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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화종칼럼] 개성공단 짐 정부가 나눠져야

[백화종칼럼] 개성공단 짐 정부가 나눠져야 기사의 사진

차라리 몰랐더라면 좋았을, 그러나 피할 수 없는 진실을 가리켜 불편한 진실(An Inconvenient Truth)이라고들 한다. 기상이변에 관한 앨 고어 전 미국 부통령의 강연을 토대로 지난 2006년 데이비스 구겐하임이 만든 다큐멘터리의 제목으로 쓰이면서 널리 퍼진 말이다. 온난화로 멀지 않은 장래에 지구와 인류의 생존이 위협받을 수밖에 없다는 게, 알면 불편하지만, 피할 수 없는 진실이라는 내용이다.

천안함이 북한 어뢰에 의해 침몰했다는 조사 결과도 기자에게는 불편한 진실일 수밖에 없다. 솔직히 미제사건으로 남겨졌으면 하는 마음까지도 없지 않았다. 북한이 그런 소행을 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믿어서가 아니었다. 그러한 결과로 기자가 손해 볼 게 있어서도 아니었다. 그게 몰고 올 후폭풍이 두려워서였다.

천안함, 그 불편한 진실

구멍 뚫린 국방은 어쩔 것인가. 또 그 책임은 누가 질 것인가. 응징은 불가피한데 효과적인 무력이나 경제적 제재 수단은 있는가. 중국은 대북 제재에 협조할 것인가. 무엇보다도 우리의 응징과 북한의 극한 반발에 따른 남북 관계의 긴장이 전쟁으로 이어질 우려는 없는 것인가. 경제에는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가. 조사 결과를 믿으려 하지 않는 사람들과의 갈등은 어쩔 것인가. 어느 물음 하나에도 신통한 답이 나오지 않는다.

천안함의 결론을 누구보다도 불편한 진실로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 건 개성공단에 진출해 있는 우리 기업들이 아닐까 싶다. 지금 그들은 몰랐으면 그냥 넘어갔을 수도 있었을 진실 때문에 마주 보고 달리는 남북한 사이에 끼여 있는 신세다.

물론 우리 정부는 대북 응징과 관계없이 개성공단 사업은 중단시키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또 4만여 명의 일자리를 통해 연간 4000만 달러의 수익을 올리는 북한도 개성공단을 쉽게 어쩌지 못할 것이라는 관측이 유력하다.

지금까지 남한 정부와 LH공사 그리고 121개 민간 기업들이 개성에 투자한 규모는 2조5000억원이 넘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공단이 폐쇄될 경우 우리 측이 입을 직·간접 피해는 14조원을 넘을 것이라는 추산도 있다. 이러한 경제적 측면뿐 아니라 정치적 측면에서도 개성공단 사업은 계속되리라는 관측이 적중했으면 좋겠다.

그러나 금강산에서 남한 측 부동산을 몰수한 북한의 처사로 볼 때 우리의 응징이 가시화되면 그들이 개성공단에 대해서도 무슨 짓을 할지 불안할 수밖에 없다. 자산 몰수는 물론 심지어 700∼800명에 이르는 그곳 남한 사람들의 신변에까지 위협을 가할지 모른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최대한 손실 보전을

정부는 단호한 대응을 준비하고 있는 만큼 기업들과 머리를 맞대고 최악의 상황에 대비해야 한다. 북한이 예측 불가능한 상대라는 점에서 우리 사람들을 볼모로 삼는 등의 반인류적 행위를 하는 상황까지도 상정하여 시나리오를 마련해야 한다.

관련하여 정부에 특별히 주문하고 싶은 점은 기업들에게 운신의 폭을 최대한 넓혀주라는 것이다. 현행 남북경협 보험약관은 개성공단 입주 기업이 남북한 당국에 의해 폐쇄되는 등 극단의 상황에만 70억원의 범위에서 손실을 보전해주도록 돼 있다. 자발적으로 폐쇄할 경우엔 손실 보전을 받을 수 없는 것이다.

최근의 정세에 불안을 느껴 철수하고 싶어도 손실을 보전 받을 길이 없어 그리 못하는 기업들이 많다고 한다. 그러나 지금처럼 비상한 시국에서는 객관적인 심사를 통해 그곳에서 사업을 계속하기가 어려운 분위기라고 결론이 내려지면 자발적으로 철수하더라도 손실을 보전해주도록 관련 규정을 완화하는 게 필요하다. 그리고 70억원으로 돼 있는 보전 한도도 상향 조정할 필요가 있다. 물론 개성공단 사업을 재개하면 손실 보전금을 반납토록 하는 등의 보완 장치도 따라야 할 것이다.

일각에서는 “과거 좌파 정권을 믿고 투자했으니 그들에게 손실을 보전 받으라”고 비아냥거리기도 한다. 그러나 그것이 좌파든 우파든 합법적으로 승계된 정부라면 그 계속성은 유지되는 것이다. 또 어떤 정부든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최대한 보호할 의무를 지고 있다.

전무이사 wjbaek@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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