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오피니언 > 칼럼 > 배진선의 동물이야기

[배진선의 동물 이야기] 캥거루 아기주머니의 비밀

[배진선의 동물 이야기] 캥거루 아기주머니의 비밀 기사의 사진

새로운 동물이 알려질 때 간혹 엉뚱한 이름이 붙여지기도 한다. 아프리카의 전혀 하얗지 않은 코뿔소를 흰코뿔소라고 부르고, 말이라기보다는 소에 더 가까울 것 같은데 물에 사는 말이라며 ‘하마’라고 부른다.

1770년 제임스 쿡 선장이 영국에 알린 캥거루도 마찬가지다. 그가 호주 대륙에 처음 발을 디뎠을 때, 긴 다리로 껑충껑충 뛰어다니면서 배에 있는 이상한 주머니에 새끼를 담고 다니는 신기한 동물을 보고 이름이 뭐냐고 물었고, 그곳 원주민들이 ‘캥거루’라고 대답하자 쿡 선장이 쓴 보고서를 통해 전 세계에 캥거루로 알려졌다.

그 후 200년이나 지난 1970년에 와서야 호주 원주민의 언어를 연구하던 언어학자에 의해 캥거루란 뜻은 ‘당신이 무슨 말을 하는지 모르겠다’라는 것이 알려졌지만 여전히 이 동물은 캥거루다.

캥거루들의 번식방법도 200년 동안 풀리지 않았던 비밀이었다. 비슷한 크기의 구대륙 포유류들이 오랜 시간과 에너지를 들여 완전히 성장한 새끼를 낳는 동안, 캥거루는 30일 만에 0.8g밖에 되지 않는 작고 미숙한 새끼를 낳는다. 털도 없고 눈도 뜨지 못한 상태에서 태어난 새끼는 어미가 미리 혀로 닦아준 길을 따라 오로지 냄새와 중력의 방향에 의지해서 혼자서 아기주머니를 찾아가게 된다.

또 구대륙의 포유류들은 한 번에 한 시기의 새끼만을 키울 수 있지만(고등 포유류들은 기르던 새끼가 완전히 젖을 뗀 후에야 새로운 발정이 오고 새끼를 다시 가질 수 있다), 캥거루는 3가지 단계의 새끼를 동시에 기를 수 있다. 자궁 안에 있는 배아상태로 정지되어 있는 태아, 아기주머니에서 젖을 먹으면서 자라고 있는 어린 새끼 그리고 풀을 먹다가 가끔씩 돌아와 부족한 영양분을 어미젖으로 보충하는 좀 더 자란 새끼까지 모두 3마리를 동시에 가질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쥐캥거루는 1년에 3마리까지 새끼를 낳을 수 있고, 캥거루도 1.7마리까지 낳는다. 캥거루들이 아기주머니를 가지고 있고, 동시에 두 가지 종류의 젖을 생산할 수 있기 때문이다.

캥거루들은 뱃속에서 새끼를 기르는 데 많은 에너지를 쏟지 않기 때문에 가뭄이 들어 먹이풀이 부족해져서 주머니 속의 어린 새끼를 잃게 되더라도 손실이 크지 않고, 상황이 좋아지게 되면 곧바로 자궁 속에 있는 다음 새끼를 길러낼 수 있다. 이 독특한 번식전략 덕분에 유럽인들이 호주에 정착한 이후에도 캥거루는 호주대륙에서 여전히 번성하고 있고 이제는 너무 많아져서 고민일 정도가 되었다.

서울동물원 동물운영팀장



GoodNews paper ⓒ 국민일보(www.kmib.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국민일보 신문구독
트위터페이스북구글플러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