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본 옛 그림] (18) 가려움은 끝내 남는다 기사의 사진

콧등이 뾰족하고 털이 부슬부슬하다. 긴 꼬리와 만만찮은 덩치로 봐 토종개는 아니다. 뒷다리로 가려운 곳을 벅벅 긁는 꼴이 우습다. 생생한 실감은 놀랍다. 터럭 한 올까지 세심하게 묘사해 촉감이 고스란히 전해진다.

그린 이는 김두량이다. 그는 신통한 그림 실력으로 영조에게 융숭한 대접을 받았다. 빼어난 재주가 이 그림에서 유감없이 발휘됐다. 색칠하지 않고 먹으로만 그렸는데 개의 근골과 부피감이 또렷하고 음영이 살아 있다. 그 시대에 벌써 서양화 기법을 익힌 덕분이다.

개는 흔히 나무 아래 있는 모습으로 그려진다. 전문가들의 해독을 따라가면 그 까닭이 나온다. 개를 뜻하는 한자가 ‘술(戌)’이고 나무는 ‘수(樹)’인데, 이들 한자가 지킨다는 의미의 ‘수(戍, 守)’와 발음이 닮았다. 개는 모름지기 집을 잘 지켜야 한다. 나무 아래의 개는 도둑 들지 말라는 뜻이다.

개는 지금 심히 가렵다. 뒷다리로 부지런히 긁적거리지만 끝내 후련치 않다. 나머지 다리가 버둥거리고 어깨가 덩달아 들썩거린다. 요놈 표정도 마뜩잖은 심사다. 중국의 근대화가 치바이스가 말했다. “세상 모든 것을 그려낸 내 손으로도 가려운 곳 긁어주기는 힘들더라.” 살다 보면 일쑤 가렵다. 내남없이 시원하게 긁어주기가 어렵다.

손철주(미술칼럼니스트·학고재 주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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