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리핀 정치사에서 아키노 가문의 대척점에 섰던 마르코스 가문에도 겹경사가 났다.

전 퍼스트 레이디 이멜다 마르코스(80)가 11일 개표 완료 결과 269개 의석의 하원 진출에 성공했다고 AFP통신이 보도했다. 마르코스 가문의 영향력이 강하게 남아 있는 북부 일로코스주 하원의원에 출마한 그는 10만9571표를 얻어 라이벌 마리아노 나루프타(2만7359표)를 압도적 표차로 이겼다.

이멜다는 1986년 ‘피플 파워(민중혁명)’에 밀려난 독재자 페르디난드 마르코스의 부인이다. 쫓겨날 당시 말라카냥 궁에 3000여 켤레의 구두를 남겨 사치의 대명사가 됐다.

장녀 아이미(56)는 일로코스 주지사에 당선됐다. 외아들 페르디난드 봉봉 마르코스 주니어(52)도 12명을 선출하는 상원의원 선거에 도전, 현재 7위를 달리는 등 당선권에 진입했다.

마르코스 가문은 90년대 망명에서 돌아온 뒤 정치에 진출했지만 상원 같은 고위직을 배출시킨 것은 처음이다. 이멜다는 95∼98년 고향 레이테 주에서 하원의원을 지낸 바 있다. 팔순에 정치 인생을 새로 시작하게 되는 그녀는 “이 나라의 할머니가 되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한편 대선에 출마한 에스트라다 전 대통령은 고배를 마셨으나 아들 에스트라다 2세는 상원의원 당선이 확정적이다. 그는 중간 개표 결과 2위를 달리고 있다.

손영옥 선임기자 yosoh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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