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이영] 맡길 곳 없어 아이 못낳아서야 기사의 사진

OECD 회원국 중 많은 나라에서 25∼54세 여성의 75% 이상이 노동시장에 진출해 있다. 우리나라도 여성들의 높아진 교육성취와 기대수준으로 여성의 노동시장 진입속도가 가속화되고 있다. 노동시장에서 여성 참여가 50%이상 도달하면 육아에 대한 요구를 사적으로 해결할 수 없다고 본다. 우리나라의 출산율은 185개국 중 184위다.

우리나라의 낮은 출산율과 고령인구 증가는 미래 노동력 공급과 현재 경제성장을 유지하는 데 심각한 우려가 제기된다. 따라서 이제는 국가가 여성의 노동시장 참여율을 촉진하고, 부부로 하여금 자녀를 갖게 하고 여성이 일과 육아를 병행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일은 국가 미래를 좌우하는 중대한 사안으로 인식되어야 한다. 이를 위한 가장 필수적인 전략이 질 높은 보육에 대한 국가적, 사회적 투자일 것이다.

질높은 보육지원이 성공 열쇠

그동안 정부와 지자체에서 추진해온 저출산 관련 정책은 저소득 및 소외계층에, 보육시설은 양적확충에 치중하여 왔다. 이로 인해 맞벌이 중산층 가정이 정책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 맞벌이 중산층 가정이 원하는 것은 저렴하고 질 높은 보육서비스와 부모의 직업 환경에 적합한 맞춤형 서비스이다.

정부가 해마다 증가하는 보육시설의 수치를 제시하면서 아무리 보육시설 확충을 위해 투자해도 부모들은 정작 “믿고 맡길 만한 보육시설이 부족하다”고 느끼고 있으며, 여성들은 “보육걱정이 없으면 아이도 낳고 일도 열심히 하고 싶다”고 호소한다.

이 점에서 1년 전부터 서울시가 시도하고 있는 서울형 어린이집을 주목할 만하다. 이 프로젝트는 일정한 기준과 조건을 갖춘 기존의 민간 시설을 서울형 어린이집으로 공인하고, 공인된 시설에 대해서는 국공립 어린이집에 준하여 재정지원을 하는 사업이다. 이는 기존의 많은 민간시설들을 활용하여 국공립 수준의 보육서비스를 제공함으로써 부모들의 요구를 충족시키겠다는 새로운 사업전략이다.

서울형 어린이집은 다른 어린이집에 비해 더 좋은 시설과 보육환경 속에서 더 적은 비용으로 아이들을 안심하고 맡길 수 있다는 생각에서 선호도가 높다. 서울형 어린이집은 재정 면이나 시간적인 면에서 효율적이고 현실적인 투자 사업이기도 하다. 왜냐하면 서울에서 보육아동 100인 규모의 어린이집을 한 개 짓는 데 최소한 20억원 이상의 예산이 든다. 현재 수요를 충족하기 위한 시설을 모두 신축 하려면 건축비만 최소 2조6000억이 필요하기 때문에 재정적으로나, 시간적으로나 가능하지도, 바람직하지도 않다. 더구나 날로 감소하고 있는 아동인구 추세를 감안할 때 이미 투자된 민간시설을 그대로 둔 채 국공립 보육시설을 신축한다는 것은 비효율적이다.

‘서울형 어린이집’ 확대할만

물론 개선하고 보완해야 할 과제도 있다. 먼저 예산의 규모 면에서나, 인적자원의 측면에서 다양한 요구를 가진 부모들을 만족시키기엔 제한적이다. 시간연장제의 취지를 악용, 자녀들을 수시로 24시간 보육시설에 맡기는 부모들도 많아 교사의 업무량이 증가되고 아동은 방임되는 결과를 초래할 가능성도 있다. 다만 이런 어려움 속에서도 ‘서울형 어린이집’ 프로젝트는 많은 장점을 가지고 있어, 다른 지자체의 모델이 될 수 있다고 본다.

여성의 노동시장 참여를 증가시키고, 여성과 남성이 함께 일과 가정의 책임을 조화시키며 출산율을 증가시키는 일을 해결하는 데 보육만이 유일한 대안이라고 볼 수는 없다. 그러나 부모가 자녀를 필요할 때 믿고 맡길 보육 시설을 마련해 주고 수준 높은 서비스를 제공하는 일은 국가와 사회에서 담당해 야 할 가장 중요한 과제다. 우리 사회에서 보육문제를 해결하지 못하여 아이를 낳지 않는다면 저출산으로 인한 국가재앙을 피해 갈 수 없다.

이영 (연세대 아동가족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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