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시평-최공필] 생존을 위한 구조조정 기사의 사진

위기 이후 세계경제는 그간의 성공적 수습에도 불구하고 앞으로 점차 차별화가 심해질 수밖에 없는 국면으로 치닫고 있다. 최근 부산의 G20 재무장관·중앙은행총재회의 결과 재정부문의 출구전략이 이미 개별차원에서 시행되고 있음을 읽을 수 있다.

이는 지금까지 글로벌 충격 이후 일사불란했던 정책대응이 퇴조되면서 본격적인 개별차원의 생존이 중시되는 미래를 예시한다. 생존과 성장의 갈림길에서 미래를 위한 선택은 더욱 냉정해질 수밖에 없다. 눈앞에 보이는 혜택 뒤에 숨어있는 비용요인에 우리의 공공재원이 묵시적으로 동원되기 쉽기 때문이다.

사실 미국에서 촉발된 위기 전개과정에서 미국은 이미 상당한 자구노력을 추진해왔고 이제야 유럽이 본격 조정에 들어섰다. 기축통화나 국채 같은 국제금융시스템의 근간이 흔들릴 정도로 이번 위기로 인한 비용 부담은 엄청나다. 물론 이러한 재원은 국가위험 증가라는 값비싼 대가를 요구한다. 그러나 과도한 부채를 또 다른 부문의 부담으로 메울 수는 없다. 당연히 대차대조표 상 부문간 이전은 근원대책이 될 수 없다.

유럽은 이제야 자구노력 나서

정치적 절충만 거듭한다면 인플레이션이 불가피해질 것이고 개별차원의 대응을 강화할 경우 갈등구조가 심화될 수 있다. 특히 유로의 경우 상호의존적 구도 하에서 국경 간 대출로 얽혀 있어 개별 국가 차원의 조정에는 한계가 있다. 유로의 현 지배구조와 통합유지를 위한 기준을 감안할 때 앞으로도 근본처방 없이 구속력 없는 절충안만 되풀이되기 쉽다. 이러한 일련의 상황은 시장기반이 상대적으로 일천하고 외부의존적인 아시아 경제의 미래도 순탄치 않음을 일깨워준다. 여기서 우리 경제를 지켜낼 수 있는 최선의 선택은 무엇인가?

해답은 자발적 구조조정이다. 물론 구조조정은 쉽지 않다. 그렇다고 정치논리에 휘말리거나 헐값매각상황에 몰릴 수도 없다. 결국 시장에서 거래가 활성화되도록 시장메이커에 대한 인센티브 위주 전략을 구사할 수밖에 없다. 그나마 조기에 이러한 노력이 현실화돼야 축소균형을 피할 수 있다.

자본의 흐름이 정부에 의해 주도될 때 생존여부의 판단은 효율적일 수 없다. 정부가 지탱하는 현 안정세가 민간주도의 활발한 시장 작동으로 조만간 역할이 바뀌지 않을 경우 막대한 재정부담으로 귀결된다. 정부보호막의 안이함에 도취되면 착시현상으로 인해 과신의 늪에 빠지기 쉽다. 역설적이지만 연결된 금융네트워크의 안정성 회복은 덮어두기가 아니라 미래에 대비하기 위한 투자가 활성화될 수 있는 선별환경의 조성이다.

첫째, 침체의 장기화 가능성에 대비하여 거시정책수단에만 의존하기보다는 현 안정구도의 기초역할을 톡톡히 해왔던 정부의 포괄적 보증이나 각종 지원의 형태를 차별적으로 전환하고 강도도 축소해야 한다. 개별차원의 위험파악이 가능해야 비로소 시장을 통한 구조조정이 가능하다. 정책적인 개입보다는 시장중심의 조정이 효율적이고 후유증도 적다. 즉, 시장평가가 더 잘 이루어질 수 있도록 생존지원 일변도의 무차별적 지원은 조정되어야 한다.

시장중심의 조정이 효율적

둘째, 수시로 작동하는 외화부문의 충격전달경로에 대해 외환보유액 축적을 넘어선 보다 전략적 차원의 대비가 강화되어야 한다. 이 부분의 위험이 워낙 컸기 때문에 그간 정책노력이 집중되었고 반면 내부적 환경은 보호막 내의 안이한 모습으로 일관되고 있다. 그러나 납세자들은 더 이상 대마불사나 만연해 있는 도덕적 해이에 대해 관대할 수 없다. 잠재적 비용만 늘리고 정부의 지원이나 개입에만 의존하는 구습은 타파되어야 한다. 그동안 금융안정을 지켜왔던 기둥들이 무너져가는 현실에서 우리는 미래의 새로운 환경에 적응할 수 있는 튼튼한 신뢰의 토대를 기본설계 차원에서 구축해야 한다.

최공필 한국금융연구원 상임자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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