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시각-신종수] 도지사가 된 ‘좌희정 우광재’ 기사의 사진

안희정(45) 충남지사, 이광재(45) 강원지사 당선자는 노무현 전 대통령 때 ‘좌희정 우광재’로 불렸던 대표적인 ‘친노 386’ 정치인이다.



친노세력이 누구인가. 보수세력으로부터 나라를 망친 실패한 정권, 갈등과 편가르기를 일삼는 집단, 친북 좌파 등으로 매도돼 왔던 인물들이다. 386은 또 누구인가. 대학시절 하라는 공부는 안 하고 매일 데모만 했던, 전문성 없이 이념만 앞세우는 집단으로 낙인 찍힌 지 오래다. 친노와 386의 부정적인 이미지를 모두 갖춘 그들이 6·2 지방선거에서 민주당 간판으로 호남도 아니고 불모지나 다름없는 충남과 강원에서 당선됐다.

물론 이번 선거 결과는 민주당이 잘했다기보다 정부 독주에 대한 심판이라는 분석이 일반적이다. 또 천안함 사태로 인한 과도한 안보정국 조성과 전쟁우려 심리, 한명숙 전 총리에 대한 무리한 검찰수사, 전교조 교사 무더기 해임, 김제동씨 방송하차 등 갖가지 이유가 있다고 한다. 심지어 천안함 희생장병들을 순수한 마음으로 추모하기보다 전쟁영웅으로 만들려고 한 데 대한 반감도 작용했다는 얘기도 나온다.

아무튼 무거운 천안함 정국에 눌려 아무 소리를 못하고 있던 유권자들이 마음속에 차곡차곡 쌓아두었던 불만을 여론조사 때도 말하지 않고 있다가, 투표날 한꺼번에 표로 표현했다. 멀리는 5·18 민주화운동과 6월항쟁에서부터, 가깝게는 촛불시위와 500만명의 노 전 대통령 추모 역사에서 목격했듯이 상당수 국민의 의식 속에는 민주주의에 대한 가치가 깊이 자리잡고 있다고 봐야 한다. 그리고 그 가치가 조금씩 훼손될 때마다 기억하고 있다가, 무슨 계기가 생기면 한꺼번에 분출하는 경향을 볼 수 있다.

하지만 아무리 정부여당이 마음에 안 들고 견제할 필요성을 느꼈다 해도, ‘나라를 망친 폐족’ ‘무능한 좌파’로 불리는 ‘친노 386’에게 표를 준 이유는 무엇일까. 더구나 이광재 당선자의 경우 박연차 전 태광실업 회장에게 불법 정치자금을 받은 혐의로 1심에서 유죄 판결을 받았고, 2심 재판 절차가 진행 중이다. 2심에서 금고 이상의 형을 받으면 도지사 직무가 정지되고, 상고심에서 100만원 벌금형 이상을 받으면 도지사 직위를 상실하게 된다. 그런데도 강원도민들이 그를 선택한 것은 그가 유권자들을 흡수할 수 있는 조건을 갖추고 있었기 때문으로 보인다.

강원도에는 일명 ‘광재도로’가 있다고 한다. 충북 제천에서 강원 태백을 잇는 4차로의 38번 국도다. 재선의원으로 태백 영월 평창 정선이 지역구인 그는 이 도로 건설을 위해 많은 예산을 끌어왔다. 자신의 지역구는 아니지만 삼척에 LNG 인수기지를 유치해 인근 지역 가정의 난방비를 크게 낮춘 과정에서도 그의 역할이 컸다고 한다.

안 당선자는 누구인가. 기업체에서 수십억원의 대선자금을 받은 혐의로 2004년 징역 1년을 살았고, 박연차 리스트에 올라 지난해까지 검찰 조사를 받았다. 충남도민들이 그를 단순히 부패정치인으로 여겼다면 뽑아주지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많은 유권자들이 그에게 “고생했다”고 말했다고 한다. 비록 법은 어겼지만 노 전 대통령을 위해 의리를 지키고 희생했던 마음을 높이 산 것으로 보인다. 노 전 대통령이 만든 세종시 원안을 지키려는 그의 입장이 충청지역 정서와 맞아 떨어진 측면도 있을 것이다.

두 사람의 당선에는 노 전 대통령 서거 영향도 있었겠지만, 또 하나 주목되는 것은 새로운 젊은 리더를 키우고 싶어 하는 유권자들의 욕구가 반영됐을 가능성이다. 만일 그렇다면 두 사람은 도지사로서 행정경험을 쌓아 전문성 부족이라는 386의 고질적인 병폐를 떨쳐내야 한다. 자신을 ‘구시대의 막내’라고 했던 노 전 대통령을 뛰어넘어 새로운 리더십을 키우는 것이 자신들을 뽑아준 유권자들에게 보답하는 길일 것이다.

신종수 정치부장 jsshi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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