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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규홍의 식물이야기] 매화마름의 기특한 생존법

[고규홍의 식물이야기] 매화마름의 기특한 생존법 기사의 사진

매화마름이라는 식물이 있다. 봄이면 논에서 지천으로 하얗게 피어나는 식물이어서 잡초로 여겼지만, 개체 수가 급격히 줄어들어 환경부 지정 멸종위기 식물 2급으로 보호하는 희귀식물이다.

다섯 장으로 하얗게 피어나는 꽃이 물매화를, 잎은 붕어마름을 닮아서 매화마름이라는 이름이 붙었다. 매화마름은 강화도에서 전북 고창까지 서해안 지역의 논에서 자라는데, 환경의 변화에 비교적 민감한 편이다. 우리나라 외에는 일본에서만 자라는 특산식물이다.

꽃은 활짝 피어야 지름 1㎝밖에 안 될 만큼 작다. 사흘 동안 해가 뜨는 오전에 활짝 벌어졌다가, 해가 지면 오므라든다. 꽃잎 안쪽에는 여러 개의 꽃술이 있고 주변에 노란 색 무늬가 있어 작지만 화려한 모양을 갖췄다. 꽃송이는 작지만, 무리를 지어 자라기 때문에 꽃이 필 때는 눈에 잘 띈다.

논이라는 특별한 환경에서 살아가는 매화마름은 대부분의 수생식물들과 마찬가지로 줄기의 속이 텅 비었다. 산소를 공급하고 내쉬는 숨을 토해내는 통로로 이용하기 위해서다. 또 줄기에 대나무처럼 마디가 형성되는데, 이 마디마다 잎이 나고, 꽃자루가 돋는다.

꽃가루받이를 마치면 매화마름은 꽃 한 송이에서 20개 넘는 씨앗을 맺어 물 위에 흩뿌린다. 또 이때에는 물속의 마디에 뿌리를 내린다. 농부들이 논을 갈아엎을 때 살아남기 위해 작은 식물이 비법을 준비한 것이다. 하나의 개체가 산산이 부서지는 상황을 대비해 작은 마디 하나만으로도 다시 땅 속에 자리잡기 위한 대책이었다. 씨앗은 씨앗대로, 뿌리는 뿌리대로 새로운 개체로 자라나 이듬해를 기약하는 것이다.

자생지가 급격히 줄어들었지만, 최근 유기농법의 확대와 환경 복원 등의 노력으로, 여러 곳에서 매화마름 자생지가 발견되는 희소식도 있다. 지난달에는 천리포수목원이 태안군 신덕리 3만3000㎡ 규모의 논에서 매화마름 군락지를 확인했다. 이는 지금까지 발견된 매화마름 군락지로서는 최대 규모다.

환경이 알게 모르게 변화하는 사이에 우리와 더불어 살아가던 생물들은 말없이 신음하며 사라져간다. 자생 식물이 사라져간 결과를 곧바로 확인할 수 없다는 건 얄궂은 일이다. 불행하게도 하나의 자생 식물이 사라진 결과가 치명적임을 확인하는 순간은 이미 돌이킬 수 없는 상태가 됐을 때다. 늦기 전에 사라져가는 우리 식물을 더 꼼꼼히 돌아보아야 하겠다.

천리포수목원 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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