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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기 칼럼] 세종시 수정안 기록만은 철저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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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대가 분명한 지역민심이라면 정부도 미련을 접되 스스로 철회해선 안 된다”

여당이 6·2지방선거에서 패배하면서 세종시 수정안과 4대강 사업 등 이명박 정부가 중점을 두고 추진해온 계획들이 다시 도마에 올랐다. 지방선거가 특정 사업을 놓고 찬반을 물은 것은 아니었지만 세종시 수정안과 4대강 사업 반대를 기치로 내세운 야당이 승리했으므로 정부 추진동력이 약해질 수밖에 없다.

염홍철(대전) 안희정(충남) 이시종(충북)씨 등 충청지역 3개 광역단체장 당선자들은 8일 세종시 수정안에 반대하고 원안 관철을 요구하는 공동선언문을 발표했다. 야권은 4대강 사업도 전면중단하거나 치수사업 수준으로 수정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다만 민주당 소속의 박준영 전남지사 당선자는 영산강을 살려야 한다며 야권의 4대강 반대에 연대할 뜻이 없음을 분명히 했다.

4대강 사업은 이미 핵심공정이 많이 진척돼 공사 중단에 따르는 부작용이 너무 큰데다가 지역별로 다소 차이는 있지만 인근 주민 여론은 사업추진 지지가 우세한 편이어서 민주당 내에서도 차츰 신중한 자세가 감지되고 있다. 하지만 세종시 수정안은 야당의 반대가 워낙 거세고 인근지역 주민 정서까지 냉랭해 처지가 곤궁하기 짝이 없다.

당초 이명박 정부는 행정 중심의 기능만으로는 세종시를 지속발전이 가능한 자족도시로 만들 수 없을 뿐더러 행정기능의 분산에 따른 비능률이 국가에도 큰 부담이 된다는 판단에 따라 산업과 학문, 연구 기능 중심의 수정안을 마련했다. 전국 여론은 대체로 정부 쪽으로 기울었지만 충청지역 민심이 관건이었다.

지역민심에는 세종시 수정으로 자족도시가 들어서고 경제 기반이 확충된다는 설득에 긴가민가하면서 행정중심 기능이 떨어져 나가면 그동안 정치권의 득표 전략에 우롱당한 것이나 마찬가지라는 정서가 깔려 있는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친이·친박으로 나누어진 여당의 갈등과 야당 공세가 민심 불안을 자극했다. 결국 “손해를 보아도 체면 구기는 건 못 참겠다”는 충청도 자존심이 야당 지지표로 연결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경위야 어찌 됐건 수정안을 놓고 허구한 날 말싸움만 벌일 수는 없는 노릇이다. 이제는 수정안 논란을 접을 때가 왔다. 정치권에서는 3∼4개 부처 이전을 포함한 타협안도 거론되고 있는 모양이지만 어정쩡한 결합이 또 다른 비효율과 함께 역차별 논란을 초래하지 않을지 걱정이다. 자칫 국론분열을 키울 우려도 있다.

수정안 반대가 분명한 지역민심이라면 정부도 이젠 미련을 접는 게 좋다. 한나라당은 지난 3월 정부가 국회에 제출한 세종시 수정 관련 법률안을 가급적 빠른 시일 내에 처리하는 방향으로 가닥을 잡아야 한다. 국회 상임위에서 야당 의원들이 수정안에 반대하고 여당 내에서도 일부가 가세하면 부결될 공산이 크다. 한나라당 입장에서는 설거지를 떠안는 것 같아 곤혹스럽겠지만 부결도 자연스런 출구전략의 하나로 받아들이면 된다. 끝내 눈치나 보면서 세종시를 차기정부 장기과제로 넘기는 방안으로는 민심을 되돌리기 힘들 뿐 아니라 무책임한 논란만 남기기 십상이다.

정부가 수정안을 철회하는 방안은 하책 중의 하책이다. 수정안의 소신을 스스로 부정함으로써 그동안 노력을 무의미하게 만들고 관련 기업들까지 곤혹스런 처지에 빠뜨린다.

무엇보다 수정안 철회는 후일을 위해 꼭 남겨야 할 기록마저 외면하게 한다. 비록 수정안이 국회에서 부결되더라도 어느 의원이 반대표를 던졌고 누가 민심을 자극해 부결을 부추겼으며 그 결과로 어떤 도시가 들어섰는지 반드시 기록을 남겨야 한다. 그래야 세월이 흐른 다음이라도 국민들이 기록과 결과를 보고 수정안 찬성과 반대에 앞장섰던 정치인들을 판단할 수 있다.

충청도 출신이 갖는 개인적인 애착은 논 외로 치더라도 나라 발전에 기여할 훌륭한 계획도시가 들어서기를 바랐지만 길은 자꾸 멀어지는 것 같다. 수정안 무산 가능성이 높아지자 충청권 밖의 다른 지역에서 유망기업과 첨단 연구 시설 유치에 부쩍 공을 들이기 시작했다는 소식이 씁쓸하게 들린다.

김성기 편집인 kimsongk@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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