 서울광장과 여러분의 근무지에서 많은 분들을 만나셨지요? 대통령 이하 정부 요직 인사들, 국회의원들이 여러분 앞에서 고개 숙이는 말씀들을 들으셨지요? 거수경례를 하는 군 동기들이 슬픔을 참으며 눈시울을 붉히는 모습도 보셨지요? 바람 불고 비 오는 날씨에도 부모님 손잡고 나온 어린 동생들과 나이 많으신 어른들이 떨리는 손으로 바치는 국화꽃도 받으셨지요? 시민들의 발걸음이 한밤중에도 긴 줄을 만들고 있는 것을 애도기간 내내 보셨지요?

저도 어제 분향소를 갔습니다. 긴 줄의 끝에 서서 차례를 기다리는 동안, 그 비보를 처음 접한 날부터 스크랩해온 신문 기사들을 맘속으로 차례차례 넘겨 보았습니다. 아! 어떻게 그 큰 배가 두 동강이 나서 침몰할 수 있단 말인가, 하는 놀라움은 잠시, 내의 바람으로 가까스로 탈출한 생존자들의 소식에 안도했는가 하면, 실종된 수병들도 상당수 있다는 소식에 염려와 근심으로 잠을 이룰 수 없었습니다.

분단 현실 뼈아프게 실감

곧이어 사고 원인을 추측하는 수많은 설들과 동강나는 선체의 시뮬레이션 영상을 볼 때마다, 승선했던 승조원들의 외마디 비명소리가 들리는 듯하여, 얼굴을 고통스럽게 감싸야 했습니다. 국방장관이 마른 입술을 축이며 기자회견을 했고, 수색작업을 하는 동안, 천금보다 귀한 자식과 사랑하는 남편, 형제의 무사귀환을 빌며 우리 모두 가슴 졸이며 함께 기도했습니다.

그러는 사이, 우리는 조국의 허리를 동이고 있는 휴전선 곳곳에 아직도 수많은 지뢰가 묻혀 있다는 현실을 잊은 채, 지극히 위태롭고 한시적인 평화를 허탄하게 누리고 있었음을 뼈아프게 실감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국토의 삼면을 둘러싼 바다, 그 보이지 않는 심해가 언제라도 어뢰나 기뢰의 공격을 받을 수 있는 취약지임에도, 그 위에 멋진 요트를 띄워 관광지로 개발할 꿈에 부풀어 있었습니다. 반백년 이상 접근이 금지된 비무장지대에 희귀동식물들이 다수 서식하고 있는 것에 감격하여 그곳도 관광지로 개방할 계획을 세우고 있었습니다.

천암함의 침몰, 당신들의 무고한 희생이 우리의 안이한 안보의식에 비수를 꽂았습니다. 그럼에도 우리는 아직, 당신들의 목숨을 앗아간 사고원인을 분명히 밝히지 못한 채, 차디찬 주검이 되어 우리 곁으로 돌아온 사랑하는 이들을 눈물로 맞이할 수밖에 없습니다.

하지만 46인의 영령이 되신 여러분들은 이미 알고 있을 것입니다. 우리의 눈물이 나사로를 잃은 마리아, 마르다의 슬픔처럼 온전히 알지 못하고 온전히 믿지 못하는 데서 연유하는 것임을. ‘주께서 여기 계셨더라면 내 아들이 죽지 아니하였겠나이다’ 하며 통곡하는 당신들의 어머니를 오히려 안타까이 바라보고 있는 것은 아닌지요?

당신들의 어머님뿐만이 아니지요. 수많은 믿음의 식구들 또한 예수께서 이르신 말씀 ‘나는 부활이요 생명이니 나를 믿는 자는 죽어도 살겠고, 무릇 살아서 나를 믿는 자는 영원히 죽지 아니하리니 이것을 네가 믿느냐’ 하신 말씀이 있음에도, 우리는 ‘기뢰냐, 어뢰냐, 내부 폭발이냐’ 하는 원인을 두고 여태까지 시비하고, 잠수인력과 쌍끌이 어선까지 동원하여 시신을 찾는, 세상의 방법만이 전부인 듯 당신들의 죽음을 믿음과 무관하게 생각했습니다.

늠름한 영정 앞에 기도 올려

바로 이때야말로 우리는 예수께서 ‘내 말이 네가 믿으면 하나님의 영광을 보리라’ 하신 말씀 그대로, 당신들을 향해 ‘범구야, 나오라’ ‘창기야, 나오라’하고 큰소리로 담대하게 불렀어야 했습니다. 당신들의 살아 돌아옴을 예수님 재림 때까지 미룰 것이 아니라, 지금 이때 우리의 믿음으로 ‘나사로가 수족을 베로 동인 채로 나온 것같이’ 당신들을 살아 돌아오게 했어야 했습니다.

우리의 사랑하는 자들이여, 우리의 믿음이 장성한 분량으로 채워질 때까지 잠시만 기다려 주시기를. 그때가 되면 우리도 ‘내 아들, 내 남편, 내 형이 잠들었도다. 이제 내가 깨우러 가노라’ 하여, 하나님께 영광드릴 때가 올 것입니다. 꽃으로 둘러싸인 여러분들의 늠름한 사진을 보고 또 보며 꽃을 바치고 기도 드렸습니다.

서영은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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