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즘-서완석] 링컨·오바마를 보는 부러움 기사의 사진

“식자(識者)들은 우리나라를 빨간 주와 파란 주로 쪼개려 합니다. 빨간 주는 공화당, 파란 주는 민주당이죠. 하지만 전 그들에게 전해주고 싶은 말이 있습니다. (중략) 이라크 전쟁에 반대하는 애국자도 있고 지지하는 애국자도 있습니다. 성조기 깃발 아래 맹세한 미합중국을 지키려는 우리는 하나입니다.”

2004년 7월 27일 버락 오바마 당시 미국 상원의원은 민주당 전당대회에서 역사에 길이 남을 명연설을 하게 된다. 이라크 전쟁의 당위성을 놓고 찬반 양론으로 국론이 분열되고 있을 즈음 그는 전쟁 찬성론자이든, 반대론자이든 성조기 아래서는 모두가 애국자임을 천명한 것이다. 첨예한 시국 사안에 대해 서로 생각을 달리하는 사람들도 나라사랑하는 마음에서는 다 같은 애국자라고 설파한 그의 정치관은 흑인이라는 치명적 약점에도 불구하고 4년 5개월 뒤 미국 대통령이 되는 디딤돌이 된다. 그의 정치관에는 소통의 철학, 화합의 정신이 담겨 있었던 것이다.

미국인들이, 그들의 길지 않는 역사에서 가장 위대한 인물로 꼽는 이는 에이브러햄 링컨 대통령이다. 오바마 대통령도 예외는 아니다. 그는 연방제를 유지하고 노예제를 폐지한 업적으로 잘 알려져 있지만 암살당할 때까지 국민통합과 화합을 이끌어내기 위해 헌신한 정치인으로 많은 미국민들의 가슴속에 남아 있다.

공화당원이었던 그는 내각에 당내 정적은 물론, 민주당 인사들까지 참여시켰다. 그는 대통령 예비선거 때의 거물 경쟁자들을 장관으로 기용했다. 윌리엄 슈어드(국무장관), 새먼 체이스(재무장관)가 그들이다. 오바마 대통령이 정적이던 힐러리 클린턴을 국무장관에 기용한 것도 링컨 따라하기였던 셈이다. 링컨이 민주당 출신 에드윈 스탠턴을 전쟁장관으로 발탁했을 때는 참모들도 놀라고 당황했다고 한다. 스탠턴은 링컨이 당선되자 “국가적 재난”이라며 비난한 인물이다. 링컨의 내각은 결국 경쟁자들을 한데 모은 탕평내각이었던 셈이다.

링컨은 무조건 포용과 타협만으로 일관한 것은 아니다. 그는 전시 긴급조치권을 발동해 반역자를 영장 없이 투옥했다. 대통령의 비상대권은 독재논쟁을 일으켰지만 그는 일축했다. 대의를 위해서는 냉혹하리만치 자신의 생각을 밀어붙였다.

천안함 원인·해결 놓고 국론 분열

한반도를 둘러싼 작금의 현실은 145년 전 남북전쟁 당시 미국보다 더욱 복잡다단하다고 할 수 있다. 연방제 통합, 노예제 폐지라는 당시 이슈에 비해 우리는 남북 분단에다 좌우 이데올로기, 지역적·계층적 갈등까지 있다. 세계 어느 나라보다 복잡한 갈등구조다. 게다가 3년간의 전쟁을 치른 남북은 65년째 갈라져 있다. 최근에는 북한의 도발로 확인된 천안함 사태까지 벌어졌다.

사태 원인과 해결을 놓고 국론이 갈기갈기 찢어진 이 시기에 링컨과 오바마의 통합 리더십이 새삼 부럽다. 부럽다함은 현실이 그렇지 못하다는 반증이다. 야당인사를 포함한 국민들은 이번 사태에 대해 자신의 생각을 말할 수 있다. 말할 수 있는 나라다. 하지만 제한된 정보밖에 갖지 못한 그들은 때로는 유언비어를 말하기도 한다. 그래도 그들을 애국자로 포용할 수 있어야 진정 통합 리더십이다.

국민 묶어줄 ‘통합의 리더십’ 절실

MB는 집권 후 링컨, 오바마와 같은 통합 리더십을 발휘할 수 있는 기회가 있었지만 이제는 물 건너간 느낌이다. 한나라당 후보경선에서 패배한 박근혜 전 대표를 껴안기는커녕 지난 총선 때 그의 지지자들을 공천에서 배제함으로써 고사시키려 했다. 그런 뒤 선거 때마다 협조하라고 떠다미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

정부가 5·18 광주민주화운동 기념식에서 추모곡으로 운동가요 ‘임을 위한 행진곡’을 부르지 못하게 한 것도 결국 MB의 정치적 리더십에 상처를 줬다. 급기야 김무성 한나라당 원내대표조차 “노래 한 곡을 갖고 분위기를 망친 그 미숙한 조정능력에 대해 개탄하지 않을 수 없다”며 정부를 질타하고 있다.

천안함 사태는 분명 안보위기상황이지만 정치에 계속 이용하려는 모습으로 비치는 것도 바람직하지 못하다. 재직 시 그 누구보다 비난을 많이 받은 대통령은 링컨이다. 그가 죽은 뒤 길이 추앙을 받은 것은 노예해방이나 연방제 유지 때문만이 아니다. 그는 정적에게도 귀를 기울였고 흑인과 백인을 포함해 국민들의 마음을 하나로 묶었기 때문이다. 그런 정치를 했기 때문이다.

서완석(부국장기자) wssuh@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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