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시각-이용웅] 흡연자들이여 제발… 기사의 사진

“저기요! 여기서는 담배를 못 피우게 돼 있는데 왜 자꾸 피우세요.” “담뱃불 좀 꺼주세요.”

최근 점심을 먹고 엘리베이터 대신 비상계단을 이용해 사무실로 올라오던 때였다. 계단 입구의 문을 열자마자 담배 냄새가 진동하고 목이 콱 막혔다. 도로 나가 엘리베이터를 타고 사무실에 올라갈까도 생각했지만 이미 들어선 데다 누가 담배를 피우는지 보기 위해 그대로 올라갔다. 아니나 다를까 계단에서 다른 회사 직원 여러 명이 커피를 마시며 담배 연기를 내뿜고 있었다. 흡연자와의 이 같은 불편스런 만남은 비단 이날만은 아니었다. 벌써 몇 년째 계속되고 있다. 겨울철에는 더 잦다. 다행히 요즘엔 날씨가 풀리면서 흡연자들의 계단 출현이 줄긴 했지만 완전 ‘멸종’되지 않고 있다.

지상 12층의 이 빌딩은 사무실 안에서는 물론 비상계단에서도 담배를 피우지 못하는 금연빌딩이다. 그런데도 이곳에 근무하는 여러 회사의 담배 피우는 직원 몇몇은 아무 거리낌 없이 계단에서 담배를 피운다. 그럴 때마다 나갈 데 없는 담배연기가 사무실 문 틈새로 들어와 목이 칼칼하고 코가 막혀 견딜 수가 없다. 참다못해 계단에 ‘이곳은 금연구역이오니 담배를 피우면 안 됩니다. 만약 담배 피우다 걸리면 고발하겠습니다’라는 경고문까지 내붙여 보았지만 별 소용이 없다.

이들은 경고문구 정도는 거들떠보지도 않는 듯했다. 또 계단을 이용하는 사람들에 대한 미안한 마음이나 배려는 손톱만큼도 찾아 볼 수 없다. 이러다 보니 계단에서는 늘 퀴퀴한 담배 냄새가 가시지 않는다. 엘리베이터보다 계단을 주로 이용하는 사람들에겐 여간 곤혹스런 일이 아니다. 한 화장실에는 ‘머리가 아파서 근무할 수가 없어요. 집에 가면 심한 두통에 시달립니다. 제발 담배 좀 피우지 마세요’라는 애절한 문구가 붙어 있지만 흡연자들에겐 보이지도 않는 모양이다.

흡연자들의 몰상식한 행동은 여기에서 그치지 않는다. 버스정류장, 공원 등 공공장소에서의 흡연 역시 비일비재하다. 길에서 걸어다니면서 담배를 피우는가 하면 아파트 복도나 비상계단에서 몰래 담배를 피우는 사람도 있다. 담배를 피우고 싶으면 자기 집에서 피울 것이지 왜 다른 사람들이 이용하는 계단 등에서 피우는지 이해가 안 간다. 자기 가족들은 담배연기를 맡으면 안 되고 다른 주민들은 피해를 입어도 상관없다는 얘기인지 모르겠다.

현행 국민건강증진법상 일정 규모 이상의 각종 건물과 공중이용시설 등에서는 담배를 피우지 못한다. 하지만 이런 곳에서 담배를 피워도 제재할 방법이 별로 없다. 흡연자에 대한 처벌규정이 없는데다 단속에 걸리더라도 경범죄로 2만∼3만원의 범칙금만 물면 그만이다. 그나마 경찰의 단속도 쉽지 않다. 그러니 말만 금연빌딩이고 구역이다. 금연운동가들은 법을 어기는 흡연자에 대해 보다 강력한 처벌을 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목청을 높이고 있다. 담배를 독극물 마약류로 지정해 정부가 엄격하게 관리해야 한다는 주장도 펴고 있다.

사실 흡연 피해는 심각하다. 박재갑 국립중앙의료원장은 “우리나라에서 담배로 인해 귀중한 생명을 잃는 사람이 매년 5만여명에 달한다”고 주장했다. 또 임신부가 담배를 피우면 사시(斜視) 아이를 낳을 확률이 상당히 높다는 외국 연구보고서도 있다. 연세대 세브란스병원 암센터 김주항 교수 등은 간접흡연에 오래 노출되면 폐암에 걸릴 뿐 아니라 항암제 치료도 잘 되지 않는다는 연구논문을 발표했다.

그래서인지 요즘엔 아예 직원들에게 담배를 피우지 못하게 하는 직장도 늘고 있다. 흡연자를 채용하지 않거나 담배를 끊지 않는 직원에게 인사상 불이익까지 주는 회사도 있다. 흡연자들의 설 자리가 좁아지고 있는 것이다. 오는 31일은 ‘세계 금연의 날’이다. 혹시 연초에 금연하려다 실패한 흡연자들은 이참에 담배를 끊어보기 바란다. 그래도 담배를 피우겠다면 제발 남에게 피해를 주는 ‘인간두더지’만은 되지 말기를.

이용웅 생활과학부장 ywle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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