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시각-김용백] 木鷄처럼 기사의 사진

천안함 침몰 사건으로 온 국민이 비통해하고, 국가적으로도 비상 상황이다. 우리 정부는 이 문제 해결의 끝이 북한에 대한 제재임을 공언하고 있다. 정부는 침몰 원인을 공표하기 전 중국에 조사결과를 충분히 설명한다는 방침이다. 미국은 정부 고위 당국자들을 한국에 보내 조사결과 공표에 참여시킨다는 얘기도 들린다.

이제 천안함 사건은 남북 당사국의 문제에서 미국과 중국, 이른바 G2의 문제로 확대됐다.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의 4박5일 중국 방문은 이런 사실을 여실히 보여줬다. 김 위원장의 방중기간 동안 G2의 ‘입’인 중국 외교부와 미국 국무부의 입씨름은 현란했다. 정례 브리핑을 통해 외교적 상황의 흐름을 바꾸려 하고, 사실에 침묵하고, 분위기를 누그러뜨리거나 격앙시키는 일을 서슴지 않았다.

미 국무부는 ‘선(先) 천안함, 후(後) 6자회담 대응’을 거듭 확인했다. 그러면서 북·중 정상회담 결과를 기다린다고 은근히 중국의 신경을 자극했다. 중국은 김 위원장의 방중 동안 이 사실을 결코 확인하지 않았다. 우리 정부의 유감스러워하는 분위기에 ‘내정(內政)의 범위’를 거론하며 일축했다. 천안함 사건의 북한 배후설에 대해서는 “언론의 보도이자 추측”이라고 선을 그었다.

김 위원장이 돌아간 뒤에도 G2의 입씨름은 계속됐다. 미국은 “북한이 6자회담을 원한다면 의무를 준수하고 도발행위를 중단해야 한다”고 6자회담 재개를 거론한 중국과 북한을 싸잡아 추궁했다. 중국 외교부는 김 위원장의 방중이 “천안함 사건과는 관련이 없다”고 공식 입장을 정리했다. 천안함 사건의 ‘북한 소행’ 보도나 발언에 대해서도 “양측은 차분히 자제하면서 말과 행동에 주의를 기울여야 할 것”이라고 일침을 놨다.

김 위원장의 방중은 천안함 사건으로 동북아시아 정세와 6자회담국들의 입장이 미묘해지는 시기에 분위기를 흔드는 큰 사건이다. 그것도 오래 준비된 중국 초청의 비공식 방문에서 중국은 북한에 대한 ‘혈맹(血盟)의 우의(友誼)’가 어떤지를 다른 6자회담국들에게 다시 각인시켰다.

천안함 사건과 관련해 미국은 ‘외교와 대화의 노력 원칙’을 피력하며 6자회담에 영향을 줄 것이라는 입장이다. 중국은 “바람직하게 해결될 것으로 확신한다”고 소극적이다. 또 6자회담 속개를 위해 노력하겠다는 태도를 견지하고 있다. 이런 상황은 일찌감치 북한에 대한 군사적 대응은 물론, 유엔 안보리 차원의 제재도 여의치 않다는 전망이 나오게 했다. 사건 피해국인 우리로선 답답할 뿐이다.

G2는 천안함 사건 해결에 있어서 결코 한국의 입장과 한국민의 정서에 부합하는 방법을 마련해주지는 않을 것이다. 한반도와 동북아의 평화와 안정을 내세우며 자국의 실리와 영향력을 염두에 둘 거라는 판단은 그리 어렵지 않다. 혈맹과 우방들은 천안함 사건 당사국들보다 훨씬 신중하고 냉정하다. 한국의 외교적 줄타기는 그만큼 고달플 수밖에 없다. 한국은 외교적 노력을 통해 국제사회의 대북 제재 강화를 이끌어 내는 게 목표이기 때문이다.

통분과 통한을 가슴에 묻은 채 이런 외교 현실에 냉철하게 임해야 한다는 걸 위정자들은 한시도 잊어선 안 된다. 중국 사상서 열자(列子)의 황제(黃帝)편과 장자(莊子)의 달생(達生)편에 나오는 ‘나무닭(木鷄)’처럼 돼야 한다. 제법 싸움 잘하는 싸움닭(鬪鷄)이 훈련과 수양을 통해 나무닭처럼 면모가 바뀌었지만 어느 닭도 감히 범접하지 못하게 일신(一新)됐다는 얘기다.

한국은 천안함 사건에 있어 누구보다도 자신에 엄격하고 냉정하고 신중해져야 한다. 정서나 분위기에 흔들려선 실익이 없다. 근본적 원인을 되짚어보는 것도 잊지 말아야 한다. 천안함 사건, 6자회담, G2에 의한 험난한 외교현실 모두 남북분단의 연장선상에 있음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평화통일에의 의지와 자세를 한층 더 벼리는 게 천안함 사건의 크나큰 교훈 중 하나일 것이다.

김용백 국제부장 ybkim@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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