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형용 칼럼] ‘천안함 선거’가 남긴 정치권 과제 기사의 사진

“남북관계 변화 못읽은 野 힘으로 국론분열 키운 與 국익 위해 패러다임 전환을”

오늘 밤 판가름 나는 6·2 지방선거는 한마디로 ‘천안함 선거’다. 선거운동 전부터 시작된 천안함 쓰나미는 4대강, 세종시, 정권심판론 등 모든 정치 이슈를 삼켜 버렸다. 탈북여성 박사1호 김애란 교수가 최근 한 토론회에서 “우리나라 안보는 노인들이 지킨다”고 했을 정도로 이번 선거는 노풍(盧風)보다 노풍(老風)이 거세다.

정권 중간평가 성격인 역대 지방선거에서 야당은 1998년을 제외하고는 늘 압승이었다. 하지만 이번엔 각종 여론조사에서 여당이 줄곧 우세를 유지해 왔다. 만일 야당이 인구의 절반을 차지하는 수도권 광역단체장 선거 3곳 중 1승도 못 거두면 완패라고 봐야 한다.

야권의 최대 실수는 ‘천안함의 패러다임 변화’를 제대로 읽지 못한 것이다. 패러다임이란 ‘동시대 사람들의 견해나 사고를 지배하고 있는 이론적 틀, 개념의 집합체’다.

야권은 ‘북한의 어뢰 공격’이라는 공식 발표 전까지 북한은 놔둔 채 정부만 공격하다 역풍을 맞았다. ‘천안함 사건으로 인해 10%가량 피해를 보고 있다’고 분석할 정도다.

반면 이명박 대통령은 천안함 사건을 전후로 남북관계의 패러다임이 전환됐다고 천명했다. 지금까지는 북한에 끌려 다녔지만 이젠 ‘남한이 칼자루를 쥔’ 형국으로 변했다는 것이다. 국제사회의 압도적인 지지를 끌어낸 외교적 성과가 이를 뒷받침한다.

천안함 사태는 야당도 전략적으로 다뤄야 할 난제였다. 억울하겠지만 천안함은 엄연한 여당의 프리미엄이다. 최근 한 진보신문 여론조사에서 ‘정부가 선거에 북풍을 활용했다’는 답변이 56.5%이면서도 ‘북한의 공격이라는 정부 발표를 신뢰한다’가 72.6%나 나온 것이 이를 입증한다.

야당이 처음부터 “만약 북한의 소행이라면”을 전제로 깔았더라면 ‘정부의 안보 무능’ 질타가 설득력을 더했을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야당이 던진 막판 카드인 ‘전쟁이냐 평화냐’ 슬로건이 얼마나 유권자에게 먹힐지 의문이다.

여권 역시 선거에 이기더라도 국론분열에 대한 ‘패러다임의 전환’이라는 심각한 과제를 풀어야 한다. 선거 쟁점인 세종시와 4대강 문제다. 특히 세종시 해법은 충청권의 선거결과에 연동된다. 천안함이 과학적, 객관적 조사라는 방식을 택했다면 세종시는 여론이라는 거대한 결과를 고려해야 할 것이다.

‘세종시 총리’가 10개월째 수정안을 위해 올인했지만 선거운동 기간 드러난 충남권 표심은 정부 기대와 딴판이다. 여론조사에서 충남은 2명의 야당 후보가 1, 2위를 놓고 접전을 벌였다. 여기에는 수정안에 대한 주민들의 반대 의견이 반영된 것으로 볼 수 있다. 충북도 여당이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다. 정부와 국회는 선거 결과를 반영하여 세종시 문제를 조속히 매듭지어야 할 것이다.

작년 11월 이 칼럼에서 ‘세종시와 빅딜’을 제안했던 4대강 사업은 여론이 더 안 좋지만 세종시처럼 특정 지역의 문제가 아니어서, 해결이 더 쉬울 수 있다.

대운하 공약에서 후퇴한 4대강 사업은 대통령이 역점을 두고 있는 국책사업인 데다 이미 공사가 한창 진행 중이다. 정부는 사업의 성공을 위해 환경영향평가 부실 등의 졸속 시행을 사과하고 중요한 환경보호 대책을 강화하는 등 국민이 납득할 수 있는 보완 조치를 취해야 한다. 야당 역시 이제는 국익을 위해 정부가 제대로 일할 수 있도록 타협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하버드대 명강의로 이름 난 마이클 샌델은 저서 ‘정의란 무엇인가’에서 “민주사회는 옳고 그름, 정의와 부정에 관한 이견(異見)으로 가득 차기 마련”이라고 했다. 정의를 이해하는 세 가지 관점으로 ‘행복, 자유, 미덕’을 제시하고 정의에 대한 논쟁은 이런 가치의 충돌이라고 했다.

우리 경제 성장률이 높다지만 자칫 삐끗하면 그리스처럼 낙오자가 될 수 있다. 자영업자가 500만명에 육박했다는 통계도 엊그제 나왔다. 어려운 사람들이 크게 늘고 있다는 의미다.

국론 분열을 막고 국익을 우선으로 생각하는 정치권의 패러다임 변화가 절실하다.

수석논설위원 hyle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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