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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향기-임한창] “네 부모를 공경하라”

[삶의 향기-임한창] “네 부모를 공경하라” 기사의 사진

지난달 일본 후쿠오카에 다녀왔다. 후쿠오카는 부산에서 배로 세 시간이면 도착하는 아름다운 도시다. 후쿠오카 근교 온천은 일본인 주부들로 넘쳐났다. 마침 그날이 월요일이었는데, 이 온천은 매주 월요일을 ‘여성의 날’로 정해 입장료를 50%만 받는다. 중년 여성들이 식당을 모두 점령하는 바람에 일행은 식사 장소를 몇 번이나 옮겼다.

동행한 선교사가 ‘일본 주부들이 급속히 변하고 있다’고 귀띔해 주었다. 원인은 역시 ‘고독’이었다. 중년 여성들은 삶의 공허를 충족시키기 위해 잘 생긴 연예인이나 순애보 드라마에 몰입했다. 자녀들을 모두 결혼시킨 후 ‘황혼 이혼’을 택하는 여성도 많다고 한다. 남성들은 회사에 이어 가정에서 두 번째 퇴직을 당하는 셈이다. 은퇴한 일본 남성들은 ‘고장 난 냉장고’ 또는 ‘물 젖은 낙엽’으로 불린다.

민들레 같은 아버지의 사랑

거실의 한 공간을 차지하고 있는 고장 난 냉장고는 아무 짝에도 쓸모가 없다. 전기를 축내지만, 워낙 무겁기 때문에 함부로 버릴 수도 없다. 이 냉장고를 버리려면 처리비용도 따로 내야 한다. 그래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한다는 것이다. 물에 젖은 낙엽은 또 어떤가. 아내에게 찰싹 달라붙어 떨어지지 않는 남편을 묘사한 말이다. 젖은 낙엽은 청소하기도 힘들고 그냥 놔두기도 곤란하다. 가족을 위해 일생을 헌신한 나이 든 남자에게 붙여진 서글픈 훈장이다.

아버지를 상징하는 꽃은 민들레다. 민들레는 밟힐수록 더욱 왕성하게 자란다. 아버지는 왕성한 생명력을 지닌 존재다. 아버지는 속으로 울고, 겉으로 위로한다. 아버지는 속으로 사랑하고, 겉으로 꾸짖는다. 미국은 매년 남편과 아버지의 역할을 모범적으로 수행한 사람을 ‘올해의 아버지’로 선정해 시상한다. 뉴욕 주지사를 지낸 마리오 쿠오모씨가 이 상을 받고 다음과 같이 수상소감을 밝혔다.

“이 상을 받게 된 것은 순전히 아내 마틸다와 아이들 덕분이다. 가정의 일이 잘 풀릴 때는 아내와 아이들이 일을 잘 처리한 경우였다. 가정에 어려움이 닥치면 내가 먼저 책임을 느끼고 잘못된 것을 개선하려고 노력했다.”

책임감과 배려심이 있어야 좋은 남편, 멋진 아버지가 될 수 있다. 설령 아내와 자녀가 실수를 해도 그것을 넓은 가슴으로 포용하고 이해하는 마음을 가져야 한다. 아버지의 사랑과 훈육을 받고 자란 자녀는 영육이 건강하다. 특히 남자 아이들에게 있어서 아버지는 롤 모델(role model)이다. 자녀들은 아버지를 통해 하나님을 배운다. 아버지의 권위가 땅에 떨어지면 가정의 결속력도 그만큼 약화된다.

희생하는 어머니의 사랑

미국에서 실제로 있었던 일이다. 남편을 일찍 여의고 딸과 함께 사는 중년의 어머니가 있었다. 그런데 딸이 못된 친구의 꼬임에 빠져 가출을 하고 말았다. 어머니는 딸이 어느 도시에서 몸을 팔고 있다는 소식을 들었다. 어머니는 그곳에 내려가 자신의 사진과 전화번호가 찍힌 포스터 수십 장을 골목의 벽에 붙여놓았다. 왜 딸이 아닌 어머니의 사진인가. 딸이 자신의 사진을 보고 부끄러워하지 않도록, 그리고 딸의 얼굴을 보호해주기 위해 포스터에 어머니의 사진을 붙인 것이다. 이틀 후 딸이 돌아왔다. 딸은 회개의 눈물을 흘렸다. 어머니의 진실한 사랑과 배려가 딸의 마음에 그대로 전해진 것이다. 어머니는 자녀를 위해서라면 기꺼이 자신을 희생한다.

오늘은 어버이날. 부모는 좋은 목자다. 좋은 목자는 항상 양 가까이에 머문다. 양의 음성에 늘 귀를 기울인다. 사람이 부모의 은혜를 모르면 금수와 다를 게 뭔가. 효자는 장수한다. 십계명 중 제5계명이 바로 그것이다. “네 부모를 공경하라. 그리하면 네 하나님 여호와가 네게 준 땅에서 네 생명이 길리라”

임한창 종교국장 hclim@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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