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진곤칼럼] 선거결과 이해하기 기사의 사진

대단히 인상적인 선거였다. 그 점에서의 주역은 역시 서울시장 자리를 두고 겨룬 오세훈 한나라당 후보와 한명숙 민주당 후보였다. 당사자들로서는 피가 마를 지경이었겠지만 국민들에게는 선거의 진면목 가운데 하나를 보여줬다. 두 후보 모두에게 박수를 보내지 않을 수 없다.

그래서 말인데 “강남 3구가 오세훈 살렸다”는 어느 신문의 기사 제목은 조금 거북하다. 잘못된 표현이라는 의미가 아니다. 강남 쪽에서 오 후보의 표가 상대적으로 더 많이 나오지 않았다면 당선이 불가능했을 것이라는 지적은 맞다. 다만 이 말을 뒤집어 보면 “강남 3구가 한명숙 죽였다”가 되고 만다. 그런 생각이 들어서 유감스럽다는 것이다.

강남이 오 후보를 살렸다?

또 다른 인터넷 신문의 제목은 더 자극적이다. ‘강남 3구, 서울 민심을 비틀다’로 달았다. 강남 유권자들의 선택이 다른 지역 유권자들의 그것과 다소의 차이를 보였을 수도 있다. 그러나 그게 ‘민심을 비튼 행위’로까지 묘사되어야 하는지는 잘 모르겠다.

하나 마나 한 이야기가 될 수도 있지만 한번쯤은 해두는 게 좋을 것 같다. 강남이든 강북이든 서울의 유권자들은 오 후보와 한 후보에게 표를 나눠줬다. 너무 잘 나눠준 바람에 ‘초박빙’이 된 것이다. 만약 강북은 한 후보에게만, 강남은 오 후보에게만 투표를 했다면 이런 현상이 벌어질 수 있었을 리 없다. 오 후보가 강북에서도 선전했기 때문에 승리할 수 있었고 한 후보가 강남에서도 많은 표를 얻었기 때문에 역사적 승부의 당사자가 될 수 있었을 것이다.

유권자의 한 사람으로서는 아주 멋있는 경쟁을 볼 수 있어서 좋았다. 서울 시민의 정치적 균형감각을 확인할 수 있었던 게 우선 반가운 일이다. 안정된 사회일수록 표 쏠림 현상이 적을 것이라고 추측된다. 정당들에 대한 시민의 신뢰가 편중되지 않았음을 확인하는 기회이기도 했다. 시종 초박빙의 접전을 벌인 것만으로도 두 사람 공히 멋있고 훌륭한 정치리더들임에 틀림없다. 유권자가 그렇게 보지 않았다면 두 후보가 접전을 했더라도 각자의 득표율은 훨씬 낮았을 터이다.

우열을 가리기 어려울 정도로 뛰어난 자질을 갖춘 인재를 동시에 찾아내고 확인해서 가질 수 있게 됐다는 것은 서울 시민의 복이다. 그리고 이야말로 선거의 대단히 중요한 의의 및 효과 가운데 하나이기도 하다. 민주국가의 선거는 합의와 화합의 과정이다. 서로 다른 생각, 서로 다른 후보를 하나로 융합시켜내는 용광로가 곧 선거라고 할 수 있다. 생각과 이익의 차이를 확인하고 그것을 확대재생산하기 위한 절차로서의 선거(우리가 수없이 경험해 온 바의)는 오히려 재앙일 것이다.

여야, 오만 버리고 협력해야

특히 정당들은 선거 결과에 대해 겸허해질 필요가 있다. 민주당이 승리한 것은 사실이다. 2006년의 선거를 생각하면 대반전이라 할 만도 하다. 그러나 같은 맥락에서 그렇게 자랑스러운 승리가 아니라는 점도 유념해야 한다. 과거 자신들이 집권했을 때 한나라당이 동시 지방선거에서 거둔 성과가 어느 정도였던지를 잊지 말 일이다.

한나라당과 정부 또한 새롭게 겸손을 배울 때다. ‘지방선거는 여당의 무덤’이라고들 한다. 그렇다고 그걸 대패의 핑계로 삼을 생각은 꿈에서라도 말아야 한다. 징크스 때문에 진 것이 아니라 민심을 잃었기 때문에 진 것이다. 정부 여당의 가장 큰 적은 바로 스스로의 오만이다. 오만한 마음과 자세로는 결코 원활한 소통을 할 수가 없다. 소통이 없으면 경쟁에서 밀리게 마련이다.

<사족> 이번 선거의 대세를 가른 것이 바로 소통이었다는 느낌이다. 정부 여당은 소통을 기피했고, 그 반대편에 선 사람들, 특히 젊은 반대자들은 첨단 소통수단으로 선거에서의 진보연대를 형성해냈다.

특히 여당은 2002년 대선 때의 휴대전화 문자메시지의 힘을 목격했으면서 스마트폰과 트위터의 위력을 간과한 게 아닌가? 소통의 의지와 수단을 가진 측이 정치와 선거의 판을 장악할 것임을 기성 정치권은 명심해두는 게 좋을 것 같아서 덧붙여두는 말이다.

이진곤 논설고문 (경희대 객원교수) jingo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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