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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규홍의 식물이야기] 아까시 나무의 숨은 가치

[고규홍의 식물이야기] 아까시 나무의 숨은 가치 기사의 사진

실제 가치에 비해 대접을 제대로 받지 못하는 나무가 있다. 초여름 숲에서 그윽한 꽃향기를 바람에 실어 보내는 아까시나무가 그렇다.

얄궂게도 아까시나무는 돌보지 않아도 잘 자란다는 게 사랑받지 못하는 가장 큰 이유다. 지나치기 때문이다. 그래서 ‘어떻게 심고 키울까’보다는 ‘어떻게 죽여야 할까’를 더 고민하게 만드는 나무이기도 하다. 특히 조상의 묘 깊숙이 파고드는 뿌리는 골칫거리라 한다.

왕성한 생존능력을 가진 아까시나무는 생태 복원에서 듬직한 첨병 노릇을 한다. 아까시나무 뿌리에는 땅을 비옥하게 하는 질소 고정 박테리아가 있는 까닭에 산성화한 땅에서도 금세 뿌리를 내린다. 다른 식물이 들어와 살 수 있을 만큼 토양을 비옥하게 만드는 것은 물론이다. 그래서 한국전쟁 뒤 우리 숲을 복원하는 데에도 아까시나무는 요긴하게 쓰였다.

아까시나무는 1900년대 초 일본을 통해 ‘아카시아’라는 이름으로 처음 들어왔다. 그런데 ‘아카시아’는 호주 같은 열대성 기후에서 사는 나무여서 우리나라에서는 살 수 없다. 노랗게 피어나는 아카시아나무의 꽃도 아까시나무의 하얀 꽃과 전혀 다르다. 다만 잎 나는 방식이 비슷해 ‘가짜 아카시아’라고 부르는 게 잘못 전해진 것이다.

아까시나무를 우리나라에서는 1980년대까지 땔감으로 많이 썼다. 다른 나무에 비해 오래 탈 뿐 아니라, 연기가 적게 나서 부엌에서 불을 지피는 데에 제격이었다. 게다가 베어내고 또 베어내도 지천으로 자라는 나무여서 궁핍의 시절 우리 서민에게 더없이 맞춤한 땔감이었다.

목재가 단단하고 내구성이 강해 건축이나 가구의 재료로 쓰기에 좋다. 크게 자란 나무가 많지 않아 목재로 많이 쓰이지 않을 뿐이다. 가장 요긴한 쓰임새는 꿀 채취에 있다. 우리나라에서 채취되는 꿀의 70% 이상은 아까시나무에 의존한다. ‘아까시 꿀’은 황금색의 빛깔도 좋고, 향과 맛이 좋아 가장 널리 보급되는 벌꿀이다. 우리나라 양봉산업의 중심이 되는 나무임에 틀림없다.

쓰임새가 요긴한 데 비해 여전히 아까시나무의 가치를 인정하는 데에는 인색하다. 겉모양이나 풍문만으로 스스로 자신의 가치를 알리지 못하는 나무의 가치를 판단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하긴 나무뿐 아니라 모든 생명체가 그럴게다. 아까시나무 꽃 향기 짙은 이 즈음은 마침 진정한 가치를 가진 사람을 골라야 할 때과 겹친다.

천리포수목원 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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