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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진선의 동물이야기] 펠리컨은 똑똑한 어부

[배진선의 동물이야기] 펠리컨은 똑똑한 어부 기사의 사진

주머니를 가진 동물 하면 캥거루만을 생각하지만, 캥거루만 주머니를 가지고 있는 것은 아니다. 조류 중에서도 자기 위장의 2∼3배나 되는 커다란 주머니를 가진 새가 있는데, 그 새가 바로 펠리컨이다.

펠리컨의 주머니는 평상시에는 줄어들어 있다가 먹이를 잡을 때면 부리 아래 피부가 길게 늘어나서 주머니 모양이 된다. 이 안에 물을 넣으면 13ℓ가 들어가고, 물고기는 한번에 4㎏이나 담을 수 있다. 펠리컨은 이 주머니를 열어서 더울 때 열을 식힌다.

주머니의 가장 중요한 기능은 물고기를 잡는 일이다. 어부들이 물고기를 포위해서 그물로 잡아 올리듯이 펠리컨들도 여러 마리가 한 줄로 늘어서서 대열의 양끝을 조금씩 좁혀가면서 동시에 부리와 날개깃으로도 물을 쳐서 물고기를 몰아간다.

이렇게 해서 얕은 물가까지 물고기를 가져오는 데 성공했으면 이제부터는 그물로 물고기를 들어 올리듯 부리로 물고기를 물과 함께 뜬다. 그리고는 고개를 들어 부리 틈새로 주머니 안에 있는 물은 버리고, 물고기만 한꺼번에 삼킨다.

주머니가 워낙 크다 보니 이 안에 가득 든 물을 버리는 데만도 1분 정도가 걸리는데, 이 틈을 놓치지 않고 옆에 있던 가마우지가 달려와 먹이 주머니 안에 담긴 물고기를 훔쳐 달아나기도 한다. 펠리컨도 항상 당하고 사는 것만은 아니어서 다른 새들의 먹이를 해적처럼 약탈해가기도 하고, 때로는 가마우지의 알이나 어린 새끼를 잡아먹기도 한다.

펠리컨이 하루에 먹는 먹이의 양은 1㎏ 쯤 되는데, 이 정도의 물고기를 잡기 위해서는 아침 8시에서 9시까지 단 한 시간이면 충분하다. 통통한 몸매와 짧은 다리를 보면 재빨리 움직인다는 것이 상상하기 어렵지만, 여러 마리와 팀워크를 이뤄 진행되는 펠리컨의 먹이사냥은 상당히 지능적이고 효율적인 작업이다.

펠리컨의 묵직한 몸무게도 물위라면 크게 문제가 되지 않을 뿐 아니라, 네 발가락 사이에는 모두 물갈퀴가 있어서 물속에서 민첩하게 움직일 수 있다. 또 평상시 몸단장을 할 때마다 꼬리 부근의 분비샘에서 나오는 기름을 몸 구석구석에 발라 두어서 깃털이 물에 젖지 않고 물위에 잘 뜨게 해놓는 것도 잊지 않는다.

수많은 생물들이 멸종되었거나 멸종위기를 겪고 있는 상황에서도 펠리컨이 4000만년이 넘는 긴 시간동안 여전히 번성할 수 있는 것은 자신의 환경에 맞게 사회적 무리를 이루고, 먹이 주머니라는 독특한 생존전략을 발전시켜 왔기 때문이다.

배진선 서울동물원 동물운영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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