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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향기-박시형] 가슴 뛰는 삶을 위하여

[삶의 향기-박시형] 가슴 뛰는 삶을 위하여 기사의 사진

아직은 날 선 바람이 속살을 파고드는 3월이었다. 산책이랍시고 나갔다가 행여 바람 들까 후다닥 앞섶을 싸매고 종종걸음을 치는데 아뿔싸, 부끄러워라! 꽃봉오리들은 어느새 봄을 향해 말간 얼굴을 내밀고 있었다.

그리고 그날, 우리의 꽃봉오리 하나도 ‘가슴 뛰는 삶’을 위해 힘찬 출사표를 던졌다.

“나의 사명은, 빈부의 격차가 앎의 격차 나아가 삶의 격차가 되지 않는 세상을 만드는 데 기여하는 것이다. 나는 이 사명을 완수하기 위해….”

몇 달 전 입사해서 막 수습을 마친 우리 회사 막내 직원이 떨리는 목소리로 자신의 ‘사명선언문’을 읽어내려갔다. 한 구절, 한 구절, 우리는 고개를 끄덕이며 그녀의 선언식을 함께했다. 낭독을 마친 그녀의 큰 눈에 어느새 눈물이 그렁그렁했다.

“이런 느낌, 정말… 처음이에요.” 우리는 힘찬 박수와 함께 그녀를 꼬옥 안아주었다. 가슴이 울컥했다. 벌써 몇 년째 치러온 행사라 이젠 고슬고슬해질 때도 됐건만.

존재의 이유를 살펴보라

‘사명선언식’은 우리 회사의 오랜 전통이다. 회사에 입사한 직원이라면 누구든 자신의 인생 사명선언문을 작성해서 전 직원 앞에서 선언식을 치러야 한다. 처음엔 ‘이게 뭐지?’ ‘꼭 이런 걸 해야 하나?’ 의아해하는 직원들도 있었지만, 이젠 모두들 자신의 인생에서 가장 의미 있던 일 중 하나로 꼽기를 주저하지 않는다.

‘사명선언식’이라는 걸 알게 된 건 10년 전쯤이다. 우연히 투고된 글을 읽다가 감동을 받아 책으로 엮게 되었는데, 그 책 속에 사명선언식에 관한 이야기가 소개되어 있었다.

성공한 수많은 사람의 공통점 가운데 하나가 바로 자신의 인생에 대한 뚜렷한 비전과 사명을 적은 사명선언문을 갖고 있다는 이야기를 담고 있었다. ‘비전스쿨’ 창시자이자 지금은 일명 ‘비전 전도사’로 널리 알려진 강헌구 교수가 저자였다.

워낙 감명을 받은 터라 창업하면서 제일 먼저 한 일도 우리 회사의 사명선언문과 비전선언문을 작성한 것이다. 3년 8개월이 흐른 지금 우리 회사 입구에는 30여명에 이르는 전 직원의 사명선언문이 나란히 걸려 있다.

어쩌면 난생 처음 자신의 삶의 목적과 ‘존재 이유’를 갖게 되면서 그들이 느끼는 감격과 변화는 실로 놀랍다. 우선 눈빛부터 달라진다.

그러나 누구보다 가장 큰 수혜자는 다름 아닌 나 자신이었다. 경영자로서 갖게 된 사명과 비전은 남다른 의미로 다가왔다. 그것은 회사 경영 전반에 걸친 모든 의사결정과 판단의 기준이 되었다. 든든한 좌표이자 나침반이 생긴 것이다. 유혹이나 조그만 바람에 일희일비하지 않을 수 있는 힘도 거기서 나왔다.

얼마 전 대학 후배라면서 생면부지의 젊은 친구가 불쑥 찾아왔다. 사업을 하려는데 조언을 듣고 싶으니 시간 좀 내달라는 것이었다. 그런데 첫 일성이 “잘만 하면 출판업이 그렇게 떼돈을 번다면서요?”였다.

인생의 든든한 나침반 찾기

갑자기 오물을 뒤집어쓴 기분이었다. 그 친구의 머릿속엔 오로지 빨리, 쉽게 돈을 벌고 싶다는 욕망만이 그득했다. 하고 싶은 일이 무엇인지, 왜 그 일을 해야 하는지는 안중에도 없었다. 말하는 족족 ‘돈 돈 돈’이었다.

안타까웠다. 저 나이에 모든 삶의 지표가 돈이라니. 나는 강 교수님의 책 ‘가슴 뛰는 삶’과 최근 펴낸 ‘혼·창·통’이란 책을 건네주면서 말했다. “이 책들부터 읽고 다시 오세요.”

“왜 살아야 하는지 이유를 아는 사람은 어떤 어려움도 견뎌낼 수 있다.” 철학자 니체의 말이다.

박시형 (쌤앤파커스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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