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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진선의 동물이야기] 사슴들의 발랄한 봄

[배진선의 동물이야기] 사슴들의 발랄한 봄 기사의 사진

봄은 동물들에게 출산의 계절이다. 풀이 자라기 시작하는 봄에 새끼를 낳아 여름, 가을 동안 잘 자라야 먹을 것이 부족한 겨울을 새끼 스스로의 힘으로 견뎌낼 수 있기 때문이다.

사슴들도 봄이 한창인 4, 5월에 새끼를 낳는다. 어미 사슴은 분만이 임박해 오면 무리에서 떨어져 나와 아늑한 곳을 찾아 새끼를 낳고, 출산 후에는 새끼의 털을 혀로 핥아주면서 털이 빨리 마르도록 해준다. 그러면서 어미는 새끼의 냄새를 기억하게 된다.

출산을 마친 어미는 새끼를 풀숲에 두고 혼자 무리로 돌아간다. 갓 태어난 어린 새끼는 어미를 따라 움직일 수 없기 때문에 어느 정도 자랄 때까지 그 곳에 숨겨두고, 주기적으로 찾아와 젖을 주고 간다. 어미는 새끼와 떨어져 있어도 바람을 타고 온 냄새를 통해 새끼가 위험한지, 배가 고픈지를 알 수 있다. 새끼가 오직 자기의 어미만이 알 수 있는 냄새신호를 바람에 실어 보내기 때문이다.

새끼는 배가 고프면 소리 내어 우는 대신 눈 밑에 있는 분비샘에서 분비물을 더 많이 내보면 그 냄새로 판단해 새끼에게 돌아가 젖을 먹인다.

암컷에게 봄이 출산의 계절이라면 수컷에게는 다음 번식을 준비하는 시간이다. 수컷들에게 중요한 것은 번식에 참여할 수 있는가이다. 봄 동안 수컷들은 가을에 벌어질 번식 경쟁에서 이용할 무기인 뿔을 키운다. 뿔은 2∼3월부터 수사슴의 머리 위에서 자라기 시작해 사슴 종류에 따라 60∼140일 걸린다. 빠를 때는 하루에 2㎝까지 자라고, 건강한 엘크 사슴은 약 100일 동안 10㎏이 넘는 뿔을 만들어낸다. 봄에 한창 자라나고 있는 뿔은 솜털로 덮여 있고, 속은 스펀지 형태에 혈액이 가득 차 있어 말랑말랑하고, 살짝만 스쳐도 쉽게 상처를 입는다.

그래서 매년 번식기가 되면 서로 싸우던 수컷들도 봄에는 행여나 뿔이 다칠세라 싸움 한번 없이 지낸다. 수컷들은 잘못해서 뿔에 상처를 입으면 그 해의 번식 경쟁에서 밀려날 수밖에 없기에 모든 에너지를 뿔을 키우는 데 집중한다.

새 식구들을 맞는 동물원 사람들에게 봄은 바쁘면서도 가슴 설레는 시간이다. 특히 지금 태어나는 아기동물들은 유난히 추웠던 진난 겨울을 잘 이기고 태어나주어 더 고맙고 각별하다.

배진선 서울동물원 동물운영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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