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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진선의 동물 이야기] 냄새쟁이 알락꼬리여우원숭이

[배진선의 동물 이야기] 냄새쟁이 알락꼬리여우원숭이 기사의 사진

마다가스카르가 약 16억년 전에 아프리카대륙으로부터 떨어져 나온 이후로 사자, 표범 같은 대형 포식자나 사람의 간섭을 받지 않고 지내면서 다른 어느 곳에서는 볼 수 없는 독특하고 매력적인 생태계가 만들어졌다. 그중에서도 이곳의 독특함을 대표하는 동물은 여우원숭이들이다. 특히 알락꼬리여우원숭이는 전 세계 거의 모든 동물원들에서 마다가스카르의 아름다움을 알리는 홍보대사로 선택한 동물이다.

알락꼬리여우원숭이는 이름에서처럼 알락무늬가 있는 꼬리를 가지고 있고, 다른 여우원숭이들처럼 언뜻 보면 원숭이라기보다는 여우에 가까워 보일 정도로 주둥이가 튀어나와 있다. 다른 원숭이들에게는 없는 야콥슨기관이라는 특별한 후각기관을 가지고 있는데, 여우원숭이들에게 후각으로 얻어진 정보가 매우 중요하기 때문이다. 특히 알락꼬리여우원숭이에게 냄새는 자신이 누구인지를 증명하고, 영역을 알리는 수단이고, 때로는 싸움의 결정적인 무기가 되기도 한다. 마치 페트릭 쥐스킨트의 소설 ‘향수’의 주인공이 향기를 통해서 외부와 소통하는 것처럼 말이다. 알락꼬리여우원숭이에게 냄새는 외부와 소통하는 채널인 셈이다.

강력한 냄새를 만들어 내기 위해 알락꼬리여우원숭이에게는 3개의 냄새 분비샘을 가지고 있는데, 항문주변, 팔목 안쪽, 그리고 나머지 하나는 겨드랑이 부분에 있다. 항문 분비샘의 분비물은 엉덩이를 나무에 비벼서 영역을 표시하는 데 이용한다. 동물원에서도 간혹 벽에 대고 엉덩이를 비벼대는 모습을 볼 수 있는데, 엉덩이가 가려워서 비비는 것이 아니라 내 땅이라는 것을 표시하기 위해서다. 여우원숭이들이 따뜻한 햇살 아래 앉아 있을 때는 어김없이 팔목 안쪽에서 나오는 분비물을 몸 여기저기에 고루 발라서 냄새가 배게 한다. 꼬리로는 겨드랑이 양쪽으로 이리저리 교차시키면서 냄새가 묻게 해놓고, 다른 수컷과 싸우게 되면 서로 마주 서서 꼬리를 치켜들고 끝에서 3분의 1 정도를 구부려 이리저리 흔들면서 누가 더 지독한 냄새를 가졌는가를 겨룬다. 사나운 소리나 유혈사태는 없지만 냄새전쟁은 10분에서 길게는 한 시간씩 지속되고 어느 한쪽이 포기해야 끝이 나는 정식 싸움이다. 이것으로 무리 내 서열을 결정하고, 암컷과의 교미 순서를 정하기 때문이다.

냄새로 뭔가를 판별해 내야 하는 일은 일찌감치 개에게 맡겨버린 인간에게도 냄새는 여전히 중요한 것 같다. 그래서 사람들은 의식하든 못하든 향수라는 가짜 냄새로 자신의 진짜 냄새를 덮어서 상대에게 좋은 메시지를 전달하려고 하는 것이 아닐까.

서울동물원 동물운영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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