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의도 포럼-임성준] 한식 세계화 제대로 해보자 기사의 사진

업무 관계로 해외여행을 많이 하다 보면 출장일을 전후로 조금은 시간적 여유를 가지는 경우가 있게 된다. 그런 때 레스토랑을 찾아 현지 음식을 먹어보기도 하는데 미쉐린 가이드라는 식당 안내서만큼 편리한 책은 없으리라.

지난달 베니스대학 특강을 마치고 북이탈리아 알프스의 돌로미티 산간 마을을 찾은 일이 있다. 미쉐린 가이드에서 별 하나짜리 식당을 발견하고 조금 이른 시간에 저녁식사를 하기 위해 문을 열고 들어섰으나 별로 손님들이 보이지 않아 약간 의심이 들기도 했다. 메뉴를 보니 합리적인 가격에 셰프가 알아서 요리해주는 세트 메뉴가 있어 주문했다. 여섯 가지 코스로 구성된 요리는 시골 마을 식당이라는 선입관을 완전히 뒤엎고 미각을 매우 행복하게 만족시켜 주었다. 다시 한번 미쉐린 가이드의 위력을 실감하고 있노라니 작지 않은 식당 홀에 손님들이 어느새 꽉 찬 것을 발견했다.

수준급 한국 식당 늘려야

주로 프랑스 이탈리아 등 서유럽 국가들의 식당을 평가해 별로 등급을 매긴 뒤 이를 안내책자로 발간해 온 미쉐린 식당 가이드북은 얼마 전부터 뉴욕 등 미국의 주요 도시로 영역을 확대했으며 최근에는 일본에 상륙, 미식가들과 관련 음식산업계에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2009년 발표에 의하면 도쿄의 약 16만개 식당 중 별 세 개 식당이 11곳, 두 개가 42곳, 한 개가 무려 144곳이 선정돼 놀랍게도 파리, 뉴욕을 앞지르게 되었다. 조만간 중국의 식당으로도 진출할 계획이란다. 우리나라에 대한 진출 소식은 아직 접하지 못하고 있다. 한국 음식의 세계화를 위해서는 반드시 통과해야 할 관문이라 생각된다.

한식은 우리 민족의 오랜 역사만큼 긴 세월 동안 우리 문화의 자랑스러운 한 부분으로 발전해 왔다. 거기에는 맛뿐 아니라 건강의 지혜도 담겨 있다. 한국을 찾는 수많은 외국인이 한식에 매료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그러나 아직까지는 세계인들에게 제대로 알려지지 못하고 있다. 최근 급상승하고 있는 우리나라의 국제적 위상에 비추어 이명박 정부는 과거 구호에 머물고 있었던 한식 세계화를 주요 시책의 하나로 적극 추진하고 있음은 매우 고무적이다.

문제는 방법이다. 음식 세계화 작업은 면밀한 계획과 많은 시간이 소요되는 일이다. 한식 세계화의 효과적인 추진을 위해 몇 가지 제안을 해본다.

우선 세계인들이 제대로 된 한식을 접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어 주어야 한다. 물론 LA나 뉴욕의 한인타운에는 한국 식당이 많이 있지만 필자가 말하는 식당은 미쉐린 가이드 등급은 못되더라도 그 나라의 여론주도층이나 음식 전문가들의 높은 평가를 받을 수 있는 정도의 제대로 된 음식문화 공간을 의미한다. 일례로 미국의 수도 워싱턴DC에는 우리 대사관이 있을 뿐 아니라 미 의회와 행정부 등 주요 기관들이 밀집해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런 한식당이 한 곳도 없어 공관원들이나 출장자들이 미국 인사들을 한식에 초대하기 어려운 불편을 오랫동안 겪고 있다. 사정은 유럽의 파리, 런던도 마찬가지다. 이들 도시에 최고급 한식당을 정부 지원으로 운영함으로써 이들 나라의 여론주도층이 제대로 된 한식을 접하게 하는 동시에 수많은 영세 한인식당들로 하여금 벤치마킹하도록 해 한식당의 수준을 높이는 일석이조 효과를 볼 수 있을 것이다.

장단기 현지 홍보 전략 필요

둘째, 꾸준한 홍보와 광고가 이뤄져야 한다. 단기적으로는 외국의 주요 TV에 한식만들기 프로그램이 방영되도록 해야 하며, 장기적으로 영어, 불어 등 외국어로 한식을 만들면서 소개할 수 있는 유명 스타 셰프를 양성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국내에서 외국인들이 손쉽게 한식을 찾을 수 있도록 고급 호텔에는 한식당을 의무적으로 개설토록 해야 한다. 특히 대부분 양식으로 제공되는 결혼식 등 각종 연회에서도 우리 음식이 차려질 수 있도록 우리 스스로 한식 사랑에 앞장서야 할 것이다.

임성준 (한국외국어대 석좌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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