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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절의 발견] 보리밭에 부는 바람

[계절의 발견] 보리밭에 부는 바람 기사의 사진

보리의 일생은 늦가을에서 시작해 초여름에 마감한다. 11월에 파종한 보리는 한 달 만에 잔디 크기로 성장한 뒤 겨울에는 숨을 죽인다. 그러다가 3월에 갑자기 자라더니 4월이면 이삭이 패고 5월에는 청보리의 매력을 뽐내다가 6월에 수확한다. 이른 봄의 보리밟기(踏壓)는 겨울 동안 들뜬 겉흙을 눌러 뿌리가 잘 내리도록 돕는다.

보리밭을 보는 일은 즐겁다. 거기에 고향의 빛, 젊음의 냄새가 있기 때문이다. 계절은 산하를 물들인 청록의 보리로 인해 풍요롭다. 달빛 부서지는 밤, 젊음은 보리밭에 사랑의 흔적을 남기고, 현장을 발견한 학동들은 영문 모를 웃음을 삼키면서 사춘기를 맞는다.

우리가 이제 관광상품으로 청보리밭을 즐기는 동안 아일랜드는 역사를 되씹는다. 영화 ‘보리밭을 흔드는 바람’에 나오는 아일랜드 보리밭은 낭만적이지 않다. 전쟁중에 숨진 사람들을 임시로 묻었다가 나중에 찾기 위해 보리를 뿌려 두는 풍습에서 나왔다고 한다. 다만 영화에 나오는 아일랜드의 풍광은 보리밭보다 아름답다.

손수호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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