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의도 포럼-이경숙] 현충의 정신을 되새기며 기사의 사진

한 국가의 성립과 존속에는 상당한 전란의 과정이 동반되게 마련이다. 그래서 모든 국가는 전란에서 희생된 이들을 추모하는 날을 갖는다. 우리나라도 1948년 8월 정부수립 후 2년도 안 돼서 동족상잔의 6·25전쟁을 맞았다. 하지만 나라를 지키기 위해 온몸으로 싸워준 수많은 호국영령들과 자유민주주의의 수호를 위해 군대를 보낸 여러 참전국 용사들의 피와 희생 위에 우리 대한민국은 지켜질 수 있었다.

휴전 이후 안정을 되찾은 정부는 1956년 대통령령으로 6월 6일을 현충기념일로 지정하여 기념행사를 가지도록 했으며, 이후 통상 현충일로 불리다가 1975년 공식적으로 현충일로 개칭되어 오늘에 이르게 되었다. 이날은 6·25전쟁에서 전사한 국군뿐만 아니라 나라를 지키기 위하여 목숨을 바친 모든 순국선열들의 넋을 기리는 것이다.

하지만 매년 이맘때 우리가 경험하는 세태를 돌이켜 떠올려보면 아쉽고 답답한 마음이 앞선다. 봄의 막바지에 즈음해 있는 현충일에 호국영령을 추모하기 위해 집집마다 휘날려야 할 태극기는 드문드문해지는 대신 행락을 위해 나선 사람들로 도로가 북새통을 이루기 때문이다.

호국보훈에 대해 무관심

호국보훈에 대한 국민들의 무관심 속에 현충(顯忠)과 호국(護國) 같은 낱말이 우리의 다음 세대인 젊은이들에게 과연 엄숙한 의미로 다가설 수 있을지, 혹 젊은이들이 단지 놀고 쉬기 위한 공휴일이 다가오기만을 기다리게 된 것은 아닌지 걱정스럽다.

이러한 우려와는 매우 대조적인 느낌을 받았던 곳이 생각난다. 미국에는 유난히 전쟁 관련 기념공원(Memorial)들이 많다. 그 중 필자가 워싱턴 방문길에 들렀던 한국전 기념공원(Korean War Veterans Memorial)은 매우 인상적이었다.

공원 한가운데에는 한국전에 참전해 판초우의를 입고 행군하는 군인들의 모습을 섬세하게 표현한 동상들이 대열을 이뤄 어느 들판을 가로질러 간다. 그러다 그 끝에서 바람에 힘차게 휘날리는 성조기와 만나게 된다. 그리고 깃발 아래의 돌 위에는 이런 글귀가 새겨져 있다. “Our nation honors her sons and daughters who answered the call to defend a country they never knew and a people they never met.”

번역하면 “우리 미합중국은 조국의 소명(召命)에 따라 알지도 못하는 나라, 만난 적도 없는 사람들의 자유를 지키기 위해 분연히 나섰던 우리의 아들과 딸들에게 경의를 표합니다.” 그리고 그 옆, 사람들 시선이 반드시 닿을 법한 넓은 돌벽에는 이렇게 쓰여 있다. “FREEDOM IS NOT FREE”(자유는 공짜로 주어지는 것이 아니다)

미국인들의 애국심이 어떻게 고양되고 있는지 절절히 느껴진다. 조국을 위해 전쟁에 나가거나 전사하는 것에 대해 엄청난 자부심을 느끼는 전통을 쉽게 알 수 있다. 그리 길지 않은 역사를 가진 나라이기에 더욱 국가 차원에서 애국심 고양에 열심인 것이다.

단적인 예로 미국 초등학교에서는 미국 국가인 ‘성조기여 영원하라(The Stars and Stripes Forever)’를 매일 들려주고, 학생들이 따라 부르는 것이 당연한 일과다.

미국의 애국교육 본받아야

호국영령의 명복을 빌고 순국선열과 전몰장병의 숭고한 호국정신을 추모하는 현충일과, 60년 전 한국전쟁이 발발한 날인 6·25가 있어 그 의미가 더욱 특별한 이번 6월. 우리의 생활과 교육 속에서 애국심에 대한 고취가 소홀히 되고 있지는 않은지 꼼꼼히 살펴보고 가다듬어야 할 때다.

특히 지난 봄 우리 한반도와 전 세계를 충격에 빠뜨린 천안함 폭침 사건과 그 이후의 경과는 여느 해보다 더욱 엄숙하고 경건한 대한민국 국민으로서의 자세와 마음가짐을 요구하고 있다고 하겠다.

이경숙 한국장학재단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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