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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2 국민의 선택] 엎치락뒤치락…한편의 ‘각본 없는 드라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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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2 지방선거는 과거 지방선거와 달리 처음부터 끝까지 손에 땀을 쥐게 하는 초유의 ‘개표 드라마’를 연출했다. 투표율이 높아지고 ‘숨은 표’가 대거 등장하면서 투표일 이전의 각종 여론조사 결과를 크게 뒤집는 상황이 펼쳐져 역전과 반전의 묘미를 선사했기 때문이다. 가히 ‘각본 없는 드라마’라고 할만한 개표 방송에 각 후보 캠프는 자정이 넘도록 피를 말리는 시간을 보냈으며 유권자들도 잠을 잊은 채 TV 화면에 시선을 집중했다.

하이라이트는 단연 서울시장 부문이었다. 투표 전 여러 언론매체의 여론조사에서 한나라당 오세훈 후보에게 10~15% 포인트, 심지어 20% 포인트까지 뒤졌던 민주당 한명숙 후보는 KBS MBC SBS 등 방송 3사가 저녁 6시 투표 종료와 함께 일제히 발표한 출구조사에서 오 후보에게 불과 0.2% 포인트 뒤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시장 선거 결과가 가장 뻔할 것이라며 심드렁하게 여겼던 유권자들을 TV 앞에 붙잡아 둔 순간이었다.

실제 뚜껑을 열자 초반에는 오 후보가 앞섰다. 8시50분 현재 개표율 0.2%인 상황에서 오 후보는 52.8%, 한 후보는 42.2%를 기록했다. 그러나 곧 뒤집기가 시작됐다. 9시30분 개표가 2.0% 진행됐을 때 한 후보가 48.0%로 치고 나오면서 46.5%인 오 후보를 처음으로 앞섰다. 이후 1~3% 포인트 차로 한 후보가 1위를 지키는 판세가 이어졌다. 밤 11시 개표가 7% 진행된 시점에서 득표율은 한 후보 47.9%, 오 후보 46.4%였다. 그러나 자정이 되자 개표율 19%에서 한 후보 47.4%, 오 후보 47.0%로 거의 같아졌다. 긴장감이 극에 달했다. 이후 개표 레이스는 보는 이들에게 살얼음판을 걷도록 했다.

인천시장 부문도 드라마틱했지만 초반 양상은 서울시장 개표와 반대였다. 출구조사 발표 때 민주당 송영길 후보가 52.1%로 45.5%인 한나라당 안상수 후보를 비교적 너끈히 앞선 것으로 드러났다. 방송사 인터뷰에 등장한 송 후보는 여유 있는 표정을 지었고 안 후보는 초조감을 감추지 못했다. 하지만 개표가 본격적으로 진행되자 희비가 엇갈렸다. 개표가 4.0% 이뤄진 10시에 안 후보 49.7%, 송 후보 46.8%였다. 11시에는 안 후보가 5% 포인트 이상 더 멀리 달아났다. 그러나 개표가 11%를 막 넘어선 11시30분에 송 후보가 48.6%로 48.1%의 안 후보를 처음 앞질렀다. 개표율 20.3%가 된 3일 오전 12시10분 송 후보는 50.9%로 46.1%인 안 후보와 확실한 거리를 뒀다. 안 후보는 패배를 의식한 듯 방송을 지켜보던 캠프를 떠났다.

경기지사 부문은 출구조사에서 한나라당 김문수 후보가 52.1%로 47.9%인 국민참여당 유시민 후보를 앞서는 것으로 발표됐다. 종전 여론조사 때보다 현격히 줄어든 격차였고 출구조사가 이뤄진 오후 5시 이후에도 젊은 유권자들이 투표장을 많이 찾았기 때문에 유 후보 측은 역전 기대를 버리지 않았다. 하지만 개표 시작부터 김 후보가 선두로 나서 자정까지 차이가 좀체 좁혀지지 않았다. 개표가 32.2% 진행된 3일 오전 12시15분 김 후보 52.9%, 유 후보 47.1%로 이미 거리가 많이 벌어졌다.

수도권 외 가장 관심을 불러일으킨 곳은 경남지사 부문이었다. 한나라당의 철옹성에서 벌어진 선거였음에도 출구조사 때 사실상 야권 연합후보인 무소속 김두관 후보가 51.5%로 48.5%인 한나라당 이달곤 후보를 근소한 차로나마 리드하는 것으로 나오더니 실제 개표에서도 내내 선두를 놓치지 않았다. 개표율 20.2%인 11시에 김 후보는 출구조사와 비슷한 51.7%, 이 후보 48.3%였다. 3일 오전 12시20분 차이는 좀더 벌어져 김 후보 52.4%, 이 후보 47.6%를 기록했다.

충북지사 부문은 출구조사에서 민주당 이시종 후보 49.6%, 한나라당 정우택 후보 48.5%로 역시 종전 여론조사 때와 역전된 수치가 나와 관심을 모았다. 개표 초반에는 정 후보가 선두에 나서다 개표가 40.8% 이뤄진 11시30분에 두 후보 모두 48.3%로 동률을 이뤘다. 당사자나 지지자들 모두 등줄기에 땀이 흐를 만한 순간이었다. 개표가 54.%7 진행된 3일 오전 12시20분 반전이 이뤄져 이 후보 49.8%, 정 후보 47.0%로 시소가 기울어졌다. 이런 식으로 초박빙 선거구에서의 접전이 치열하게 전개되며 새벽까지 예측불허의 순간들이 이어졌다.

민주당 이광재 후보와 한나라당 이계진 후보가 맞붙은 강원지사 개표, 민주당 안희정 후보와 자유선진당 박상돈 후보가 일합을 겨룬 충남지사 부문도 관심을 모았지만 민주당 후보들이 앞서는 대세에는 거의 변화가 없었다.

김호경 기자 hkkim@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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