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아라베스크 콩쿠르서 그랑프리 국립발레단 정영재… “기도로 응원해주신 어머니께 감사” 기사의 사진

“어머니 생각이 제일 먼저 났어요.”

지난달 러시아 페름에서 열린 제11회 아라베스크 콩쿠르에서 그랑프리를 차지한 국립발레단 그랑솔리스트 정영재(26·사진)는 수상이 결정되던 순간을 이렇게 떠올렸다. 9일 전화 인터뷰에서 정영재는 “어머니가 대회 3주 전부터 새벽기도를 하시고 기도원에도 들어가시면서 열심히 기도해주셨다”며 “그 모습을 보고 열심히 해야겠다는 생각밖에 안 들었다”고 어머니에게 감사를 전했다.

국립발레단 그랑솔리스트 김리회(23)와 함께 호흡을 맞춘 그는 심사위원들로부터 “음악에 맞춰 마음으로 춤을 춘 커플”이었다는 평가를 받았다. 결선 프로그램이었던 ‘탈리스만’은 작품 해석과 무대 전체를 활용하는 법, 파트너와의 호흡 등에서 좋은 평가를 받으며 10점 만점을 획득했다. 그는 “리회가 의상 체크 등 옆에서 꼼꼼히 잘 챙겨줘 제 일에만 집중할 수 있었다”고 고마워했다.

정영재는 하루도 빠지지 않고 헬스클럽에서 체력 단련을 하고 1라운드 작품 ‘라 실피드’의 마임을 집중적으로 연습하는 등 대회를 철저히 준비했다. 하지만 페름까지 가는 길은 쉽지 않았다. 때마침 아이슬란드 에이야프얄라요쿨 화산 폭발로 하늘길이 막혔기 때문이었다. 예약을 해둔 국내 항공사 비행기가 결항해 하마터면 콩쿠르에 참가하지 못할 뻔했다. “다행히 러시아 항공사 비행기는 뜬다고 해서 부랴부랴 인천에서 출발했지만 직항이 없어 비행기를 세 번 갈아탔어요. 36시간 걸려서 페름에 도착했지만 좋은 일이 생기기 위한 액땜이라고 생각했어요.”

이번 수상은 발레리노 정영재에게 새로운 도약의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발레리노의 가장 큰 고민거리인 병역 문제를 해결했기 때문이다. 유네스코가 지정한 이 콩쿠르에서 2위 이상 입상하면 병역을 면제받을 수 있다. “무용수는 3∼4일만 쉬어도 근육이 없어지고 감각을 잃어버려요. 감을 다시 찾으려면 시간이 많이 걸리죠. 그동안 병역에 대한 고민은 많이 했지만 대회를 앞두고는 부담 갖지 말고 임하자고 마음 먹었습니다.”

그는 “무용에 더 전념할 수 있게 됐으니 좀더 노력해 나와 비슷한 상황에 처한 후배들을 도울 수 있으면 좋겠다”면서 “앞으로 주역으로 설 수 있는 역할은 모두 다 해보고 싶다”고 의욕을 보였다.

몸과 마음이 한결 가벼워진 그의 춤은 26일부터 30일까지 국립중앙박물관 극장 용에서 공연되는 ‘코펠리아’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

김준엽 기자 snoopy@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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