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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화종 칼럼] 노무현 vs 이명박

[백화종 칼럼] 노무현 vs 이명박 기사의 사진

“수레 위에 앉은 것은 놀랍게도… 공명이었다.… 사마의는 군사들을 돌볼 틈도 없이 뒤돌아서 내달았다. 50리를 넘게 달린 뒤에야… 머리를 어루만지며 그들에게 물었다. 내 머리가 붙어 있느냐?” 이문열이 평역한 삼국지 중 죽은 (제갈)공명이 산 (사마)중달을 쫓았다는 대목이다.

작년 5월 하순, 노무현 전 대통령의 충격적인 서거에 따른 추모 분위기는 정말 대단했다. 무려 500만명이 빈소에 헌화했다니 세계 최대의 추모 인파는 아니었는지 모르겠다.

죽은 공명이 산 중달 쫓는다

노 전 대통령의 서거는 박연차 사건과 관련하여 그와 그의 측근들에 대한 검찰의 수사 진행 중에 생긴 일이었다. 그래서 그의 서거는 현 정권의 전 정권에 대한 정치보복이라는 주장과 함께 ‘반 이명박 정권 분위기’를 조성하는 데 일조했다.

그 기세가 만만치 않아 노 전 대통령을 추종하는 이들 중엔 죽은 공명과 산 중달의 고사를 빌려와 죽은 노무현과 산 이명박에 빗대기도 했다. 실제로 당시 여권조차 이러한 분위기에 촛불집회 때와 마찬가지로 적잖이 위축된 모습이었다.

그로부터 약 1년이 지난 지금, 민주당을 비롯한 야권 일각에서는 다시 죽은 노무현과 산 이명박의 싸움을 머릿속에 그리고 있는 것 같다. 우선 민주당이 6·2 지방선거에서 가장 중요한 의미가 있는 서울시장 선거에 노 전 대통령 쪽의 상징적 인물인 한명숙 전 총리를 후보로 내세운 것부터가 그렇다. 검찰이 무리한 수사로 노 전 대통령을 죽음으로 몰아넣더니, 그것으로도 모자라 그의 정치적 후계자격인 한 전 총리까지 잡으려 한다는 주장을 부각시키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또 노 전 대통령 서거 1주년에 즈음하여 추모 분위기를 최대한 고조시킴으로써 선거에서 정권 심판론으로 연결시킨다는 전략도 불사하는 모습이다. 역설적으로 이번 서울시장 후보가 되는 데 검찰의 도움을 가장 많이 받은 한 전 총리 역시 노 전 대통령의 음덕(?)을 입기 위한 행보에 바쁘다.

진보 내지는 좌파적 성향의 야당으로 각인된 민주당으로선 이러한 전략이 불가피한 선택인지도 모른다. 어차피 보수 성향의 유권자들은 공략 대상에서 포기해야 할 것이기 때문이다. 또 현 집권 세력이 천안함 사건, 전교조 문제, 진보적 판결 등과 관련해서도 과거 2대에 걸친 좌파 정권의 탓이라고 몰아붙이는 상황에서 과거의 집권당으로서 자기 방어 차원에서라도 노 전 대통령을 업고 이명박 정권과 대립각을 세울 수밖에 없을 것 같긴 하다.

아직도 보수의 벽은 두텁다

다만 기자가 궁금한 건 그러한 전략이 과연 선거전에 얼마나 도움이 될 것인가 하는 점이다. 이러한 의문을 갖는 건 2년여 전에 있었던 대선과 총선에서 여당이었던 민주당이 잇달아 보기 드문 참패를 했기 때문이다. 그때 보여줬던 유권자들의 표심은 진보정권에 대한 실망감이었다. 그 실망감이 그 사이에 얼마나 가셨을까 하는 점이다.

물론 보수정권이 들어서면서 민주주의가 후퇴했다, 양극화가 심화됐다는 등 야권의 주장에 동의하여 현 정권에 대한 지지를 철회한 유권자들이 없지 않을 것이다. 또 노 전 대통령 서거 때 나타난 추모 분위기 등을 계기로 자신의 판단을 바꾼 보수 성향의 유권자들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기자가 보기엔 진보정권에 반대했던 많은 유권자들의 마음이 바뀌기엔 2년여라는 시간이 너무 짧지 않나 싶다. 그들의 노 정권에 대한 부정적 시각이 너무 강했고 지금도 강하기 때문이다. 또 민주당에게는 유감스럽게도 작금의 한반도 상황과 한때 권력에서 밀려나 절치부심했던 우리 사회의 주류가 그걸 쉽게 허용하지 않을 것 같다.

삼국지는 죽은 공명이 산 중달을 쫓았지만, 그건 1회 전광석화 작전일 경우에 한해 통한다는 사실을 말해준다. 이번 선거를 죽은 노무현과 산 이명박의 대결로 몰고 가려는 야권 일각의 전략이 효과를 거둘지 의문이다. 특히 노 전 대통령이 전면에 부각됨으로써 되레 보수 성향의 유권자들을 자극하는 결과를 가져오지는 않을지도 관심의 대상이다.

전무이사 wjbaek@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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