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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진선의 동물 이야기] 살아있는 용 코모도드래곤

[배진선의 동물 이야기] 살아있는 용 코모도드래곤 기사의 사진

인도네시아에서 가장 건조하고 뜨거운 곳, 코모도섬에 용이 산다. 이 섬에 사는 코모도드래곤은 날개도 없고, 입에서 불이 뿜어져 나오지도 않지만, 길이 3.5m가 넘는 거대한 몸집으로 혀를 날름거리며 사람도 공격하는 무시무시한 괴물의 모습을 하고 있다.

지역에 사는 원주민과 중국이나 이슬람 상인들을 통해 전설처럼 내려오던 이 용의 존재가 세상에 알려진 것은 1912년이다. 코모도섬 인근지역 행정관이었던 한스브로엑이 이 섬을 탐험하여 2.2m짜리 동물을 사로잡으면서 코모도섬에 사는 드래곤이 사실은 거대한 도마뱀이라는 사실이 밝혀진 것이다.

도마뱀의 일종이기는 하지만 코모도드래곤에게는 용이라는 이름에 걸맞은 특별한 능력이 있다. 길고 두툼한 꼬리는 무서운 무기여서 꼬리로 한번 치면 사람의 다리뼈 정도는 쉽게 부러뜨릴 수 있고, 거대한 몸집에도 불구하고 수영도 잘하고 달리기도 빠르다.

또 200∼250개나 되는 날카로운 톱니바퀴모양의 이빨과 강력한 발톱으로 아무리 큰 먹이라고 할지라도 능히 제압할 수 있다. 하지만 무엇보다 무시무시한 것은 코모도드래곤의 침 속에 들어있는 치명적인 세균들이다. 먹잇감이 한번 물리고 나면 50가지가 넘는 세균의 독이 온 몸에 쫙 퍼진다. 이때문에 먹잇감이 도망을 치더라도 하루 이틀 만에 죽게 만든다.

그래서 혹시 먹이를 사냥하다 놓쳐도 코모도드래곤은 서두르지 않는다. 10㎞ 이상 떨어진 곳에서도 먹이냄새를 맡을 수 있는 뛰어난 후각을 가지고 있어서 자신이 사냥한 먹잇감이 죽기를 기다리며 천천히 주변을 맴돌다가 마침내 쓰러지면 사체를 찾아내 순식간에 먹어치운다.

코모도드래곤은 식성도 좋아 한 번에 자기 몸무게의 80%를 먹을 수 있다. 40㎏짜리 염소 한 마리를 먹어 치우는 데 한 시간도 걸리지 않는다. 여기에다 다리는 물론 뼈까지 먹기 때문에 코모도드래곤이 지나간 자리에는 아무것도 남지 않는다.

육식동물로서 최고의 능력을 가졌음에도 코모도드래곤이 사는 곳은 1000㎢가 안 되는 인도네시아의 작은 섬이다. 코모도드래곤은 전 세계 육식동물 중에서 가장 좁은 면적에서 사는 셈인데 그래서 이들이 지구에서 사라질 위험이 가장 높은 동물이기도 하다.

인도네시아는 코모도드래곤을 천연기념물로, 이들이 사는 곳은 국립공원으로 지정했고, 1991년에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되어 전 세계가 보호하고 있다. 그러나 멸종의 위험은 무서울 것 없어 보이는 코모도드래곤에게도 사라지지 않는 위협이다.

서울동물원 동물운영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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