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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화종 칼럼] 노무현, 다시 야당을 접수하다

[백화종 칼럼] 노무현, 다시 야당을 접수하다 기사의 사진

“당에서 공식적으로 요구한 적은 없지만 일부라도 내가 부담이 된다고 느낀다면 당적을 정리하겠다.” 노무현 당시 대통령이 자신이 만들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집권 열린우리당을 떠나면서 한 말이다. 지난번 17대 대통령선거전의 막이 오르던 2007년 2월의 일이다. 이보다 며칠 앞서 열린우리당 소속 국회의원 20여명의 탈당 사태가 있었다. 대선을 앞둔 시점에서 노 대통령의 인기가 바닥이었다는 게 배경이었다. 그러니까 그는 현직 대통령이지만 대선에서 여당에 오히려 마이너스가 된다는 이유로 자신이 만든 당에서 쫓겨난 셈이다. “선거를 위해 대통령을 정략의 표적으로 삼아 근거 없이 공격하는 것은 잘못이다”고 덧붙인 그의 말도 쫓겨나는 대통령의 심정을 표현한 것이었다.

쫓겨난 지 3년 만에

그렇게 떠난 노 전 대통령이 그로부터 3년여, 그리고 서거한 지 꼭 1년 만에 열린우리당의 후신인 민주당을, 아니 야권 거의 전부를 사실상 다시 접수했다. 기자의 해석이 턱없는 과장이 아니라는 건 야권의 6·2 선거 광역단체장 후보들의 면면을 보면 알 수 있다. 민주당의 한명숙 서울시장, 김정길 부산시장, 김원웅 대전시장, 이광재 강원지사, 안희정 충남지사후보 그리고 국민참여당의 유시민 경기지사, 무소속의 김두관 경남지사후보 등이 노무현의 사람들이라는 데 이의를 제기할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다. 여기에 민주당의 송영길 인천시장후보까지도 친노에 가까운 것으로 분류된다. 이만하면 야권이 여당과 싸움을 해볼 만한 곳의 경우, 호남을 뺀 모든 광역단체장의 후보들을 노무현의 사람들이 차지했다고 봐 무리가 아니다.

지난 1월 노무현의 사람들은 국민참여당을 창당했다. 그때 노무현의 정치적 경호실장이라던 유시민 전 장관은 “국민참여당이 고래를 삼키는 새우가 될 것”이라고 호언했었다. 당시 기자는 이 난에서 한명숙, 안희정씨 등 노무현의 사람들이 광역단체장 선거에서 민주당 공천을 받도록 하고, 여의치 않은 곳에선 민주당과의 연합공천 등으로 몸집을 키운 뒤 차기 총선이나 대선 때 합당으로 민주당을 삼키는 게 ‘새우 시나리오’라고 내다봤다.

이 시점까진 그러한 시나리오대로 야권의 판도가 짜여가는 느낌이다. 한명숙 등 민주당에 남아있는 노무현의 사람들은 거기서 광역단체장 공천을 받았고, 국민참여당의 유시민은 민주당 김진표와의 경선을 통해 연합공천 후보가 됐으며, 야당 간판이 오히려 짐스러운 김두관 전 장관은 무소속으로 경남에서 출마한 것 등이 바로 시나리오대로다. 특히 경기지사 후보 경선에서 제1야당인 민주당이 한 개의 원내의석도 없는 국민참여당에게 패한 것은 새우 시나리오와 관련하여 매우 큰 상징성을 가진다. 민주당 일각이 패닉 상태에 빠졌다고 해서 놀랄 일이 아니다.

고래를 반쯤 삼킨 새우

이번 광역단체장선거 후보 공천 결과만 놓고 본다면 민주당은 새우에게 이미 반쯤 삼켜진 고래의 신세가 됐다. 선거에서 노무현의 사람들이 어느 정도의 성적만 거둔다면 민주당은 완전히 노무현 당, 다시 말해 열린우리당이 될 것이다. 그리고 노 전 대통령은 그 당의 정신적 총재로 부활하여 유훈통치를 할 것이다. 만일 그들이 크게 패한다면 후보 공천 등 모든 선거과정에서 죽은 노무현을 내세워 산 이명박과 싸우려 한 전략이 심판대에 오를 것이다. 그 과정에서 친노 세력은 다소 위축되겠지만 그 강한 생명력으로 고래 삼키는 새우의 목표를 포기하지 않고 계속해서 추진해나갈 것이다.

국민참여당이라는 새우가 궁극적으로 삼키고자 하는 고래는 한나라당, 다시 말해 정권일 것이다. 민주당은 거기까지 가기 위한 교두보에 불과하고, 이번 선거가 국민참여당에겐 그러한 교두보를 확보하기 위한 전초전일 뿐이다. 그런 의미에서도 이번 선거는 기자가 지난주에도 이 난에서 지적했듯 전·현 정권의 대결일 수밖에 없다. 그 결과에 따라 여권 또는 야권 중 적어도 어느 한쪽은 지각변동이 불가피하다. 지난 대선과 총선을 통해 실패한 것으로 심판받았던 전 정권을 2년여가 지난 지금 국민이 현 정권과 비교하여 어떻게 재평가할지 궁금하다.

백화종 전무이사 wjbaek@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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