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본 옛 그림] (22) 센 놈과 가여운 놈 기사의 사진

매의 사냥솜씨는 놀랍다. 온몸이 무기다. 매서운 눈은 높은 곳에서 넓은 지역의 먹잇감을 꿰뚫어 본다. 날카로운 부리는 뼈를 단숨에 으스러뜨리고 억센 발톱은 숨통을 단박에 끊어버린다. 게다가 급강하하는 속도가 쏜살같다.

꿩 잡는 게 매다. 매의 본분이 꿩 사냥에 달렸다는 말이다. 꿩 못 잡는 매는 만사 황이다. ‘꿩 떨어진 매’는 아무 짝에 쓸모없는 물건을 가리키고, ‘꿩 놓친 매’는 다 된 일에 코 빠트리는 꼴을 이른다. 꿩은 어떤가. ‘꿩, 꿩’ 운다고 해서 꿩이 된 이 새는 먹을거리로 회자된다. 오죽 맛있으면 ‘꿩 구워 먹은 자리’는 나고 든 흔적이 없고, ‘꿩 구워 먹은 소식’은 오리무중이겠는가.

지금, 꿩 한 마리가 매에 낚였다. 목숨이 눈 깜박할 사이에 오갈 판이다. 매는 먹이 신세가 된 꿩을 바위로 밀어붙였다.

매의 위엄찬 모습이 보란 듯이 늠름하다. 목덜미 깃이 곧추섰고, 막 접은 날개가 어깨놀이에서 꿈틀거린다. 흰 비늘로 덮인 매 발톱이 으스스한데, 한 발은 지그시 멱을 파고들고 다른 발은 버둥거리는 등짝을 찍어 누른다.

절체절명의 순간을 그렸지만 꿩은 기이할 정도로 어여쁘다. 목구멍 사이로 캑캑 숨넘어가는 소리 들리는데, 붉은 부리와 옥색 깃털을 어쩌자고 저리 아름답게 그려놓았는가. 작가는 매의 용맹과 꿩의 연민, 어느 쪽을 편들지 묻나 보다.

손철주(미술칼럼니스트·학고재 주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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