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형용 칼럼] 전교조 어떻게 변해야 하나 기사의 사진

“똑똑한 젊은 교사 등 6만여명이 타도의 대상 된다면 국가적인 손실이다”

한나라당 조전혁 의원이 인터넷 홈페이지에 공개했던 전교조 교사 명단을 4일 만에 내렸다. “하루 이행강제금 3000만원씩은 귀족 노조를 돕는 것이기 때문”이라고 했다. 명단 공개 중단에는 “마누라의 살 권리도 인정하라”는 부인의 문자 메시지 호소도 작용했다고 한다.

어쨌든 조 의원의 소신은 평가할 만하다. 전교조가 좌편향 이념 교육이나, 시국선언 등 정치 투쟁으로 교육 현장을 망쳤던 만큼 누가 내 자녀를 가르치는지 궁금한 ‘학부모의 알 권리’를 강조했다는 것이 조 의원의 명단 공개 논리다. 또 명단을 공개한 첫날 목적을 달성했음에도 법원의 결정에 불복하여 1억2000만원 이행강제금을 감수한 것도 정치적 소신으로 이해할 만하다.

문제는 한나라당 의원 9명이 릴레이 명단 공개를 한 행동이다. 법원의 판결에 문제가 있고, 따라서 못마땅하더라도 법을 만들고 고치는 입법부의 의원들이 떼를 지어서 스스로 법치주의를 부정해 버린다면, 나라꼴이 뭐가 되겠는가. ‘악법도 법이다’라며 독배까지 든 소크라테스 앞에 부끄러운 일이다.

이번 판결을 내린 판사는 진보 성향의 판사모임인 ‘우리법 연구회’ 소속도 아니라고 한다. 그런데도 집권당 의원들이 사법부에 집단 맞짱뜨기로 나선다면 이거야말로 ‘사법부 길들이기’로밖에 해석되지 않는다.

한나라당 의원들의 집단행동에는 전국 시·도 교육감 선거 전략도 내포돼 있다. 특히 서울과 경기도는 보수 성향 후보들의 난립으로 진보 성향의 후보들에 비해 열세다. 지방선거에서는 문제가 많은 야당의 ‘무상급식’ 공약이 먹혀들고 있는 상황이다.

이러니 한나라당 의원들은 천안함 사태와 함께, 교육감 선거를 ‘전교조 이슈’로 몰아 보·혁 대결로 유도하고 싶었을 것이다. 그제 필자에게 휴대전화 문자메시지를 보낸 한 교육감 후보의 첫 번째 공약이 ‘반(反)전교조’였다.

올 들어 몰아친 서울시교육청과 일선 교장들의 비리는 왜 터져 나왔나. 교육 당국의 감독 소홀과 교육 현장의 견제 기능이 사라진 때문이다. 이명박 대통령이 최근 ‘매너리즘에 빠진 군과 검찰’을 언급한 것도 교육계 비리를 에둘러 비판한 셈이다.

정치와 행정 분야의 비리는 더 심하다. 4년 전 뽑았던 기초단체장 230명 중 거의 절반인 110명이 비리·위법 혐의로 기소됐다. 이번 선거에서도 공천권을 쥔 국회의원과 정당들은 여야 가릴 것 없이 돈 공천, 묻지마 공천을 남발하고 있다. 견제 장치가 없는 탓에 총체적 매너리즘에 빠져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전교조에 관한 한 정부·여당은 척결해야 할 대상으로 여기는 듯하다. 여기에는 비판을 자초한 전교조의 책임이 무엇보다 크다. 하지만 전교조가 좌편향적 이념교육과 정치투쟁만 해온 것은 아니다. 불법과 탈선을 일삼기 전까지는 교육계의 정화에 미친 공(功)이 적지 않다.

전교조는 이미 힘을 잃었다. 이념 편향 교육이나 불법 정치 투쟁은 더 이상 국민이 용납하지 않을 것이다. 시국선언 해직자들을 돕기 위해 최근 비(非)전교조 교사들에게까지 성금 모금을 하는 것을 보면 재정 상태도 그다지 좋지 않은 것 같다.

참 교육을 실천하겠다는 취지로 출범한 전교조가 원래의 모습으로 돌아가도록 도와주자. 그 어렵다는 교원 임용고시를 뚫고 교직에 입문한 똑똑한 젊은 교사들이 많이 가입해 있는 곳이 전교조다. 아직도 6만여명이 소속된 전교조는 타도의 대상이 되어서도, 될 수도 없다. 전교조는 오는 스승의 날에 명단을 스스로 공개하기로 한 만큼 이를 계기로 ‘지하조직’에서 나와 올바르게 활동하는 모습을 보여야 할 것이다.

세계는 경제전쟁 중이고 국내는 대통령이 전군지휘관 회의를 직접 주재해야 할 정도로 비상시국이다. 그동안 잘못됐던 관행은 법과 제도의 틀 안에서 개선해 전교조가 교육 현장에서 순기능을 할 수 있도록 도와줘야 한다. 전교조가 참교육에 매진하면 얼마나 소중한 국가의 자산인가.

수석 논설위원 hyle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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