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최광식] 누가 원자력 안전을 보았는가? 기사의 사진

정말 만약에 현재 전 세계에서 운전 중인 438기 원전 가운데 TMI나 체르노빌 같은 큰 사고가 다시 일어난다면 어떻게 될까. 이런 부정적인 ‘가정 의문문’은 대부분 사람들이 싫어한다. ‘세상은 넓고 원전 수출 대상국은 많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은 더욱 그러하리라.

‘뭐냐? 그러면 큰 원전 사고가 나서 이 원자력 르네상스나 수출 분위기를 망쳐야 한다는 것이냐’고 반응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원전이 안전하다는 전제 아래 원전건설 러시가 일어나고 우리 원전 안전성이 세계 수준이라는 말이 회자되는 때가 아닌가. 그런데 원자력 안전 규제를 하는 사람은 이러한 질문을 던지면서 일해야 하니 개인적으로는 참 불행하다.

‘만일’ 그런 일이 벌어진다면 어떤 일이 일어날 것인지에 대한 답은 의외로 간단하다. ‘천안함 침몰’ 사건 이후를 보면 된다. 국민의 슬픔과 분노, 국방에 대한 신뢰 추락, 감사원의 특별감사, 대통령의 호된 질책 등이 지금까지 있은 일이다. 조사가 끝나면 대규모 문책 인사도 있을 것 아닌가.

자만심은 안전문화 저하시켜

세계 수준의 원전 안전성이라는 근거로 주로 이야기되는 것이 ‘원전 이용률’과 ‘불시정지 횟수’인데 이들은 많은 안전성 지표 가운데 일부다. 원전의 안전성을 어떻게 나타낼 것인가 고민하던 전문가들이 IAEA에 모여 ‘운전안전성능지표’를 개발했는데, 이것은 안전성을 세 가지 큰 범주로 나눈다. 원전이 ‘스무스(smooth)하게 운전되나, ‘낮은 사고 위험도로 운전되나’, 그리고 ‘적극적 안전 태도로 운전되나’하는 것이다. 각각 아래에 여러 하부 범주가 있고 그 밑에 또 많은 세부 안전지표가 있다. 그런데 ‘원전 이용률’이나 ‘불시정지 횟수’ 등은 이 3개 범주 중 ‘스무스하게 운전되나’에 대한 것이다. 그러므로 이들 몇 개 지표를 가지고 안전성을 언급하는 것은 성급하다. 실제 원전 운영에서 가장 기본적인 것들이 지켜지는지가 안전성에 중요하기 때문이다.

특히 세 번째 ‘적극적 안전 태도로 운전되나’하는 것은 안전 문화와 관련된다. ‘우리 안전성이 세계 최고 수준’이라는 자부심을 나무랄 수는 없지만 이것이 ‘자만심’으로 넘어가면 안전 문화 저하로 이어진다. 이는 안전성을 악화시키므로 오늘날 원자력 부흥 시대에 국제적으로 전문가들이 가장 경계하고 있다.

제일 우려할 일은 ‘원전에서 중대 사고는 일어나지 않는다’는 생각이 관련 기관들에 퍼지는 것이다. 이는 미국 MIT의 조직심리학자 샤인 박사의 조직 문화 모델의 가장 근본적인 ‘기본 가정(basic assumption)’에 해당하고, 이것이 조직이 공유하는 가치와 제도들의 기본이 되기 때문이다. 이는 우리 군함의 경우 ’어뢰에 의한 피격은 없다‘는 기본 가정과 유사하다고 보면 된다.

‘사고의 기억’을 유지해야

지난 4월 26일은 체르노빌 원전 사고 24주년이 되는 날이었지만 세계는 별 관심 없이 지나갔다. 이는 중대 사고를 기본 가정에서 지워버린 결과가 아닐까. 그 사고를 추억하기 싫기 때문이 아닐까. 올 2월 방한한 하버드대 국제경제학자 케네스 로고프 교수는 ‘IMF나 지난번 미국발 세계경제 위기가 다시 올 것인가’라는 질문에 ‘위기의 기억이 사람들의 기억속에 살아 있는 동안은 위기가 다시 올 가능성이 적다’고 대답했다.

시인 크리스티나 로제티는 ‘누가 바람을 보았는가’라는 시에서 ‘너도 나도 바람을 본 적 없지만 가지 끝에 나뭇잎이 흔들리는 걸 보고 안다’고 했다. 그러나 원자력 안전은 몇 개의 지표로 간단히 파악되지 않는다. 큰 원전 사고 없는 24년에 모두 행복한 오늘, 관련 기관들이 현재의 안전 수준에 대해 자만하지 않고 ‘사고의 기억’을 간직하며 ‘중대 사고는 있다’는 기본 가정을 복원하는 것이 필요하다. 천안함의 ‘치욕’ 후 ‘주적개념 복원’도 검토한다고 하지 않는가.

최광식 원자력안전기술원 (책임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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