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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진선의 동물 이야기] 사막여우, 어린왕자의 친구

[배진선의 동물 이야기] 사막여우, 어린왕자의 친구 기사의 사진

북극에 북극여우가 산다면 사막에는 사막여우가 있다. 북아프리카의 사하라 사막부터 아라비아 반도까지의 건조한 곳에 사는 사막여우는 다 자란 수컷의 몸무게도 1.5㎏을 넘지 않고 몸길이는 40㎝밖에 되지 않는, 세상에서 가장 작은 여우다. 또 어린왕자에게 길들인다는 것은 서로에게 의미 있는 존재가 되는 것이라고 말한 여우이기도 하다.

이 똑똑하고 독특한 여우를 가장 잘 상징하는 것은 커다란 귀다. 길이가 18㎝나 되는 양쪽 귀의 면적을 합치면 머리 면적의 4배가 넘고, 두 귀를 쫑긋 세우고 있는 모습만으로도 다른 여우들과는 뭔가 달라 보이는 매력을 가지고 있다.

사막여우의 귀는 사막이라는 극한의 환경에서 살아남기 위한 적응전략 중 하나다. 북극여우가 추위로부터 최대한 열을 빼앗기지 않기 위해 귀를 작게 만들어 털 속에 파묻히도록 했다면 사막여우는 반대로 귀를 커다랗게 만들어 펄럭거리면서 몸의 열을 식히고, 먹잇감의 작은 움직임 소리까지 큰 귀로 모아 들을 수 있게 했다.

사막여우의 두 번째 적응 전략은 발이다. 발바닥에도 빽빽이 털이 나 있어 모래 위를 걸을 때도 발이 빠지지 않게 해주고, 햇볕에 뜨겁게 달궈진 모래에 발바닥이 화상을 입지 않도록 해준다. 또 재빨리 굴을 팔 수 있어 위험이 닥치면 물속으로 몸이 잠수하는 것처럼 순식간에 굴을 파고 모래 속으로 사라진다.

사막여우의 굴은 지하로 2m 이상 내려가고 통로가 여러 갈래로 되어 있다. 한낮의 사막은 섭씨 70도를 넘기도 하는데 사막여우의 굴 안은 바깥이 아무리 더워도 항상 25도를 유지한다. 사람들은 시원해지기 위해 엄청난 에너지를 써가며 더위와 씨름하고 있을 때 사막여우는 단지 자신이 만든 굴 안식처에서 쾌적하게 있다가 해가 지고 기온이 떨어지면 밖으로 나와 먹이 사냥을 시작한다.

마지막 전략은 물이다. 어떤 생명체도 물 없이는 살 수 없다. 하지만 사막여우는 물을 먹지 않고도 살 수 있다. 땀샘이 없어 땀을 흘리지 않고, 오줌은 하루에 3방울 정도밖에 누지 않는데다 똥도 수분이 거의 들어 있지 않은 마른 상태로 배설한다. 그러니 사람처럼 물이 많이 필요하지 않다. 그래도 꼭 필요한 수분은 도마뱀, 전갈, 식물의 뿌리 등 먹이 속에 들어 있는 물을 이용한다.

메마르고 거칠어 보이는 사막에서 나름의 방식으로 살아가는 사막여우들과 사람들 간의 관계도 서로 길들여지고 그래서 서로에게 의미 있는 존재가 되기를 바란다.

서울동물원 동물운영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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