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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화종 칼럼] 전교조 명단 일단 내려라

[백화종 칼럼] 전교조 명단 일단 내려라 기사의 사진

저항권이라는 게 있다. 요약하면, 헌법에 보장된 국민의 기본권이 국가권력의 불법적 행사에 의해 침해됐으나 합법적으로 이를 구제할 다른 수단이 없을 때 불복하거나 실력으로 저항할 수 있는 권리를 말한다. 유신 등 권위주의 정권시절 민주화 투쟁을 하던 이들이 애용했던 법 이론이다.

노이즈마케팅이라는 게 있다. 논란을 일으켜 상품에 대한 관심과 매출을 올리려는 판매 전략이다. 연예인이 스캔들로 세인의 주목을 받으려는 전략도 이의 하나이다.

저항권 행사? 노이즈마케팅?

한나라당 조전혁 의원이 홈페이지에 전교조 명단을 올렸다. 법원은 전교조의 요구대로 명단 공개를 중단하라는 가처분 결정을 내렸다. 조 의원이 거부했다. 법원은 다시 조 의원이 가처분 결정에 따르지 않을 경우 이행강제금으로 하루 3000만원씩을 전교조에 주라고 판결했다. 조 의원은 그래도 명단 공개를 계속하겠다는 입장이다. 뿐만 아니라 다수의 한나라당 의원들이 전교조 명단 공개에 동참하고 나섰다. 보수 성향의 시민단체들도 조 의원을 위한 성금 모금 등으로 성원하고 있다.

이처럼 조 의원 등이 법원의 판단에 맞서는 것은 저항권의 행사일까, 노이즈마케팅일까.

조 의원 등은 법원의 판단이 국민의 기본권인 알 권리와 국회의원의 고유 권한을 침해하는 것이기 때문에 받아들일 수 없다는 것이다. 재판이라는 국가 권력이 잘못 행사돼 국민의 기본권과 국회의원의 권한이 침해된 데 대해 맞서는 것이라는 주장인데, 그대로라면 저항권의 행사로도 보인다. 그러나 저항권이 성립하려면 침해된 권리를 합법적으로는 구제받을 다른 수단이 없어야 하는데, 그들이 법원에 의해 침해됐다고 주장하는 권리는 헌재에의 권한쟁의심판 청구나 상급 법원에의 항소 등을 통해 구제받을 여지가 남아 있다. 저항권의 조건을 충족시키지 못하는 것이다.

그 대신 한나라당 의원들이 이 문제를 확대 부각시키는 것은 법원의 시국 사건 판결들에 대한 불만의 표출인 동시에, 그들은 부인할지 모르나, 노이즈마케팅의 효과도 겨냥했다고 봐 무리가 아니다. 보수 한나라당으로서는 전교조 문제를 이슈화하여 보·혁, 좌·우 대결 구도를 강화하는 게 곧 있을 지방선거에서 손해가 아니라는 계산을 했음직하다. 그러한 전략은 천안함 사건과 함께 보수 성향의 유권자들을 결집시키는 효과를 발휘할 것임에 틀림없다.

선거인가? 국가경영인가?

문제는 그러한 계산이 당장은 맞아떨어져 선거에서는 득이 될지 모르겠으나, 앞으로 집권 여당으로서 국가를 경영하는 데는 멍에가 될 우려가 있다는 점이다. 입법기관인 국회의원들이 법원의 판단이 자신의 생각과 다르다고 그에 불복하겠다는 건 민주주의의 기본인 삼권분립원칙을 부인하는 것이다. 특히 여당 의원들에 의해 삼권분립의 원칙이 부인되고, 그래서 법원의 판결이 무시된다면 국가는 골격이 무너져 유지될 수 없다. 또 그동안 야당과 진보단체 등의 실정법 무시 행위를 국가질서 파괴의 주범으로 비난해왔던 여당은 야당이나 진보단체 등이 법원의 판결에 불복하고 저항할 경우 무슨 명분을 가지고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

조 의원은 명단 공개를 계속하면서 헌재에 권한쟁의심판을 청구하여 법원 판단의 잘못을 바로잡겠다고 한다. 그러나 법원의 판단을 인정치 않겠다면서 다시 사법기관에 호소하겠다는 게 좀 어색해 보인다. 그곳의 결정도 자신의 생각과 다르면 또 이를 거부할 것인지, 그리고 명단공개를 계속해 당장 하루 3000만원씩의 이행강제금을 집행하려 할 때엔 이에도 불복할 것인지 모두 궁금하다.

기자는 이러한 난제들을 한꺼번에 해결하는 방법은 한나라당 의원들이 일단 법원의 판단을 받아들여 명단 공개를 중단하는 것이라고 본다. 그러고 나서 관련법을 개정하거나 헌재의 결정 등을 통해 자신의 주장을 관철시킨 뒤 다시 공개해도 되리라는 생각이다. 그들의 생각이 옳다면 헌재나 상급법원에서 그 주장이 받아들여지지 않겠는가. 정치인이라면 선거를 의식하지 않을 수 없겠지만, 국가 경영의 큰 틀을 더 많이 생각해야 한다.

백화종 전무이사 wjbaek@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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