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진곤 칼럼] 우리를 위해 울어줄 사람은… 기사의 사진

이런 일

“10·4선언만 제대로 이행했다면 천안함의 비극은 아예 일어나지도 않았거나 그 피해를 최소화했을 것이고 지금 같은 국민 불안은 생겨나지 않았을 것이다.”

민주노동당 강기갑 대표가 지난달 9일 국회 비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한 말이다. 아마 그때 벌써 강 대표는 천안함 침몰이 북한의 소행이었음을 알고 있었던 모양이다. 그런 게 아니었다면 암초 때문에 침몰했을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한 말이었을까? 선언에서 밝힌 ‘서해평화협력지대구상’이 구현되었다고 할 땐 북측이 좌초로 침몰하는 천안함의 승조원들을 신속히 구조해줄 수 있었을 것이라고 여겨서?

어쨌든 그 상황에서 북한 역성을 드는 듯한 발언을, 그것도 민의의 전당에서 할 일은 아니었다. 우리의 생때같은 젊은이들 46명의 생사조차 불명이던 그때 그런 말을 하고 싶었던 까닭은 뭘까? 그 자신의 표현대로 서해는 죽음의 바다가 됐고 그는 그 책임이 남측 정부에 있다는 투로 말했다. 정말 그렇다고 여겨졌을까?

천안함 희생자 영결식장에 갔다가 유족 할머니로부터, 왜 북한에 퍼주어서 이런 사태가 빚어지게 했느냐고, 심하게 질책 받은 다음 강 의원은 말했다. “한국 정부와 한나라당 일부에서 ‘북한의 소행’이라고 몰아붙이고 있는 것이 역력하게 드러나고 있다. 그러니까 할머니가 그렇게 생각하신 것이다.”

그런 생각을 들게 한 것은 강 의원 자신이었던 것 같은데? ‘10·4선언을 이행하지 않아 생긴 일’이라고 하지 않았는가. 그는 ‘억지’ 정도로 그치지 않고 비겁한 모습까지 보였다. “그래도 북한을 도와야 한다”고 했더라면 차라리 덜 실망스러웠을 것을….

강 의원의 경우는 하나의 예일 뿐이다. 우리의 젊은이들이 누군가의 비열한 공격으로 차가운 바닷물 속에서 절명한 데 대한 슬픔과 분노보다는 북한 당국에 대한 염려를 더 앞세우는 인상을 준 일부 정치리더들에게 들리라고 하는 말이다.

북한의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중국에서 극진한 대접을 받고 있다는 보도다. 중국은 우리 정부의 유감 표명에 귀 기울이기는커녕 오히려 보란 듯이 감싸 안는 분위기다. 김 위원장의 행보도 호기롭기 그지없다. 중인환시리에 베이징의 대로를 승용차로 달려 숙소인 댜오위타이에 도착했다. 설령 천안함 침몰이 북한 소행으로 밝혀진다고 해도 중국 측의 북한에 대한 입장이나 태도가 달라지지 않을 것이다. 중국은 북한을 끌어안을 필요가 있고 북한은 중국에 의존해야 할 일이 많다. 그게 베이징 퍼레이드의 배경이다.

저런 일

우리가 북한보다 더 친중국적인 외교정책을 추구하지 않는 한 중국의 북한 중시 정책은 포기되지 않는다. 한때, 그러니까 반미 기운이 고조되었을 때 중국이야말로 우리의 진정한 우방, 심지어 든든한 후견국이 될 수 있을 것처럼 떠드는 목소리가 있었다. 당시의 정부 당국자들 가운데도 그런 생각을 드러내 말한 이가 없지 않았을 것이다. 지금은 어떤 생각들일까?

중국 진(晉)나라 혜제(惠帝)의 일화다. 이 우둔한 황제가 어느 날 개구리 우는 소리를 듣고 신하들에게 물었다. “개구리가 저렇게 우는 것은 관을 위해서냐, 사(私)를 위해서냐?” 신하들이 농으로 대답했다. “관의 땅에 있는 놈은 관을 위해, 사의 땅에 있는 놈은 사를 위해 울지요.”(십팔사략) 개구리가 굳이 무엇을 위해 운다면 그건 제 자신일 것이다.

김 위원장은 자신(또는 북한)을 위해 중국에 갔고, 후 주석은 중국을 위해 그를 반겼다. 그게 국가 간의 관계다. 김 위원장이 핵무기 및 미사일 개발과 실험을 명령하고 해군 무기와 전술의 현대화를 지시한 것은 남한의 포용론자들을 위해서가 아니다. 자신의 권력기반 강화와 체제 안전을 위한 행동일 뿐이다.

아직 우리 해군 46명의 희생이 북한 탓인지는 밝혀지지 않았다. 그렇지만 김 위원장이 자신의 왕국을 유지하는 데 필요하다고 판단한다면 그보다 훨씬 더한 희생도 우리에게 강요할 수 있다. 10·4선언만 이행하면 남북한 사이엔 아무런 문제가 없을 것이다? 이를 일러 백일몽이라고 한다.

이진곤 논설고문 (경희대 객원교수) jingo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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